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체만체
1.
나, 잘 먹고 산다 웃지 말아라
나, 집 있고 직장 있고 삼시 세 끼 잘 먹는다
나, 돈 있다 웃지 말아라
하루 품팔이 5580원도 감지덕지라 말아라
나, 너와 다른 종자라 말아라
같은 하늘 아래 산다 말아라
너의 땅과 나의 땅바닥이 같은 땅이라 말아라
너는 굼벵이처럼 게을러 입에 풀칠 못하고
나, 큰집에 웃기 바쁘다 말아라
네 굶주림은 너의 게으른 업보라고
나, 잘 사는 것은 내 피땀이라고
그리 함부로 판을 가르지 말아라
네 땅 금딱지 놀음에 지칠 때
나, 쌀통 걱정이 나의 못남이라 말아라
2.
조국 두 쪽으로 찢어져도
나 괜찮다 말아라
북쪽은 공산이고 남쪽은 자유이니
수십 년 헤어졌으니 통일돼서 분란 일으키니
그냥 남남으로 사는 게 속 편하다 말아라
3.
애비 잘 못 만나 사기 치지 못해
거지처럼 사는 게 당연하다 말아라
순수하게 사는 이 모습이 바보 같다 말아라
남 등치지 않고 사는 아부지 어무니를 사랑한다 말하라
4.
경상 일천만 유권자를 업고
대를 이은 세습이 못마땅하더라도
쥐 죽은 듯이 길들여져 살아라 말아라
사대강이 녹조로 먹는 물 조차 헐떡거려도
수십 조 해마다 쑤셔 박아도 백년대계로 한 짓이니
참고 기다리라 말하라
우리는 같이 죽자는 것 아니라 말아라
고리 원자력 발전소 수명 연장 10년, 오늘 초토화되면
울산, 포항, 부산, 대구까지 신라가 없어져
운다 말아라 그곳은 영령의 숨이니
5.
식민 세습과 유신 대를 이은 충성으로
쌀독 걱정 않고 산다 말아라
제주 4.3 의거, 광주 항쟁, 세월호 참살을 본체만체하며
나는 집이 있고 먹거리 걱정 없고 금고에 쌓은
달러가 넘쳐난다 그리 말아라
전쟁 나면 미국, 동남아 별장으로 토끼면 된다고
웃지 말아라
내 자식은 미국에서 잘 배우고 있다 말아라
조국은 돈놀이하는 위장의 카멜레온 땅이라 말아라
6.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무성하게 온다 그리 길들여졌는가
대한 땅은 선혈의 피를 먹고 자라는 것을,
영령 앞에 고해하는 나를 마주하는 것이라
7.
나의 웃음 너의 눈물을 먹고 산다
너의 눈물이 나의 고통을 입고 간다
북은 남이고 남은 북이라
천년만세 할 듯이 기뻐 날뛰는가
대한 동포 껴안고 개마고원 지나 신의주 지나
압록강 지나 만주벌 안시성을 걷고 싶어라
백두산 천지 신령 사는 대한 땅에 눕고 싶어라
2015.7.6.
조성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