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도 따로 시간을 들여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만나서 밥을 먹고 술도 마시고 차도 마시고 싶은 사람이요. 뭘 하든 만나서 기분이 좋은 사람, 만나면 좋은 기운을 받아서 나도 덩달아 행복이 느껴지는 사람, 만나면 영감을 주거나 혹은 용기를 주는 사람말이에요. 우리는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나 기운을 빼는 사람, 만나서 되려 내 기분을 망치게 되는 사람은 자연적으로 멀리 하게 됩니다. 하지만 먼저 언급한 사람들, 내게 에너지를 주고 웃음을 주는 사람들은 자주 만나고 싶어 합니다.
인간은 관계욕구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 삶을 이끄는 중요한 욕구라고 합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포기되지 않는, 심리학적으로 놀라운 욕구라고 해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도 하고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에서 보면 네 번째 욕구가 존경에 대한 욕구인데요. 이것은 타인에게 존경받고 싶은 욕구, 인정받고 싶은 욕구입니다. 이러한 욕구들은 누군과와 관계를 맺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는 일이겠지요. 누군가 알아주지 않은 인정이란 있을 수 없으니까요.
우리가 돈과 시간을 들여서 밥 먹고 술 먹고 차 마시는 사람은 주로 자기대상입니다. 그 사람과 같이 있고 싶고, 마주 앉으면 기분이 좋고, 언어로든 눈빛 같은 비언어로든 나를 확인해 줄 대상을 찾습니다. 어릴 때는 그것이 강렬합니다. 내가 스스로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From 권경인 '부모 심리 수업' -
만나서 기분 좋은 사람들은 아마도 우리를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기 때문일 거예요. 우리는 힘이 들 때면 타인의 위로와 공감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작고 사소한 어려움은 자신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독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을 겪게 된다면 자신만의 자기 위로가 항상 충분한 것은 아니지요.
위로를 받고 싶은 대상을 자기대상이라고 하고 저자의 책에서 보면 어린아이에게 자기대상은 부모입니다. 부모라는 존재는 우리가 맨 처음 만나는 자기대상이기도 합니다. 자기대상이란 심리적 기능을 대신해주는 사람입니다. 어린아이는 스스로 할 수 없는 심리적 기능을 부모가 대신해줍니다. 이해와 공감, 사랑 등 모든 감정을 부모가 대신하게 되고 당연히 아이에게 많은 영향을 주게 되겠죠. 아이가 정서를 이해받고 위로와 공감을 충분히 받게 된다면 심리적 자본이 많은 아이로 자라겠지요. 심리적 자본이 부족한 아이는 성장하고서도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꺼내 사용할 만한 심리적 자본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와의 초기 상호작용적인 경험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생애 초기, 인간은 타자의 응시를 통해서 나라는 존재를 인식합니다. 자신의 존재는 자기대상인 부모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점차 형성되어 갑니다. 응시가 곧 자기 존재가 되는 셈입니다.
-From 권경인 '부모 심리 수업' -
자식에게 부모는 거울이라는 말이 생각이 나네요. 어린 시절 부모와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으로 건강한 자아상을 가지게 된 아이라면 행운이겠지만 실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잖아요. 아이를 힘들게 하고 이해지 못해서 소통이 안 되는 부모들은 대게 자신에게 풀지 못한 숙제가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스스로의 아픈 마음이 자기 돌봄으로 안 되는 부모들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아이에게 투영시켜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부모도 아이도 힘들어지게 되고 관계가 더 어렵게 되는 경우를 우리는 여러 매체를 통해서 배우고 있습니다.
내가 나에게 못마땅한 부분이 아이에게서 보이면 화가 나고, 내가 부족한 부분은 아이도 부족할 것이라고 마음대로 생각하고 투사를 합니다. 그래서 나 자신의 열등감을 아이의 열등감인 것처럼 착각해서 아이를 힘들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은 대게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고 해요. 자신도 아이에게 왜 그러는지 모를 때가 많다는 말입니다. 부모든 아니면 연인으로서든 아니면 아내나 남편으로서든 자신에 대해 스스로 이해를 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적어도 개선을 할 여지는 있겠지요. 그래서 저자도 부모의 자기 이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주는 사람은 부모잖아요. 한데 부모가 자신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의 양육은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자기대상을 통해 요구하는 것에는 이런 욕구가 있습니다. 자기대상의 반응을 통해서 자기주장이나 야망, 재능과 기술, 이상과 가치를 내 속에 지니면서 좀 더 분명한 나의 모습을 이루어갑니다. 이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자기대상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아이들은 이런 역할을 하는 선생님이나 상담자, 그리고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두는 또 다른 자기대상과 만나게 됩니다.
-From 권경인 '부모 심리 수업' -
부모가 아이에게 보다 현명하고 다정하고 따스한 자기대상이 되어준다면 정말 좋겠지요? 저도 사춘기 딸을 키우지만 사춘기 아이들도 역시 훌륭한 자기대상을 필요로 하는 존재랍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부지런히 걷고 있는 아이에게 대단한 부모는 아니라도 좀 더 공감해 주고 아이 감정에 다정하게 반영해주려고 합니다. 아이에게 부모가 건강한 자기대상이 되어주지 못한다면 다른 어른을 찾아다닌다고 합니다. 영혼의 소울 메이트를 만난다면 다행이겠지만 우리 인간관계가 항상 바람직하지는 않으니 상처받고 힘들어 할 수도 있습니다.
긍정적인 자기개념이 형성된 사람들은 어려운 인간관계를 만나더라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자기대상에서 부적절하게 피드백을 받았다면 스스로 어떤 일을 경험할 때마다 자신의 경험과 감정이 부적절하다고 느끼게 돼요. 이래도 되는 것일까 하고 스스로를 의심하고 자책하게 됩니다. 타인의 가치를 내면화하게 되어 점점 의기소침해지고 주눅이 드는 아이로 자랄 수 있지요.
내 경험한 것에 대한 감정과 자기대상이 주는 공감과 반영의 일치가 곧 공감인데요. 자기대상이 주는 피드백이 나의 경험에 대한 감정과 일치하지 않고 이런 일이 계속 반복해서 쌓인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피드백을 많이 받은 사람은 사람들 앞에 서면 나 자신이 부적절하다고 느낍니다. 좀 더 긴장해야 하고, 좀 더 괜찮아 보이고, 좀 더 힘 있어 보이고, 좀 더 세련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시달립니다. 그렇게 느끼지 않아도 될 대상을 만나도 응징과 비난을 받을까, 긴장합니다. "충분하다, 괜찮다"는 말을 믿지 않습니다.
-From 권경인 '부모 심리 수업' -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늘 적절한 공감을 해주고 이를 표현하는 게 늘 어려운 일이지만 반복해서 노력하다 보면 가능한 일일 거예요. 아이가 제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을 때 버럭 화를 내기보다는 일단 나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아이에게 부드러운 공감으로 다가가기를 저도 연습해야할 것 같아요. 왜냐면 우리 마음속에 내 아이를, 가족을,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니까요.
어른들도 자기대상이 필요하다고 해요.
인간은 생존을 위해 산소가 필요하듯 심리적으로 건강한 성인도 자기대상의 반영을 지속적으로 필요로 한다.
- 하인즈 코헛-
어릴 때처럼 어른도 자기대상이 필요합니다. 자기대상이 해주는 공감은 심리적으로 산소와 비슷합니다.
-From 권경인 '부모 심리 수업' 중 -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자기대상이면 정말 대단한 일 일거 같아요. 우리는 그런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 하고 만나고 싶어 하고 내 시간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 하니까요. 자신에 대한 확신만큼이나 타인의 시선에 우리는 취약하지요. 가끔 자신감이 희박해질 때 자기대상이 진심으로 위로해 주고 공감해 준다면 금방 다시 일어설 용기를 가질 테니까요. 내가 그런 사람이 된다면 내 주변도 긍정적인 힘을 가지고 다정한 공감을 해줄 줄 아는 자기대상으로 가득 차지 않을까요. 그렇게 된다면 힘든 일이 생겨도 매일이 견딜만한 하루가 될 것이고 그런 하루가 쌓이면 우리는 늘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대상관계이론의 대가이신 권경인 교수님의 책은 양육서이기 이전에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를 위한 책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자신을 이해하고 알아야 자녀와의 관계도 개선할 수 있으니까요. 자신을 이해해야 자신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개선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해되지 않는다면 개선할 수 없다고 저도 생각해요. 아이에게 그리고 내 가족이나 친구에게 심리적 자본을 많이 남겨줄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는 건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