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차장님께 상담 대학원에 다니게 되어서 유연근무를 신청해야겠다고 이야기했을 때 맨 처음 내게 한 말이다.
레드오션? 그런가? 하긴 내가 회사에서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무료로 제공해 주는 상담서비스를 이용해 보려고 해피민트라는 앱을 깔기 전에는 나도 그걸 몰랐었다. 하지만 앱을 설치하고 집이나 회사에서 가까운 상담사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이미 아주 많은 전문가들이 내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공들여 쌓아 올렸을 경력들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이제 와서, 자신의 분야에서 이미 전문성을 쌓고 그것을 펼치고 있어도 부족한 나이에, 10년 이상을 공부해도 완전하게 펼쳐질 것 같지가 않은 이 분야에 발을 디디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가를 생각하니 잠시 아연했다.
'난 대기만성형이잖아? 다 자기만의 페이스가 있는 거라고. 난 조금 늦을 뿐이야.'라고 스스로 자위하기엔 난 마흔에 도착한 지 이미 한참 하고도 후였다. 공부할 나이가 이미 한참이나 지난 내가 이제 와서, 감히 뛰어들어도 되는 것인가 하는 두려움이 상담대학원 첫 수업을 가기도 전에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회사를 다니면서 심리상담학부를 졸업한 지도 이미 10년이 지났고 아주 오래전 나는 상담사의 꿈을 접었다고 생각했다. 그때도 비슷한 이유였다. 심리상담이라는 분야는 할수록 어렵고 힘든 분야라는 것과 과연 내가 타인의 삶 속에 들어가서 그들의 고민들에 대해 오롯이 집중할 수 있을 것인가. 내게 그런 능력과 마음의 공간이 있는가. 게다가 안정적인 회사는 내게 마음속 꿈을 펼치기엔 늘 버리기 힘든 카드였고 힘들 때마다 아주 잘 작동했다. 카드는 여전히 내 마음속에 '아직은, 아직은'을 외쳤었고 어느새 시간이 이만큼 흘러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부서 후배가 상담대학원을 준비한다는 말을 듣고 갑자기 정신이 차려졌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은 때라는 걸, 그러니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늦었지만 나는 아직 이 일이 하고 싶다는 것을, 아직 내게 상담사로의 자질을 키울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갑자기 조바심이 나고 마음이 급해졌다.
상담 공부를 하기엔, 대학원에 가기엔 너무 늦은 나이인 것 같아서 조바심이 난다고, 더 빨리 시작하지 않은 게 너무 후회가 된다고 말했을 때 힘들 때마다 지지를 해주는 회사동기는 내게 말했다.
'애 키우랴, 직장 다니랴, 언제 공부까지 했겠니. 지금이 적기다.'라고 응원을 해준다. 그래. 지금이 바로 가장 적당한 때다.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 이미 배는 떠났다.
그리하여 후배와 함께 상담대학원 입학을 위해서 함께 서류준비 및 면접준비를 했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상담 대학원에 입학했고 23년 9월 1일에 첫 1학차가 시작되었다. 회사 내에 같은 분야의 공부를 하는 동료가 있다니 위안도 되고 서로 지지도 해가면서, 근무 중에 업무를 마무리를 해놓고 최대한 짬을 내 딴짓? 아니 발표준비와 과제를 해내는 그런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다. 졸업까지 어떤 일이 우리 앞에 펼쳐질지 기대를 해본다.
레드오션? 글쎄, 그래도, 아직은, 언제나 '좋은 상담사'는 부족할 것이다. 그러니 승산이 있다고 믿으면서.
이곳에 저의 상담대학원 적응기를 연재할 예정이에요. 우리의 인생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지요. 어렵게 시작한 새로운 길 앞에서 저는 시작도 전에 겁이 납니다. 공부는 어쩐지 연애 같기도 하네요. 설레지만 힘들고 아픈 것, 다가가고 더 알고 싶지만 그럴수록 더 모르겠는 것, 내가 먼저 고백해도 다가오지 않는 것, 내가 지치기 전에 상대방이 저를 버릴지도 모르고요. 저는 아마 가다가 주저앉을지도 모릅니다. 내 맘 몰라준다고 엉엉 울지도 모르지요. 힘들지만 분명 가치 있는 일을 시작한 저의 여정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하는 일은 달라도 달리는 이유는 우리 서로 비슷하잖아요. 제 글이 당신에게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특히 동기샘들에게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