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게 바람을 업고
단골집에 흘러왔다.
수개월만에 왔는데
주인이 없어요.
세상이네, 사는 게 이런 건가.
이 집은 수년 동안 나의 술과 외상을 넘치게 사랑하셨던 누님이었다.
등단 전에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벽에다 등잔에다 글라부랭이를 쓰고 썼다.
등단하면 꼭 찾아 뵙겠다고 했다.
몇 년 전부터 전라도 광주로 가신다고는
했다. 고향으로 내려가겠노라고.
맘이 떠난 주막에 홀로 남아 술잔을 기울인다.
이제 왜상도 안되고 맘을 보는 거다.
누님 잘 내려가셨습니다.
함 광주에 내려 가리다.
책을 드리려 왔는데 아리다.
새 주인도 전라도 분이네.
좋은 분이네.
기다려 주지 않는구나.
잘 살아요. 누님 사랑해
2012.12.27.
조성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