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알고 지내던 후배가 한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오랫동안 배우고 싶었던 스카이 다이빙을 배우느라고 3년간 옷을 못 샀다는 얘기를 했다. 그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평소 하고 싶은 배움을 위해 현재의 작은 만족을 포기하는 어린 후배의 모습은 많은 울림을 주었다.
돈은 젊어서 즐길 수 있을 때 써야지 다 늙으면 무슨 소용이야라고 생각했다. 다 늙어서 웬 진주 목걸이야. 어울릴 때 사서 해야지. 다리가 떨릴 때 가는 여행이 무슨 재미가 있겠어. 하루라도 건강할 때 다녀야지. 이 말들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 아프게 될지 모르고 우리 고양이 또 언제 병원에 가야 할지 모른다. 미래를 알 수 없다. 그래서 늘 준비는 해두어야 한다.
이제 더 이상은 정작 필요하지도 않은 필요 이상의 옷들과 가방들을 사느라고 얼마 되지 않는 나의 월급을 계산하느라고 전전긍긍하지 말아야 한다. 쓰기 위해 더 벌어야 하고, 더 벌지 못해 안달 내지 말자. 돈이 나를 관리하게 두지 말고 이제는 내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정할 때가 되었다.
진정으로 내게 필요한 것들을 위해 작은 소비들은 줄이기로 한다. 이제 내 몸과 나의 마음을 챙기고 돌보아야 할 때이다. 배움을 위한 소비, 경험을 위한 소비를 위해 잠시 작은 욕망들은 꺼두기로 한다. 옷이 아니더라고 이 세상엔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많고 배우고 싶은 일도 많다. 내가 나 스스로 가득 차면 남이 나를 어떻게 보든지 크게 상관이 없을 것이다. 물건을 비우고 이제는 나의 내면을 채울 때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좀 더 건강해지는 것이다. 내버려 두면 나의 몸은 점점 약해질 테지만 갈고닦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아름다워질 테니까. 한번 사고 나면 감가상각 되는 물건들과는 다를 테니까. 옷은 매일 갈아입을 테지만 내 몸은 매일 갈아입는 것은 아니니까. 나의 몸은 나의 옷 그 자체일 테니까. 나의 몸이 세상과 맞서는 진정한 갑옷이 되어줄 테니까. 건강한 나는 무엇을 입어도 아름다울 테니까.
체계적인 운동을 시작하고 재미 삼아 춤을 추기 시작한 후에 많은 것을 깨닫는다. ' 매일 나는 늙고 있다'는 자각과 함께 내가 알게 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시간의 소중함'이다. 왜 더 빨리 시작하지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으로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연습해서 나보다 일찍 시작한 사람들을 따라잡고 싶지만 난 워킹맘이 아니던가. 열정을 한 번에 몰아 쓰기엔 육아에 살림에 업무에 바쁜 이 땅의 다른 워킹맘들도 충분한 시간 내기가 어려운 점은 다들 비슷할 것이다. 하나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이제 내게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개인 레슨을 위해 학원을 찾았을 때 학원 원장님은 이렇게 젊은 나이에 춤을 시작해서 얼마나 좋으냐고 하셨다. 남들보다 10년 늦어서 한탄스러운 제게 무슨 말씀이세요! 대표님 말씀은 이렇다.
"50대나 60대에 시작하는 사람도 많아요~. 자기는 지금 시작해도 10년 후면 얼마나 실력이 늘겠어~." 그 말씀은 맞다. 10년 후엔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한 것이다. 매일 바쁘다는 핑계로, 이것 저것 많은 것을 하겠지만 정작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10년을 그냥 보낸다면 어떻게 될까. 시간은 다시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고 남아있는 시간이 여전히 안타까운 사람만 되고 말 것이다.
아이에게도 운동을 시키는 이유도 건강상의 이유가 있겠지만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자신을 좀 더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하는 기대도 있다. 뭔가를 꾸준히 하고 있다는 성취감과 동시에 건강해지고 있다는 기분은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아주기적으로 운동을 했을 때 얻게 된 효과가 있다면 다음과 같다.
1. 꾸준히 수업에 참여만 해도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2. 무엇인가를 배움으로써 나는 특별해지고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은 나의 자존감을 높여준다.
3. 나만을 위한 시간과 나만을 위한 투자는 삶의 활력을 준다.
4. 활기찬 에너지는 바이러스와 같아서 가족 구성원들에게도 긍정의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
쉬운 것은 없다. 운동도 춤도 어렵고 힘들 때는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다. 뭐든지 처음 무엇인가를 배울 때는 쪽팔리는 경험을 버텨야 하고 꾸준히 노력해야 잘할 수 있고 조금 잘해야 그다음부터는 비로소 즐길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운동과 춤(아니 당신이 꾸준히 하고 있는 그 무엇이든)은 인생은 내게 좀 더 즐기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임을 알겠다.
꾸준히 무엇인가를 지속하는 걸 떠나 가끔 우리는 도전하는 것조차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시작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실패했을 때의 좌절감을 미리 상상한다면 시도하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 그러니 일단 시도해야 한다. 생각만 하지 말고 뭐든 일단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매일 스쿼트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몇 달째 시작을 못했다. 일단 유튜브에 스쿼트를 틀어놓고 따라 하기만 하면 될 것을!! 그냥 일단 피티체조라도 하면 된다. 시작이 반이다.
얼마 전 '집사부일체'라는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박인철 대표(파워플렉스)가 이런 말을 했다. '(도전하는 것이 목표이므로) 도전하지 않는 것 자체가 실패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실패는 도전의 과정일 뿐인 것이다. 목표를 결과에 두지 말고 도전에 두자. 도전하는 과정에서 그때그때 즐거움을 느끼자고 오늘도 다짐한다. 늘 낙담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기엔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인생은 짧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