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러냐고 묻지 말기

by 시코밀

우리 집 고양이 밀크는 자기 살을 미친 듯이 핥다가 생채기를 냈다. 이번이 벌써 두 번째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그루밍인 줄 알았다. 하지만 녀석의 멈출 줄 모르는 그루밍은 긴 털을 헤치고(터키쉬 앙고라라 털도 길다. 그런데도!) 결국 살에 상처를 내었다.


고양이의 혀는 원래도 까슬까슬한데 그 혀로 자기 살을 무한정 핥다 보니 시멘트 바닥에 무릎이 까이는 듯한 상처를 만들어냈다. 저도 핥으면서 아프니까 으르렁 거리면서도 멈추질 않는다. 대단하다 이놈. 대체 왜! 왜 그러는 거냐. 말 못 하는 동물에게 물어본들 대답이 돌아올 리 없다.


동물병원 의사 선생님은 스트레스라고만 한다. 다른 혈액검사나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그럼 대체 왜 스트레스를 받는 걸까. 우리 집엔 밀크 말고도 코코도 있다. 8년을 함께 살고 있는 코코는 늘 건강한데. 3년째 같이 살고 있는 밀크는 올해 두 번째로 몸에 생채기를 냈다.


붕대를 칭칭 감고도 아픈 곳이 가려운지 상처 쪽으로 자꾸 입이 가는 녀석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떠오른다. 미친 듯이 부정적인 생각으로 자학하고 못된 생각들로 머릿속을 채우다가 마음의 병을 만드는 내 모습이 보였다. 넌 왜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니 하고 야옹이에게 묻는데 어쩐지 그 말은 내가 나에게 묻는 것과 같았다.


자꾸만 부정적인 생각들로 나를 채워서 결국 우울한 마음이 되는 나를 나도 모르면서 밀크에서 넌 왜 그러냐고 묻고 있다. 넌 왜 그렇게 생겨먹었냐. 이번에도 야옹이에게 그리도 같은 질문을 내게도 던져본다. 왜 나는 이렇게 생겨먹었을까. 나도 답을 잘 모르겠다. 밀크는 왜 이렇게 예민해서 스트레스를 잘 받는 것일까. 밀크도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를 잘 모를 것이다. 왜 이렇게 저만 예민한 존재로 태어났는지 잘 모를 것이다. 신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일지도.


묻지 말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이제 그만 못된 생각을 끝없이 곱씹는 것을 멈추자. 밀크야 너도 이제 편안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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