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가 프로덕트, 회사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
과거에 우리가 조직문화를 이야기할 때는 근무 형태(재택, 출근), 복지 제도(점심, 건강검진 등) 혹은 회사 업무 분위기 등을 먼저 떠올렸다. 하지만 사실 조직문화는 단순한 복지나 분위기를 넘어 제품 개발의 전 과정에 알게모르게 깊이 스며들어 있다. 작은 의사결정부터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는 분위기, 팀 간 협업 방식에 이르기까지, 제품 성과를 좌우하는 '디테일'은 모두 조직문화가 어떻게 구성되고 운용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가 또는 스타트업들이 많이 얘기하는 '조직문화'란 무엇이고 왜 중요할까?
'조직문화'란 구성원들이 일하며 함께 살아가는 데 있어서 공유하는 가치관·행동양식·의사소통 방식 등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율과 책임을 중시한다", "의견을 낼 때 직급이나 역할을 따지지 않는다" 같은 분위기와 규범이 모두 조직문화의 일부이다.
'조직문화가 제품을 성공시킨다'는 공식은 아니다 냉정하게는 조직문화가 없어도 제품은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조직문화'는 생존 확률이 낮은 스타트업에서 실패하더라도 재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레슨런'을 만들어주고 누구나 의견을 내면서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One-Team'으로 만들어주는 '기본 교재'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조직문화에 정답은 없지만 '성공하기 위해서 추구해야하는 조직문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제품을 만드는데 어떤 '조직문화'가 필요할까?
1) "서로 신뢰하는 조직"이 빠른 의사결정을 만든다
과거 또는 일부 회사에서는 현재도 새로운 제품이나 기능을 기획할 때 모든 정보를 확정지어 정리하고 일일이 경영진들의 승인을 받느라 지체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수직적 조직문화(Top-Down)이기 때문인데 하나를 하더라도 흔히 얘기하는 컴펌 받는 과정이 길어진다. 주요 의사결정이 고위 의사결정자 손에만 달려 있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보고 체계'를 충족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고 의사결정자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진행할수가 없어 다시 엎어지고 처음부터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그러나 수평적 조직문화에서는 PM/PO·디자이너·개발자 주로 실무자끼리 함께 회의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PO/PM을 중심으로 서로 수평적인 관계에서 '고객에게 더 좋은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 어떤것인가?'를 빠르게 판단해 나갈 수 있다.
무조건 수평적 문화가 정답이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서로를 신뢰하고 자율적인 책임을 부여하는" 문화는 분명히 제품 출시 속도를 높여주고 동시에 팀원들이 스스로 품질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도록 해준다. 이렇게 진행하면 매번 회고를 통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며, 부족한 부분을 다음 스프린트에서 개선할 수 있다.
2) 협업 도구와 의사소통 방식
IT 업계에서는 Jira, Confluence, Slack, Notion 같은 협업 툴을 많이 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도구를 갖춰도 이를 쓰는 조직문화(각 툴들을 어떻게 활용해야하는지)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예를 들어 제품 피드백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채널'을 마련하거나 툴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한 '가이드'를 마련하여 모두가 동일하게 사용하고, 특정 이슈를 함께 논의할 때 직급이나 역할에 상관없이 열려 있는 태도로 의견을 청취하는 문화가 필수적이다.
이렇게 투명하고 반복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빠른 문제 해결과 높은 제품 완성도가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제품이든 사람이든 피드백시에는 '솔직하게' 얘기해주는것이 불필요한 시간과 커뮤니케이션 미스를 줄이는 방법이다. (그렇다고 비난하거나 화를 내라는 얘긴 아니다.)
1)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팀
신규 기능을 실험할 때 실패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하지만 충분한 가설 검증(데이터분석, 프로토타이핑, 유저인터뷰 등)을 거쳐서 실제 사용자들의 반응을 먼저 보는 문화를 가진 조직은 실패하더라도 빨리 학습할 수 있다.
이는 단지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로 끝나는 게 아니라 '회고'를 통해 실패의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그 과정을 조직 내부의 사례로 만들어 공유하며 사내에서 같은 실수를 다시 하지 않도록 개선된 전략을 쓰도록 장려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우리 회사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아"라는 분위기에서 팀원들은 더욱 보수적이게 행동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안전지향주의로 변해 새로운 시도는 하지 않고 발전이 없는 행태가 만들어지며 결국 책임 지기 싫어 시키는 일만 하는 수동적인 태도로 변하게 된다.
반대로 만약 잘못되더라도 "우리 이번 프로젝트가 왜 실패했을지 분석해보고 다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개선점을 잘 찾아보자"라는 분위기가 있다면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도전적인 기능을 시도해볼 마음의 여유가 생기게 된다.
2) 적극적인 회고(Retrospective) 문화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는 스프린트가 끝난 뒤 스쿼드 단위로 회고를 진행하는것을 장려한다. 회고는 개인이 아닌 팀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하며 누가 잘못했는지 찾기보다는 문제의 원인을 함께 분석하는 데 집중해야한다.
조직문화가 이미 "회고를 통해 서로를 탓하기보다 학습(레슨런)으로 이어간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면 팀원들은 비판적 의견을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이는 곧 제품 퀄리티 향상과 인재 밀도의 향상으로 직결된다.
1) 리더의 '역할 모델’ 효과
리더십은 조직문화 형성에 있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특히 CEO) 이는 직급이 있는 사람들의 언행이 조직의 문화적 가치를 보여주는 본보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리더 스스로 조직에서 정한 문화를 지키기 위해 '회의시간에 늦지 않기', '독단적인 결정하지 않기', '솔직하게 피드백하되,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기' 등의 모습을 보인다면 팀원들은 "회사의 문화가 이런 방향이구나 우리도 지켜야겠다"라고 인식하게 된다.
반대로, 말로는 "우린 자율성을 존중해"라면서 실제로는 탑다운 의사결정을 하고 구성원들에게만 문화를 강요하는 행동을 하면 구성원들은 혼란을 겪고 점차 신뢰를 잃게 된다.
아마 최근 몇년간 급격하게 문화가 바뀌면서 급진적으로 적용하다보니 이전의 문화와 섞여서 이런 문제를 겪고 있는 회사가 많을것으로 보인다.
조직문화는 사내에 수직적으로 전달된다.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먼저 행동하지 않으면 그 어떤 문화를 정의해도 스스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2) 의사결정 구조 설계
리더십은 또한 의사결정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최종 의사결정 권한은 PM에게 있다. 대신 그 과정에서 엔지니어링, 디자인, QA, 영업의 의견을 반드시 듣는다." , "기능 배포 전 최종 확인은 CPO가 한다." 와 같이 책임과 권한의 범위를 분명히 규정해두는 것이다.
보통 애자일구조로 진행되면 스쿼드 내에서의 논의를 통해 결정하지만 최종적인 결정은 PO/PM에게 맡기기도 한다. 이런 구조적 설계가 투명하게 이뤄져 있다면 팀원들 사이에 불필요한 갈등이나 의사소통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빠르게 정정이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제품 개발 과정에서 의사결정을 기다리느라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고 조직 문화를 긍정적으로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 의사결정구조는 전적으로 경영진이 신뢰를 가지고 위임했을때만 가능한데 많은 리더들의 의사결정권 위임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점이 가장 큰 어려움인것 같다.
1) 회사의 성장 단계별 조직문화
스타트업 → 스케일업 → 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조직의 인원 수와 비즈니스 범위가 커진다. 그만큼 의사결정 구조도 복잡해지고 새롭게 들어오는 인원들로 인해 문화가 중첩되거나 변형될 수 있다.
물론 특정 유니콘 기업들처럼 초기 스타트업일때의 문화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기도 하지만 문화를 적극적으로 담당하는 팀이 없다면 유지되기 어려운건 사실이다. 따라서 성장 시기에 따라 추구하는 조직문화는 변하기도하고 그에 맞춰 변화할 필요도 있다.
초기(스타트업)
→ 속도가 매우 중요한 단계.
→ 실패에 대한 관용, 활발한 실험 문화, 창의적인 해결책이 중시됨.
성장기(스케일업)
→ 내부 프로세스를 다듬고, 일정 부분 조직적 안정이 필요한 시점.
→ 이때에도 "조직문화가 우리가 가진 고유의 장점"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
성숙기(중견·대기업)
→ 기존 문화가 경직되기 쉽고, 관료화 우려가 생김.
→ 혁신과 보수적 접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가 관건.
시기에 맞춰 문화가 변해야한다 해도 결국 회사는 제품 개발을 하고 개선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문화적 원칙, 열린 소통, 투명한 의사결정, 실패를 통해 배우는 자세는 일관되게 유지될 필요가 있다.
소수의 인원 문화는 지키기 쉽지만 신규 인력들이 들어오면 개인별로 과거에 경험하고 가지고 있던 문화가 다르기에 '우리의 문화'에 잘 녹여들 수 있도록 하여(온보딩) 기존에 추구하던 문화를 헤치지 않도록 하는것이 가장 중요하다.
2) 문화와 제도의 유기적 결합
"우리 회사는 자유로운 문화를 지향한다" 라고 말만 해서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구체적인 제도와 절차가 필요하다.
구성원들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한 '랜덤 점심, 커피'등이나 '타운홀'을 통한 지속적인 문화 공유, 의사결정이 누락되지 않도록 '회의록 공유 시스템'을 만드는 등 지속적인 장치들을 마련하며 사용하도록 체크해야 '고유한 문화'로서 자연스럽게 녹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실제로 제품을 책임지는 PM의 시각에서 조직문화는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최종 제품"에 대한 팀의 태도와 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의견이 억눌린 분위기에서는 좋은 인사이트가 나올 수 없고, 의견이 무분별하게 쏟아져도 가이드라인 없이 방치되면 혼란만 가중된다. 또한 사용자에 대한 무관심과 수동적인 태도는 절대 시장에서 살아남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없다.
반면 문화적으로 잘 정착된 의사소통 프로세스가 존재하면 누구나 필요한 순간에 목소리를 낼 수 있고, PM은 그 의견을 종합해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할 수 있어 더 성공 확률이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조직문화 TF도 경험해보고 조직 리빌딩 과정에서 리서치부터 우리 회사에 필요한 문화에 대한 정리까지 하나 하나 직접하면서 업무에도 연결을 지어 경험보면 결국 좋은 제품의 시작은 곧 '조직문화'라고 생각이 든다.
특히나 주도적인 성격을 가진 인재들은 위에서 언급한 문화와 자율성을 충분히 부여했을때 더 뛰어난 업무 성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조직문화에 정석과 정답은 없지만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확률'을 올려줄 방법은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은 각자가 살아온 세월이 다르기에 '조직문화'가 없으면 자신의 경험에 기반해서 행동하고 결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내에 '조직문화'라는 좋은 가이드가 잘 만들어져 있다면 이 교재를 기준으로 고객에게 좋은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제품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조직문화는 단순히 "조직이 일하는 분위기"를 넘어 제품의 성패를 가늠하는 열쇠이다. 협업과 의사소통 방식을 결정짓고 실패와 학습을 대하는 태도를 주도하며, 구성원들이 일에 책임감과 만족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IT 업계에서는 스프린트, 애자일, MVP, 린(Lean) 개발 등 새로운 방법론이 계속해서 등장하지만 그 모든 방법론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것은 결국 "얼마나 그 문화가 팀과 조직에 맞게 정착되었는가"이다.
회사의 성장 단계에 따라 조직문화도 유연하게 진화해야 하며 리더는 조직문화가 형식적인 구호로 끝나지 않도록 책임 있게 이끌어야 한다.
특히 PM, HR, CEO 등은 서로 다른 관점에서 조직문화와 제품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고민하고, 실질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제발 꼭!)
"조직문화가 곧 제품 품질을 결정한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적절한 문화를 구축하고 지켜나가는 것, 그리고 변화시키는 용기가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구글 이미지 출처 : https://www.slideshare.net/alleciel/work-rules-korean-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