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상담대학원 1학차를 끝내고 저의 경험과 느낀 점을 위주로 연재를 하고 있어요. 어느덧 마지막 화입니다. 곧 2학차가 시작되거든요. 모두 파이팅입니다.
수업시간마다 '와 이게 머지? ' 하는 새로움과 그 새로움으로 인한 어지러움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많은 양의 공부와 나이 탓을 할 수밖에 없는, 나빠지는 시력과 아프기 시작한 허리통증 사이에서 점점 우울해져가고 있을 때 15주가 지나고 겨울방학이 찾아왔다.
아는 분이 내가 상담심리 대학원에 들어가 공부를 시작했다고 하니, 그거 공부 엄청 많이 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러신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지. 교수님도 평생 공부할 생각 없으면 지금 접으라고 했었다.) 저도 아는데, 몸이 따라주질 않아서요라고 말할 뻔했지만, '와~ 열심히 사는 거 정말 보기 좋아요.'라는 그의 말 앞에 차마 내색은 하지 못했다.
내가 정말 2년간의 공부를 끝마칠 수 있을까 하고 두려움이 엄습해 온 건 그렇지 않아도 나쁜 시력이 더 곤두박이질 치고,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아프기 시작한 허리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해야 할 공부는 많은 데 의자에 앉아있기 힘들다니. 시험기간엔 독감까지 걸려 정말이지 우울했었다. '역시 공부도 때가 있는 건가 봐요.'하고 정형외과 물리치료사님께 너스레를 떨었는데 나보다 열 살은 어려 보이는 그녀는 부끄럽게도 되려 내게 그런다. '공부야말로 때는 없는 것 같아요. 배울 게 끝이 없어요.' 하신다.
수업이 끝나면, 밤 10시 반쯤, 상담대학원 앞에서 선배들이 늘 하는 말처럼 공부하다 토가 나올 것 같은 심정이라 택시를 탔었다.(매번 나는 택시를 타고 하교했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기사님이 왜 이 시간에 여기서 택시를 타냐고 물어봐서 회사를 다니면서 대학원에 다니게 되었다고 설명을 해드렸다. 그랬더니 기사님이 그러신다. '와 , 운이 좋으시네요! 공부라는 것도 다 삼박자가 맞아야 하는 거예요. 시간, 돈, 그리고 건강이요. 하고 싶다고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에요.' 하신다. 현자가 여기에 계셨다. 그렇지. 그렇구나. 나는 이렇게 운도 많은 사람이었구나. 이미 늦었다고만 생각했던 내게, 지금이 가장 적합한 때라서 내가 공부할 수 있는 거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왜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고 자꾸 힘들다, 피곤하다, 두렵다, 어렵다 등등 핑곗거리만 느는 것인지. 누가 등 떠민 거 아니라고, 나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고. 이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전 학자가 참석했던 가을 엠티에서 전공과목 교수님 자신도 스스로 상담사의 자질이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있으시다고 하셨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넣어두라고. 우리의 성향이 다 다르듯이 나중엔 다 각자만의 스타일로 상담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셨다. 어쩌면 그릇의 모양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교수님은 상담사는 그 자체로 상담도구인 만큼, 여러 가지 기법을 안다고 좋은 상담사는 아니며 진실로 내담자를 대하는 확고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배추가 소금에 절여지듯이우리는 그렇게 서서히 스며들듯이 상담사가 될 거라고 하셨다. 교수님은 엠티에 오셔서 행여 교수님과 선배님들께 학교 생활 꿀팁이라도 얻으려고 잠도 안 자고 버티는, 이제 막 상담의 항해에 나선 새내기 항해사들에게 여러 가지 당부를 하고 싶으셨나 보다. 소금물에 한 발만 담그지 말고 두 발 다 담그라고 강조하셨다. 아마도 진심으로 전력을 다해야 좋은 상담사가 되는 게 가능하다는 말이었겠지. 공부하는 동안 아니 어쩌면 내 인생 내내 두 발을 다 담그라는 말씀은 상담이라는 항해에서 저 멀리 항상 떠있는 부표와도 같은 역할이 되어줄 것만 같다. 늘 쉽게 가려고 꾀를 쓰는 내겐 특히나 더.
내가 남은 3학기를 더 버틸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면서도 요약정리를 위해 새 노트를 사고, 대학 도서관에서 방학 때 읽고 싶은 심리학 서적을 빌리고(대학원생이라 책을 열 권이나 한 달 이상 빌려준다고 좋아하면서), 부족한 전공 공부 그리고 심리검사 워크숍을 위해 나도 모르게 인터넷 사이트를 기웃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