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택은 감정에 기댈 수 밖에 없으니깐요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디자인학교를 갈까말까 고민을 했었는데, 이제부터는 마음을 다잡고 그 준비를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첫번째 스텝은 지금 퇴근 후 다니고 있는 디자인 클래스 졸업 전시에 전념하는 것입니다. 1년 과정 중 벌써 9개월이 지났는데, 회사와 병행하느라 아쉬운 순간도 많았습니다. 지금처럼 어영부영 하면 할 수야 있겠지만, 지나고 나서 후회가 남을 것 같았습니다.
사람의 시간은 유한하고, 결국 시간을 넣어야지만 나오는 결과물들이 있으니깐요. 졸업 전시를 잘 마치고, 이를 포트폴리오 삼아 원하던 디자인학교에 지원, 나아가 다양한 창작의 분야와 스스로에 대한 가능성을 탐색해보는 것이 어렴풋이 그려지는 앞으로의 제 모습입니다.
앞으로 남은 30대로서의 시간, 8년 정도를 쌓아간다고 했을 때 제가 스스로에게 바라는 점은 딱 3가지입니다. 내 작업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고, 기타를 잘 쳤으면 좋겠고,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것. 이 3가지를 위해 앞으로의 시간을 쌓아가고 싶습니다. 제 삶이 누군가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목적이 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존재한다는 것을 온전히 느끼고 싶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잊지 못할 순간들을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누군가의 행복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정말 더할 나위없는 삶이겠죠.
인상깊게 봤던 드라마 대사 중에, 인생은 결국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라며 건축에 삶을 빗대는 대사가 있었습니다. 어떤 선택에 기준을 삼는데 있어서 이 이야기를 대입해보자면, 외력은 타인의 기대나 사회적인 통념으로서 굳어진 전형적인 행복의 모습들이라고 할 수 있겠고, 내력은 수많은 소음 속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지켜낼 수 있는 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목소리란, 결국 내가 어떤 것을 할 때 느껴지는 감정을 통해서 어렴풋이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일을 하는 것. 감정에 기댄 그 순수하고도 단순한 선택이 때로는 가장 나다운 선택으로 이어지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결정도 따져보면 빈 구멍들이 많겠죠. 모든 걸 내팽겨치고 준비했지만, 학교에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고 회사를 다닐 때보다 생활비의 압박도 더욱 커질 것입니다. 완전한 선택으로는 보이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보고 싶은 이유는 왜일까요. 좋아하는 일을 했을 때,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때 더 잘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며, 오늘, 퇴사를 이야기하고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