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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선 Sep 25. 2019

길지만 잘 읽히는 가독성 있는 글쓰기

메시지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7가지 요소



길어도 끝까지 읽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 내 글은 길다.


[ 사수 없이 일하며 성장하는 법 ]이라는 매거진을 연재하면서 '글이 너무 길다'는 피드백을 몇 번 받았고, 쓰는 동안 스스로도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변명을 해보자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이 안 될까 봐 그런 것도 있고, 어떤 글은 결론보단 의문을 풀어가는 사고 과정 자체를 전달하는 게 목적이어서도 있고, 때로는 특정 개념에 대해 보충 설명이 필요한 경우도 있어서 그렇다.


그냥 보고 잊어버리는 글이 아니라, 읽고, 다시 읽고, 저장해뒀다가 나중에 또 읽고 싶은 그런 글을 쓰고 싶어서 매번 욕심을 부리다 보니 글이 길어지게 된다. 여기에 이유 하나를 더 붙이자면 글쓰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창 스스로를 훈련시키는 중이라 절제를 모르기 때문인 것도 있을 것이다. (절제를 꼭 해야만 하는 걸까?)


이유가 뭐든 매번 글을 쓸 때마다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길어도 끝까지 읽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부디 읽다가 도망가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가독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감성, 정보, 메시지' 중 무엇을 중심에 둘 것인가


가독성이란 모두가 아는 것처럼 쉽게 읽을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가독성을 높이려면 우선 본인이 어떤 성향의 글을 쓰려는지를 알아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성향이란 '감성, 정보, 메시지' 중에 무엇을 중심에 두는가를 의미한다. 이 중 한 가지에만 치중할 수도 있고, 두 가지나 세 가지를 혼합할 수도 있다.


어떤 성향의 글을 쓰느냐에 따라 고려해야 할 가독성의 요소가 조금씩 달라진다고 보는데, 내가 쓰는 글은 대략 감성 10%, 정보 30%, 메시지 60% 정도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감성적인 요소는 없다. 슬픔이나, 분노 또는 기쁨을 일으켰던 경험을 글에 담는다고 해도 가능하면 담담히 목격자의 시선으로 기록하려고 한다. 결코 문장이 유려하거나 남다른 어휘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배우고, 깨닫고, 체화한 것을 나누기 위한 메시지 중심의 글을 쓴다. 






가독성을 위해 신경 써야 할 7가지 요소


메시지 중심의 글을 쓸 때 가독성을 높이려면 무엇에 신경을 써야 할까? 나는 큰 것으로부터 작은 것으로 렌즈를 밀고 당기며 쉬움을 방해하는 요소를 찾아간다.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보편적인 소재와 나만의 깨달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이나 질문으로 시작하면 글 속으로 쉽게 진입할 수 있다. 그래서 글의 인트로는 대부분 보편적인 소재를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결론까지 뻔하다면 정말 재미없는 글이 되지 않을까?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마지막에는 체화된 깨달음으로 연결시키려고 신경을 쓰고 있다. 읽어나가면서 중간중간 작지만 신선한 발견을 하게 된다면, 어느덧 마지막 문장까지 도달할 거라는 믿음으로.



2. 아무리 길어도 메시지는 하나


내 글에는 언제나 중심 메시지가 있다. 늘 '한 줄'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명확하지만 그 한 줄만 달랑 놓여 있으면 '훗'하는 콧바람에도 날아가 버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내 안에 있는 경험과 지식과 안 되는 문장력을 동원해 살을 붙인다. '하나의 글에는 하나의 메시지만! 모든 글자들을 그 한 줄을 전달하기 위해 존재한다!'라는 마음으로 쓰고 있다.



3. 일관성 있는 자연스러운 전개


나는 글을 쓰기 전에 전체적인 흐름을 구상한다. 보통 5~6개의 덩어리로 흐름을 구성을 하는데 소제목을 미리 짓는다. 제목과 소제목을 보고 전체적인 흐름이 자연스러운지, 뒤에 있는 덩어리가 앞에 있는 덩어리의 내용을 잘 받아주고 있는지를 살핀다. '한 줄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존재하는 덩어리들이니까 있어야 할 위치에 잘 있는지 보는 것이다.


덩어리에서 그다음 덩어리로 넘어갈수록 점차 구체적인 얘기를 함으로써 전하려는 메시지와 가까워지도록 신경 쓴다. 글이 길다 보니 웬만하면 첫 덩어리에서 질문을 던지고 마지막 덩어리에서 질문을 받아주는 형태를 활용하고 있다. 앞에서 한 여러 이야기들을 환기시키는 역할도 하니까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4. 덩어리 안의 전개


각 덩어리 안에서도 흐름이 있다. 문장들이 이리저리 튀는 게 아니라 뒷 문장이 앞 문장을 잘 받아주고 있는지, 앞에서 생소한 용어가 등장했는데 그에 대한 보충 설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덩어리의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앞 뒤 덩어리와 잘 밀착하고 있는지 등을 살핀다.


덩어리 안에서도 문단을 나눌 필요가 있다. 의미 단위로 글 뭉치를 나누는 것인데 열 줄, 스무 줄을 뭉텅이로 던져 놓으면 읽는 사람이 쉴 틈이 없다. 읽기 좋을 만큼 적당하게 덩어리를 나누면서 한 줄씩 빈 공간을 넣어주면 독자의 부담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5. 문장의 리듬


문장이 유려하진 않지만 리듬감은 신경 쓴다. 긴 문장과 짧은 문장과 중간 길이 정도의 문장을 섞으려고 한다. 한 문장 안에서 너무 많은 말을 하려는 건 아닌지, 비슷한 길이의 문장이 여러 번 반복되고 있는 건 아닌지, 단문만 나열해서 뚝뚝 끊기는 느낌이 나는 건 아닌지, 적절한 접속사로 문장 연결을 잘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본다. 문장력과 어휘력은 정말 많이 노력해야 한다. 언제까지 계속 몇 개 안 되는 문장과 어휘로 돌려 막기 하는 건 발전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6. 일상의 단어


어려운 용어는 가능하면 쓰지 않는다! 부득이하게 넣는다면 반드시 보충 설명을 한다. 내가 스스로 정의한 단어를 넣는다면 당연히 그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다. 영어 단어를 한글로 적는 것도 웬만하면 지양하려고 하지만 사실 꽤 많이 쓰는 편이다. 대체할 수 있는 단어를 못 찾았거나 게을러서 방치한 것...이다.


한 문단 안에서 같은 단어가 반복되고 있는지 본다. 같은 의미의 다른 단어를 쓰면 글이 덜 지루해진다. 그래서 늘 국어사전을 옆에 열어놓고 쓰게 된다.


문장의 끝말인 어미가 지나치게 여러 번 '~다, ~다, ~다'로 끝나는 듯 여겨지면 일부러 중간중간 다르게 해 보려고 노력한다. '~다, ~다, ~니까, ~일까?' 이런 식으로.


'나는, 것, 적'을 가능한 쓰지 않으려고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더 공부해서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오류를 잡아낸다. 반복해서 읽으면서 오탈자를 잡고(맞춤법 검사로 못 잡는 게 은근히 많다), 단어, 조사, 접속사, 어미를 다듬어간다.



7. 1~6번 무한 반복


이렇게 큰 것에서 작은 것으로, 다시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여러 번 줌인, 줌아웃을 하며 '메시지 쉽게 전달하기'를 훼방 놓는 크고 작은 돌멩이를 치우는 것이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글자라는 도로 위를 달리는 메시지


머릿속에 있는 생각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메시지는 글자라는 도로를 타고 독자의 머릿속으로 전달된다. 물론 메시지를 백퍼센트 온전히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가능하면 누락이나 오해가 없게 하기 위해 최대한 도로를 매끈하게 닦는 것이다.


디자인을 하다 보면 어느 날은 "이거 누가 디자인했어?"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그 말은 즉슨 "이렇게 형편없는 디자인을 서비스에 걸어 놓다니 눈이 낮은 사람이거나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거나 둘 중 하나인 게 분명하군."이라는 의미다. 최종 단계에서 산출물을 내보내야 하는 디자이너는 언제나 완성도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디자이너에게는 '나를 거쳐서 나갔다면 최소한 이 정도의 퀄리티는 지켜줘야 한다'는 기준과 강박이 있다. 십수 년을 그렇게 살아왔으니, 우연히 링크를 타고 들어와서 읽은 글 하나로 글쓴이에 대한 인상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면, 지금 당장 쓰고 있는 글 하나에 혼신을 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지 않는 건조한 감성을 가진 나지만 글을 쓰다보니 감성적인 요소도 가독성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보다는 더 말랑하고, 더 따뜻하고, 더 진정성 있는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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