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무봉 옛글

건축가의 굴레를 벗다

조성범

by 조성범

건축가의 굴레를 벗다

아련한 기억 속에 묻힌 건축가의 꿈을 재우니
아쉬움과 후련함이 교차되어 찾아온다.
원치 않았던 16살의 청춘, 공고에서 시작된 직업의 굴레

공대 건축과로 숙명처럼 질기게 이어져 35년여를 밥줄이 되었고 눈물이 되었고
한, 설음이 되었던
생사고락의 그놈을
지천명이 되어서야 내려놓았다.

수없는 불면의 밤을 타고 게욱질 하던
글쟁이의 한을 풀어 등단하고 이제 막 첫 시집을 준비하며 적막한 길로 걸어가네.

가장의 책무와 나의 외길 사이에서
아내의 눈과 딸의 얼굴이 한시도 떠나 질 않는다.
내가 너무 많은 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등에
올리고 나만 좋아하는 길을 가는 건 아닌지

비가 오니 더 아리고 애달프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네
원고 마무리하고 몸뗑이 움직이자


2013.07.12.

조성범



*사진은 작년에 건축가를 놓으며 마지막으로 디자인했던 말레이시아 호텔, 오피스, 쇼핑센터, 주청사 콤플렉스 빌딩 기본설계 스케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