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무봉 옛글

여동생에게

조성범

by 조성범

여동생에게

여동생이 한밤중에 카톡 왔다.
나이 지천명이 다 되니
이런저런 시름이 깊은 거 같다.
오빠 왈, 나이 오십 , 반 산거네
이제 애들도 다 커가니 남편에 목줄 매지 말고
돈에 집에 재산에 빠지지 말고

네 인생을 돌보거라 했다.
정말 하고픈 일이 뭔지,
취미가 있는지, 없으면 찾아보고
여행을 떠나 너를 껴안아 보라 했다.

이 땅의 여자들이 안쓰럽고 울컥하네.
돈이 사는 데 필요하고 자기 집 마련이 중요할 수 있으나 세상을 보는 생각 차이가,
자기 인생을 옥죄이기도 하고 풍부하게도 한다.

숨 쉬고 사는 게 행복이니
이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 반환점에서
널 돌보며 사는 게 축복이라고.

인생의 삼분의 일은 나를 위해서
다른 삼분의 일은 가족을 위해서
나머지 삼분의 일의 인생은
봉사와 섬김의 삶이
아름답다고.

봉사와 섬김도 어느 날 갑자기
나이 환갑 넘어
할 일 없을 때 소일거리로 하는 게 아니고
미리미리 중장년부터 준비를 해야 할 수 있다고 봐요.

내가 알고 있는 앎과 작은 지식과 지혜가
온전히 나만의 노력으로 일군
내 것이 아니기에 하늘로 떠나기 전에
세상에 돌려주는 노력이 봉사와 섬김이라고

몸이 움직일 때
누군가의 눈길에 손길에 맘길에
영혼을 떨궈
그가 웃는 모습을 보는 게 행복이라고

지천명에 인생은 고뇌를 넘어
살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위대한 몸짓이 아닌가
아직 절반의 삶을 살았을 뿐이라고

오빠는 동상을 사랑한다.
이제 툴툴 털고 일어나
네 인생을 걸어가거라
이제 겨우 전환점을 돌았을 뿐야

밤이 깊어간다.
넌 열심히 살았어
이제 자야지

사랑한다 선

2013.7.4

사랑하는 오빠가

매거진의 이전글동행의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