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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콩 Apr 26. 2022

[육아에세이_한솔교육핀덴 연재] ‘우와’한 세계

“우와!우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이가 짝짝짝 박수를 친다. 밖에만 나오면 멈추지 않는 두 발마저 우뚝 선 채였다. 작은 눈은 동그랗게 커지고 앵두 같은 입에서는 감탄사가 나온다. 밝은 조명 아래의 진열대와 냉장고, 컵라면을 먹고 있는 중학생 두 명. 누가 봐도 평범한 편의점이다. 하지만 21개월 차 아기의 눈에는 평범한 것이 아닌가 보다. 넓지도 않은 편의점을 두리번거리는 아기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그리고는 이내 콧김을 뿜으면서 진열대 사이로 달려간다. 한참 신나게 구경을 하고 결국 장난감을 하나 골랐다. 그런데도 아쉬움이 남는지 나올 때는 카운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편의점에서 나왔지만 돌아가는 길은 멀다. 세탁소와 부동산에 기웃거리는 아이를 끌고 나오면 미용실로 쏘옥 들어간다. 미용실 사장님께서는 반갑게 웃어 주셨지만 엄마의 등에서는 땀이 삐질삐질 흘러내린다. 마트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마트 안 정육점 사장님에게는 당연하다는 듯이 달려가 안긴다. 마트도 한 바퀴 돌고 마트 직원에게 얻은 과자도 야무지게 챙겨서 나온다. ‘이제 진짜 집으로 가는 거야!’ 아이에게 다짐을 받으며 집으로 향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집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은 바로 놀이터이다. 아이를 낳고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아무리 가까워도 놀이터에서 집으로 가는 길이 가장 멀다는 것이다. 놀이기구는 당연히 한번씩 거쳐야 하고 산책로에 떨어진 낙엽이나 가로등, 개미부터 산책 나온 강아지까지 아는 체를 해야 한다. 한 발자국만 더 가면 집에 시원한 물도 있고 간식도 있지만 내버려두면 아이는 집과는 점점 더 멀어진다. 단조로운 이 산책로가 아기에게는 얼마나 눈부신 세상일까?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얼마나 무심한 어른이 되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나에게도 말썽만 부리다 혼나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새 나도 무조건 ‘안돼’부터 외치는 재미없는 어른이 되어 버렸다. 그런 엄마이지만 요즘 들어 아기는 엄마가 하는 건 무조건 따라 해야 직성이 풀리는 듯 하다. 아이용 컵과 숟가락이 있지만 엄마랑 똑같은 것을 써야 하고, 엄마가 마시는 커피도 탐을 낸다. 아기의자보다는 엄마랑 같은 식탁의자에 앉아서 밥 먹는 것을 좋아한다. 어제는 내 속옷까지 입어보려고 낑낑대는 아이를 보다 웃고 말았다. 아기에게 나라는 세계는 어쩌면 편의점이나 놀이터만큼 ‘우와’한 세계일지도 모른다.

 사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일상에 우아한 여유는 없다. 국그릇을 뒤집으면서도 ‘우와’하는 아기에게 여전히 버럭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아이가 박수를 치면서 감탄할 때마다 무언가 잊어버린 것을 되찾은 듯한 기분이 든다. 이 세상이 얼마나 ‘우와’한지 잊어버린 어른들에게 순수한 아름다움을 알려주기 위해서, 인간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지도 모른다. 따스한 햇살과 꽃비가 내리는 봄날, 아이의 ‘우와’한 세계를 지켜줄 수 있는 우아한 어른이 되기를 바라본다.


고양이간식 훔쳐서 사이좋게 같이 먹고 있는 두 꼬맹이들




https://m.blog.naver.com/hansolfinden/22270598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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