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상담사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 한 장짜리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누구나 자신의 깊은 내면을 솔직하게 들여보는 것은 두렵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혹시나 나의 못난 모습이 들킬까 봐 겁도 난다. 내가 이런 욕망을 가지는 게 과연 옳은지 눈치도 보인다.
대학원을 먼저 다닌 사촌언니가 공부하는 동안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했었다. 어쩌면 상담이라는 학문 자체가 바로 인간과 인간의 마음에 대한 학문이기 때문이리라. 또한 상담사라는 직업은 먼저 자신에 대한 면밀한 탐색 없이 내담자를 깊이 들여다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심리검사 교수님께서는 자신에 대해 깨질 것이 있으면 빨리 깨지는 게 낫다고 했다. 스스로 감추고 싶은 것. 놓지 못해 꽉 쥐고 있는 것, 그런 것들은 아마 내담자의 눈에도 보일 것이다. 먼저 자신의 틀을 깨트린다면 나 자신과 내담자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앞으로 공부를 하면서 나 자신을 바로 보아야(말 그대로 똑바로!) 할 일들이 많을 텐데 좀 더 용기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쓸데없이 다짐을 한다.
사람들은 아마 여러 가지 이유로 상담사가 되고 싶을 것이다. 참고서적*에 보면 상담사가 되려는 사람은 대게 공통적으로 타인을 돕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 한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삶에 관여하거나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즐기거나, 조력관계나 친밀한 관계에서 오는 만족감을 즐기는 것을 원할 수도 있다. 또한 경험하여 배운 것을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사용하고 싶어 하고 '나는 다른 이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갖고 싶어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나의 동기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다른 사람을 도와줌으로써 내가 좀 나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갖고 싶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직업이 나의 자존감을 올리는 도구가 되면 안 되겠지만 직업 안에서 스스로 보다 나은 사람이 되려고 애써야만 하는 직업이 상담사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상담은 상담사 그 자체가 상담의 도구이고 상담사의 인격도 상담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참고 도서를 인용하자면, 상담사가 된다는 것은 직업과 삶에 헌신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자신의 성장에 책임을 진다는 말이며, 어느 특정한 영역에서 기득권을 취하지 않고 타인을 돕는 일에 전념한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상담사는 집중적인 자기 탐색과 개인적 성장을 위해서 자신을 개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담사는 자신의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시험하고 취약점을 알고 개선해 나가는 일이다. 나는 평소에도 '인생은 자신에 대한 공부'라는 말을 좋아하는 편인데, 상담사라는 직업이 딱 그러하다. 상담사는 끊임없는 자기 탐색과 성장을 게을리하면 안 되는 직업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벌써부터 갈 길이 험난해 보인다.
상담사는 전문가이다. 전문가로 일한다는 것은 더 많은 의사결정을 스스로 해야 하고 그만큼의 책임도 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진짜 실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 말고 진짜 내담자를 위해 노력, 인격적으로도 좋으면서 실력도 있는 상담사 말이다.
상담이론 교수님께서 첫 수업 때 그러신다. 오롯이 남의 이야기를 듣는 직업이 무엇이 더 있겠느냐고.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어느 방송에서 상담사는 자꾸 네 이야기를 더 해보세요. 더 해보세요. 하는 사람이며 내담자의 내면의 힘을 키워주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참 고귀하고 가치 있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당신은 새로운 직업을 선택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존재가 되고, 자신과 다른 사람 그리고 세계와 새롭게 관계를 맺는다. -'상담심리학' 중에서
여러분도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농땡이 칠 궁리만 하는 장동하 의사가 환자들을 헌신적으로 돌보고 있던 옆에 윤아름 의사에게 묻습니다.
"아름 선생님은 왜 의사가 되었어요?"
그때 아름 선생님의 답이 기억에 남아 지면에 옮겨 봅니다.
"음, 인간 윤아름은 별로지만, 의사 윤아름은 꽤 봐줄 만하거든요!"
꽤 봐줄 만하고 꽤 괜찮은 상담사가 저도 되고 싶어요.
참고문헌 : Kottler & Shepard 저, 이영순 외 역, 2017, 상담심리학, 사회평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