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딱딱한 기술적인 이야기
이전 글에서 RICOH GR 의 사진들을 봤으니, 이번 글에서는 어떻게 그런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에 대한 기술적인 이야기를 다뤄볼까 한다. 카메라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최소한의 기술적인 이야기와 함께 가장 친숙한 스마트폰과 비교해보자.
RICOH GR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검색해보면 가장 많이 보이는 키워드가 바로 APS-C 센서다. 너무 기술적인 이야기로 빠지지 않기 위해 쉽게 이야기하면, 같은 사이즈의 다른 콤팩트 카메라보다 엄청 큰 센서를 가지고 있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그럼 실제로 얼마나 클까? 아래 그림을 보자.
회색 부분이 센서 사이즈를 나타내며 좌측 상단의 35mm "full frame" 기준 상대적인 크기를 비교한 이미지로 RICOH GR 은 우측 상단의 APS-C 23.6 x 15.7mm 크기를 가진다. 이는 일반적으로 '크롭 바디' 라 부르는 소형 DSLR 의 센서 사이즈와 비슷하다. 실제 카메라 크기와 센서 크기를 비교해보면 얼마나 큰 센서를 넣었는지 쉽게 와 닿을 것 같다. 참고로 스마트폰의 일반적인 센서 사이즈는 오른쪽 가장 아래에 있는 1/2.5"와 비슷하거나 더 작은 사이즈의 센서를 가진다.
그렇다면 왜 대형 센서가 좋을까? 대형 센서를 사용함으로써 가질 수 있는 많은 장점들이 있겠지만 앞선 글에서 언급했던 깊이감, 심도 표현이 용이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심도 표현이라는 말이 어렵다면 아웃 포커싱 사진을 생각하자. 연애를 하는 사람 중 카메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장만한다는 소위 '여친렌즈'도 이런 아웃 포커싱 사진을 찍기 쉬운 렌즈를 의미한다.
그럼 왜 센서 크기가 크면 아웃포커싱(심도가 얕은 사진)에 유리할까?
아웃 포커싱이 강해지는 (심도가 얕아지는) 원인은 다음과 같다.
1. 조리개 수치(F)가 낮을수록(조리개를 개방할수록) 피사계심도는 얕아진다.
2. 초점거리가 멀수록(망원일수록) 피사계심도는 얕아진다.
3. 피사체와 배경의 거리가 멀수록 피사계심도는 얕아진다.
4. 촬영자와 피사체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심도는 얕아진다.
위 내용을 바탕으로 스마트폰과 RICOH GR 둘 다 단렌즈(단일 초점거리 렌즈 = 물리적인 줌이 안 되는)이고 같은 조리개 수치(F)를 가진다고 가정하여 1,2 조건은 동일하다고 생각해보자.
위 사진처럼 동일한 거리, 초점거리에서 촬영할 경우 작은 센서(우측 이미지)일수록 마치 망원렌즈로 촬영한 듯한 확대된 모습이 된다. 이때 동일 대상, 거리이므로 3,4 조건 역시 모두 동일하게 되어 아웃포커싱의 정도는 같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구도의 사진을 찍기 위해 촬영자가 움직인다면 어떻게 될까?
2,3번의 조건은 동일하게 유지가 되지만 4번 촬영자와 피사체의 거리가 가까워지므로 아웃 포커싱 현상이 더 두드러지게 된다.
즉 결론적으로 센서가 클수록 이러한 아웃포커싱 효과를 쉽게 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반대로는 작은 사이즈의 센서로는 찍을 수 없는 깊은 심도의 사진도 찍을 수 있다는 말이 되는데, 이는 여행지의 풍경 등을 함께 담고자 할 때 자유로운 표현에 유리하다는 말이 된다.
당연히 물리적인 크기의 한계와 렌즈의 한계에서 오는 점 때문에 DSLR을 온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외투 주머니에 들어가는 크기에 DSLR에 버금가는 센서 성능을 지녔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부분이 아닐까? 휴대폰을 챙기듯 간편히 RICOH GR을 주머니에 넣고 즐거운 추억을 사진으로 남겨보자.
http://cameradecision.com/compare/Canon-EOS-750D-vs-Ricoh-GR
[지식] 카메라 센서의 크기와 심도의 관계에 대한 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