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겠지만, 마음 다스리기

마음의 표정

by 시코밀

요 며칠 사이 두통이 참을 수 없을 만큼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아세트아미노펜 650mg짜리를 2알이나 시간차를 두고 집어삼켰지만 결국 회사에서 일찍 조퇴를 해야만 했다. 두통이 오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진다. 이쯤 되면 누구라도 붙들고 '누구라도 나 좀 어떻게 해주세요. 제발, ' 하고 마음속으로 외치게 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니 갈만한 병원이 딱히 떠오르지 않아서 한의원엘 들렀다.


일자목으로 인해 평상시에도 목과 어깨 통증이 고질병처럼 따라다니는 내게 한의사는 '체한 건데요~' 하신다. 침을 늘 가볍게 놔주시는 한의원이라 속으로 '진짜 실력 있는 한의사일까'항상 의구심을 품었었는데 오랜만에 손목의 진맥을 받았다. 한의원에서 진맥이라니 정말 오랜만이란 생각과 동시에 뭔가 보살핌을 받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리치료와 침에 쓴 환약까지 먹고 두통이 겨우 가라앉았다.


생각해보니 요 며칠 두통으로 괴로웠던 날을 생각해보니 소화도 계속 안되었던 것 같았다. 왜 이렇게 소화가 안 되는 것인가. 불현듯 내 마음이 늘 편치가 않고 미움과 원망 혹은 불만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움으로 화가 난 나를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가 왜 의미 없는 사람들 때문에 열 받아야 하는 거지 하고 분해서.


요즈음 회사에서 마음이 맞지 않는 동료 때문에 자주 화가 났다. 어디를 가든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하는 거 없이 밉고 주는 거 없이 싫은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유난히 예민해졌다.


직속 상사도 아니면서 같은 직원 주제에 일을 지시하는 듯한 말투에도 짜증이 났고, 진심은 없고 쓸데없는 오지랖으로 걱정인지 관심인지 모를 의미 없는 말들을 듣는 것이 지겨웠다. 자신의 업무에만 답답한 원칙을 내세우고 남의 업무에 대해서는 관대한 태도를 요구하는 일관성 없는 모습에 질리고, 농담인지 배려인지 구분이 안 가는 관심에도 '우리 이럴 정도로 친한 사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꼬였는지 상대방이 이상한 건지 구분이 안 가는 그런 마음의 상태가 이어졌었다.


평상시엔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일도 내 마음이 지치고 힘들면 모든 것에 짜증이 나기 십상이다. 지하철에서 만나는 나와 상관없는 '또라이'때문에도, 퇴근하고 집에 오면 베란다로 나가서 갈 곳을 잃고 구석에 처박힌 로봇청소기 때문에도, 쉬는 날에도 연신 들려오는 창밖의 시끄러운 선거유세 소리에도 나도 모르게 얼굴이 찌푸려진다. 별거 아닌 물음에도 남편에게 뼈 있는 말이 대답으로 나가고 애정을 표현하느라고 다리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우리 집 냥이들에게도 괜스레 심통이 난다.


남편이 지나가는 말로 요사이 내 말투가 자꾸 거칠어지는 것 같다고 담담한 지적을 했다. 나는 뭐 맨날 고운 말만 쓰나 하는 반발심이 생겼지만 그의 말을 들으니 내가 내뱉는 말들은 인정하기 싫어도 내 마음의 상태를 고스란히 반영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상시처럼 말을 하는데도 딸 이이도 엄마 왜 인상을 쓰면서 말하냐고 자주 불평을 했다. 사춘기 딸아이는 엄마의 말투와 표정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딸들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산다고 했던가. 감정을 타고 그대로 드러나는 언어 표현과 표정들.


내 마음의 상태는 얼굴들의 미세한 근육들을 움직여 나도 모르게 미운 표정을 만들어 낸다. 내가 그렇게 인상을 쓰나 싶어 싫은 표정을 하고 거울을 보니 오른쪽 눈썹 위쪽 근육이 나도 모르게 치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무의식중에도 내 마음의 상태는 나의 표정도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아이크림을 바르면 뭐하나, 이러다가는 예뻐지기는커녕 예쁘게 늙는 것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순간들이 모여 내 하루를 만들듯이 나의 작은 표정들이 모여 내 얼굴의 주름살을 만들 것이다.


Feelings are visitors. Just let them come and go.라고 했던가. 마음은 모든 병의 근원이라고도 했다. 미음의 감정들이 가슴속에서 모락모락 피어날 때는 어쩐지 그것들이 영영 지워지지 않을 몹쓸 자국으로 마음에 새겨질까 봐 두렵다. 예쁘고 고운 것들만으로도 가슴을 채우기가 부족한데!


이제는 나를 위해서라도 인상은 쓰지 말아야 할 텐데. 고운 마음으로 살다가 늙어질수록 예뻐지게 말이다. 어렵겠지만 노력해보기로 한다. 좋은 것만 보려고 하고 좋은 것만 먹고 좋은 생각만 하기로.


행복은 향수와 같아서 자꾸 옆으로 펴진다고 했다. 나의 긍정적인 에너지는 가족에게도 좋은 향수로 다가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