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 전에 바꿔
재화 소비에서 경험 소비로
맨 처음 옷은 그만 사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건 좁아진 집으로 이사를 오고 수납공간의 부족 때문이었다. 안방 붙박이 장에 나의 사계절 옷이 전부 들어가고도 부족하게 되자 정말 줄여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정말로 씀씀이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아이와 시작한 PT(Personal training)와 취미로 배우는 댄스스포츠 개인 강습비 때문이다.
남편의 표현을 빌리자면 '각목'인 내가 그래도 댄스스포츠를 4년씩이나 배우고 있다. 배우는 춤의 종목이 많아(라틴댄스 5 종목, 모던 댄스 5 종목으로 총 10 종목) 배울 게 많다 보니 쉬이 질리지 않는 것 같다. 작년부터는 모던 댄스 Modern ballroon dance(왈츠, 탱고, 폭스트롯, 퀵스텝, 비엔나 왈츠)를 더 집중적으로 배우고 있다. 개인 레슨도 받고 있지만 나는 열정도 강제 소분해서 사용해야 하는 워킹맘이 아니던가. 하루가 멀다 하고 동호회 강습장에서 살다시피 하는 젊은 친구들에 비하면 나의 실력은 더디기만 하다. 좀 더 젊어서 시작하지 못한 후회와 함께 나이도 있다 보니 조금이라도 빨리 습득하고자 개인 강습을 할부로 결재했더니 나의 재정상태는 더 악화되었다. 남편에겐 말하지 못했지만 작년엔 적금도 깼었다. 소소하게 소비하는 버릇은 그대로인데 덜컥 큰 금액을 결제해버리니 예산 상태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찾아온 목과 어깨 통증, "목 디스크 같은데요~." 회사 앞 자주 가는 한의원 원장님이 벌써 2번이나 내게 한 말이다. 일자목인 건 알았지만 병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이제 거북목이 되어 있었다. 운동은 필수인 나이가 된 것이다. 수시로 찾아오는 어깨 통증과 두통은 내게 좀 더 돈을 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한의원 원장님은 목디스크가 맞다면 좀 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하루 종일 온라인 수업을 듣느라 책상 앞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딸의 구부정한 척추와 굽은 어깨 건강과 나의 체형교정을 핑계로 함께 PT을 시작하기로 했다.
비극은 늘 이렇게 한 번에 오는 법이다. 우리 집 애묘 코코가 갑자기 골절상을 입었다. 수술비가 백오십에 매번 병원에 갈 때마다 엑스레이 비용으로 6-7만 원이 들었다. 추후에 다리에 박은 핀을 빼는 수술이 한번 더 남아있고 뼈가 다 붙을 때까지는 주기적으로 병원엘 가야 한다. 갑자기 내 차는 엔진 오일이 세더니 수리비로 54만 원이 들었다. 재정상태는 나쁜데 자꾸 돈이 들어갈 일이 생긴다.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것에 낭비를 하느라 정작 꼭 필요할 때는 쓸 돈이 없는 것은 아닐까 하고 살짝 겁이 나기 시작했다. 소소하게 그때그때의 짧은 만족감을 위해 쉽게 지갑을 열면서도 내 몸과 배움을 위한 투자에는 손이 떨린다.
이제 소비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우리 집 코코의 수술처럼 꼭 써야 할 부분이 있고 잠시 소비를 미뤄야 할 항목이 있는 것이다. 쓰다 보면 닳고 감가상각이 되는 물건을 사는 소비를 떠나 시간이 흐를수록 나를 더욱 채우는 세상의 수많은 경험과 나와 내 가족을 더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줄 배움에 대해 더 소비하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외면의 모습을 위해 돈과 마음을 치중하려 했던 과거의 허약했던 나에게서 벗어나 이제는 내 영혼의 풍요로움을 위해 에너지를 쏟을 때인 것이다. 깨우침은 왜 늘 이렇게 늦게 찾아오는 것일까. 늦었지만 이제라도! 변화하는 일만 남았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응당 사지 말아야 할 것을 체념하는 욕구, 진정 나중의 필요를 위해 현재의 욕망을 잠시 꺼두는 용기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떤 종류의 체념은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직시하는 용기와 관련되어 있다.
- '행복의 정복'(버트런드 레셀) 중에서.
참고 : 버트런드 레셀, <행복의 정복>, (2009, (주)사회평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