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소중한 글쓰기 특강을 진행하는 이유
내가 뜬금없이 문화센터 글쓰기 강사가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문화센터 매니저를 하고 있는 친구의 권유 때문이었다. 친구는 광주지역을 떠났지만, 나는 문화센터에 남았다. 문화센터 매니저님들끼리 친분도 있을 테니 친구의 체면을 생각한 것이 첫 번째였다. 두 번째는 문화센터 특강 일정을 매 학기별로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랜서의 장점 아니겠는가. 세 번째는 아마 미련한 미련일지도 모른다.
방송대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이 와중에 강사 일이 특별히 경력에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다. 게다가 웬만한 아르바이트보다도 시급이 시원치 않는 문화센터 특강 일을 나는 왜 계속 붙잡고 있을까. 솔직히 언제나 쉬운 일도 아니다. 강사 생활 3년 차인데도 말이다.
가끔 새로운 주제로 하는 일일 특강을 열 때는 거의 한 달 전부터 부담감에 밤잠을 설친다.(일은 안 하면서, 어쩌면 일을 안 하고 있어서) 꼭 시험공부는 열심히 하지도 않으면서 시험기간 내내 마음 한구석 불편해하면서 꿋꿋하게 노는 학생 같다. 언젠가 특강 하루 전날에는 아예 밤을 꼴딱 새운 적도 있었다. 특강이 주는 스트레스는 만만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잘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특강을 계속하는 이유는 뭘까. 특강준비하면서 뭔가 나도 배우는 게 있기 때문이다. 뭔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면서 스스로의 인정욕구를 채우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사실 설마 모집이 되겠어?라는 마음으로 특강을 열어놓고, 누군가 1명이라도 수강신청을 하면 호기심과 궁금한 마음에 달려가는 것이다.
아이에게 가뭄에 콩 나듯이 오늘은 엄마 일하러 가는 날이야라고 말해 줄 수 있는 것도 큰 이유이다. 한 번은 아이의 마주이야기 노트를 특강에 소개하기 빌려달라고 말한 적이 있다. 마주이야기 노트는 아이가 하는 좀 귀엽고 웃긴 말을 그때그때 기록하는 노트이다. 매일 기록한 노트를 원에 가져가면 아이들은 하원 차량에 타기 직전에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아이 어린이집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하나이지만, 지난 특강의 주제가 '엄마를 위한 육아글쓰기' 였어서 소개하기로 한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노트가 엄마의 일에 사용된다고 하니 아이의 흥분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엄마! 내일도 빌려주고 그다음 날도 빌려주고 매일매일 빌려줄 거예요!"
특강을 하고 돌아온 날 저녁 5살 꼬마는 잊지도 않고 또 물어보았다.
"엄마 문화센터에서 내 마주이야기 노트 잘 썼어요?"
"그럼~ 완전 잘 썼지~ 주원이 덕분에 특강 잘 하구 왔어~ 너무 고마워~"
"우와~ 신난다~!"
이 대화는 다시 고스란히 마주이야기 노트에 적혔고, 그걸 읽어주시는 어린이집 선생님은 도대체 아이 엄마가 무슨 일을 하는지 조금 궁금하셨을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 또한 내가 강사일을 그만둘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2024년 봄학기 특강을 진행하고 나서 조금은 지치는 기분이 들었다. 당분간 쉬기로 했다. 한창 커 나가는 아이에게 집중해야 할 이유가 있었던 지라, 조심스레 다음학기는 쉬겠다고 수완점 매니저님에게 말씀드렸다. 당분간 쉬겠지만 영원히 쉴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호주에 사는 친화력 좋은 어떤 귀여운 동물 같은 인상을 가진 수완점 매니저님이 말씀하셨다.
"앗! 지급률 5:5로 올려드렸는데 쉬시는군요! 알겠습니다!"
당분간 영원히 문화센터 강사를 떠날 생각이었던 나는 결국 가을 학기에 문화센터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문화센터 매니저인 친구로부터 매니저님이 이렇게 신청해 주신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거라는 내부사정(?)을 듣고 말았기 때문이다. 의리와 정에 약해서 문화센터에 돌아가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약간 꼼수를 두었다. 한 달에 일일 특강 한 번씩만 여는 것.
한 학기에 3일만 일하겠다는 나의 꼼수는.....
광주지역 롯데마트 문화센터 전 점포의 매니저님들의 전화를 받는 나비효과로 돌아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