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급한 여자의 가드닝 입문기

by 완주하는 아들육아

멋 모르고 선택한 첫 번째 주택에서 2년 남짓을 살고 이사를 했다. 집 자체로는 나무랄 데가 없었지만 큰 아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자, 등. 하교와 학원 이동에 너무 많은 변수가 생기는 것이다. 집이 시내 외곽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난히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아이의 하교 후 일정은 사정없이 뒤틀렸다. 퇴근의 'ㅌ'과 함께 달려도 아이는 텅 빈 학원 복도에서 혼자 기다리는 날이 많았고 그렇게 아이가 외롭게 기다린다고 생각하면 퇴근길 차 안에선 속이 바짝 말라 바스락 거리는 것 같았다. 속도위반으로 내는 벌금을 모으면 더 큰 집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지경에 다다르자 나는 아이의 학교와 가까운 새로운 집을 찾아야만 했다.




첫 번째 주택을 집만 보고 선택했다면, 지금의 집은 위치만 보고 선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옆집 건너에 초등학교가 있었고, 집 옆엔 고라니, 꿩, 청설모가 수시로 드나들고 비가 오면 청량한 물소리를 들려줄 실개천이 있는 울창한 숲이 있었다. 남편이 심각한 얼굴로 요모조모 뜯어봤던 집의 상태를 나는 '기타 그 밖의 것'들로 간단하게 압축해 버렸다.


" 아니, 그런 집을 어떻게 찾은 거야?"

아이가 마당에서 노는 사진을 찍어 SNS 올리자 한 지인이 물었다.


한 대상의 가치평가는 꽤나 주관적인 것이어서 나에겐 완벽한 집이었지만, 이곳에 먼저 살고 있던 분에겐 그만큼의 매력은 없었던 것 같았다. 아이가 없었고, 벌레를 무서워하고, 고양이를 키우고 있던 분이었다. 아이가 없으니 학교가 가까이 있다는 것이 장점이 되지 않았고, 벌레를 싫어하니 숲이 옆에 있다는 것은 장점보다 단점에 가까웠다. 또 고양이가 탈출할지도 모르니 문을 활짝 열어 둘 수 없어, 개천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는 자주 듣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그만 이사를 나가고 싶은 부부와 어서 빨리 이사를 오고 싶은, 두 아들을 둔 엄마의 가치교환은 이렇게나 명료하게 체결되었다.

애초에 그랬던 분이 어떻게 이곳에 살게 되셨을까 싶지만, 마당은 누구에게나 로망이니까.

처음 만난 마당 - 겨울의 시작


많은 이들이 이 집을 보러 왔다고 했지만, 내가 '그 밖의 것'으로 뭉개버린 집의 상태에 선택을 망설이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내가 이 집에 매입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장점에 집중하고, 급한 내 성정을 잘 발휘한 덕분이다. 그 후 잔금을 치르고 수리를 하며 느낀 자금의 압박과 스트레스는 고통에 가까웠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지만, 살면서 느끼는 행복감은 그때의 아슬했던 기억을 치유하고도 남았다. 그러나 혹시라도 누군가 10년 이상된 주택을 매입하고자 한다면 신중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이 집은 그나마 기본이 괜찮은 주택이었고 전원주택 붐이 일어나는 그즈음에 '집장사'가 지은 집 중엔 그렇지 않은 집들이 더 많다는 것이었다.


손 볼 곳이 한두 곳이 아니었기에, 마당과 정원 꾸미기는 완벽한 후순위였다. 한참이 지난 후 남편은 아이들과 놀기 삼아 기존에 있던 어설픈 텃밭을 걷어내고 잔디를 사서 심었다. 당연히, 일조량이라던가 배수, 평탄화 작업 같은 기본적인 것에는 무지했던 상태로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는 일이지만, 자책하지는 않는다. 결과는 어떨지 몰라도 그 당시 우리로서는 최선이었음을 의심하지 않기에.

잔디를 깔면서 노는 아이와 남편 - 이른 봄
잔디 셀프 시공 한 달 후 - 완연한 봄

우리 집은 남향으로 나 있는 'ㄱ'자 모양의 집이다. 옆집 앞집과 가깝게 붙어있고 좌측으로 울창한 숲이 있었다.

정남향으로 해가 잘 드는 방향이긴 했지만 정면으로 마당 옆 이웃집 건물이 마주하고 있었고, 'ㄱ'자 형태로 서쪽 옆집과의 경계를 가로지르는듯한 건물 모양으로 마당에 늦은 오후의 해는 들지 않았다. 또 동측 숲에 나무들이 크고 울창해서 여름에 3층 창문에서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바라볼 수 있었다.


겨울에 찬 바람을 막아주고 여름엔 서늘한, 마당 캠핑을 하기엔 좋지만 가드닝을 하기엔 뛰어난 환경은 아니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일조량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았지만 섬세하기 살피지 않았다.


전 주인이 심어놓은 가시오가피, 호두, 대추나무 같은 과실수가 무성한 영산홍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의기양양 버티고 있었다. 자금과 시간이 부족했을 땐 방치해 두었고, 시간과 자금력이 회복되었을 때는 내 마당의 구석구석을 주시하며 일조량을 살피고 땅을 파서 흙의 상태를 점검하는 대신 이웃의 근사한 정원을 힐끔거렸다. 이 동네와 그럭저럭 어울리는 정원을 단박에 만들어 놓고 싶었다. 인테리어를 끝내듯 쨘! 하는 느낌으로.


오며 가며 얼굴을 익혀두었던 화원 사장님의 밭에 가서 소나무, 홍단풍, 배롱나무, 화살나무를 골라두었다. 이웃들의 정원에서 자주 보았던 수종이기 때문이었다.


남편은 신중하고 철저한 성격이라 매사를 천천히 진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나라 지도를 놓고 성격 차를 거리로 잰다면, 나는 강원도 평창, 남편은 전라남도 해남쯤 되지 않을까.

전라남도 해남 같은 남편이, 두 달간 해외 출장을 떠날 때를 주도 면밀하게 노렸고, 남편이 출국하고 며칠 후 용인 오산리의 화원 사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제가 그때 고른 나무 언제 갖다 주실 수 있나요?"


성격 급한 여자의 가드닝의 시작은 그렇게 무모하게 시작되었다. 당시 원하는 것은 그저 완성된 '가든'이었지, 결코 '가드닝'이 아니었음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한 계절이 끝나기도 전에 알아차렸다. 아 가드닝의 본질은 육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것을.. 1년 내내 빈틈없는 현재진행형 동사.

육아와 가드닝은 모두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것을..
1년 내내 빈틈없는 현재진행형

장미 덩쿨로 사용할 라티스의 바니쉬 작업을 돕고 있는 5살 무렵의 작은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