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위대한 일

잘 몰랐겠지만

by 시코밀

매일 너무 평범해서 지겨워 미칠 것 같던 나의 일상이 사무치게 소중하게 생각될 때가 있다. 가족 중의 누군가가 아플 때이다.


오랫동안 보훈병원에 입원 중이시던 아빠는 급격하게 컨디션이 나빠지셨다. 평상시와 다름없던 금요일 출근길에 엄마의 메시지를 받고 출근과 동시에 휴가원을 올리고 바로 광주로 내려갔었다. 응급실로 들어가신 아빠를 결국 중환자실로 올려보내고 코로나 19로 인하여 가족과의 면회도 사실상 전면 제한되어서 삼일 만에 서울로 일단 올라왔다. 집에 와서 가방을 풀고 보니 고양이 코코가 뒷발을 들고 절룩거리면서 걷는다. 발등이 붓고 부은 발에서는 열감이 느껴졌다. 자주 가던 동물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아무래도 골절 같다면서 여기는 골절 수술을 위한 장비가 없으니 큰 병원을 소개해준다. 놀란 마음 가라앉힐 새가 없이 늦은 저녁 24시 동물 병원엘 데려갔더니 정말 골절이다. 붕대 치료가 오래 걸리고 집에서 케어가 힘들어서 수술을 해야 한단다. 발등뼈가 2개나 부러져 있었으니 얼마나 아팠으면 순둥이 코코는 하악질에 만지지도 못하게 하고 화장실에 숨어서 나오질 않았었다. 오랜 병간호에 지친 엄마 앞이라 내색은 늘 생각지도 못하고 아픈 아빠를 위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나의 꼭 넣어둔 눈물이 넥 카라를 쓴 코코를 병원에 놓고 나오니 그만 왈칵 쏟아졌다.


아파도 말 못 하는 우리 집 고양이 코코와 중환자실에 꼼짝없이 누워계신 아빠의 모습이 어찌 이리 똑같을고. 코코는 다시 부러지지만 않는다면 나을 수 있지만 아빠는 그렇지가 못하다. 그렇지가 못할까 봐 겁이 난다. 평범한 나의 일상이 아픈 가족으로 인해 무너지는 것보다 내가 사랑한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을까 봐 그것이 겁이 난다. 이제는 결코 돌아오지 않을 과거의 모습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4년 동안 서로 사랑했던 남녀가 있었습니다. 함께 사랑하고 서로를 아끼며 살던 이 커플에게 별안간 일이 생깁니다. 남자가 사랑했던 여자가 갑자기 어느 순간 예고도 없이 뇌출혈로 쓰러집니다. 여자가 중환자실로 옮겨진지 3일 동안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위험한 부위라 당장 수술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남자는 중환자실 문 앞 말고는 갈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계속 그 앞을 지켰습니다. 언젠가 꼭 깨어나리라는 기적을 바라면서 남자는 평소 매일 즐겨 듣던 라디오에 사연을 보냅니다.(박소현의 러브게임, 20.9.01 방송)


지금쯤 이 커플의 운명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사연을 읽던 디제이가 사연 끝에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실제로 가장 놀랍고 위대한 일이라고요. 사랑하는 누군가가 아파서 결국 함께 있지 못할 때 비로소 우리는 그 놀라운 일을 깨닫게 됩니다.


한번 생각해보세요. 매일 같이 사는 옆 사람은 우리가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일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매일 같이 있기 때문에 그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살 때가 많죠.


실제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지 못해 괴로운 사람은 아마 알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는 것이 가장 놀랍고도 위대한 일이라는 걸요.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구 씨도 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면, 가끔은 함께여서 더 짜증이나고 힘들더라도 그 위대한 일을 우린 매일 해내고 있음을 보다 자주 깨달으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늦어지기 전에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