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범
빨간 수박에 베다
대학 도서관 관리실 경비하다 보니
별별 일 허튼짓 부지기수로 많네
사서 직원 한낮 폭염 피하느라
머리통만 한 수박 씻으라 화장실 가다
마주치자 엉겁결에 안절부절못하다
있다 한 조각드릴게요 하길래 괜찮습니다
그래도 푹푹 찌는 폭염 땀께나 쏟은 터라
혹시나 하고 한참 기다려도 소식이 없어 기웃대다
석양거너미 포복할 때쯤 가슴을 쳤네
수박 한 조각 뭐라고 빈말을 참말로 알고 기다렸는지
1센티 빨간 수박 조각에 허튼 가슴 베었다네
경비 초년 시절 선배의 고언이 이제야
‘경비는 사람이 아녀 현관 나오면서 집에 놓고 오게’
책 숲을 서성이며 도서관은 사람대접하겠지 하는 방심
중앙도서관 백만 권 책 있다 손 치더라도
책은 그냥 묵은 폐지일 뿐 사랑이 가슴에서 사라졌더라
상아탑이 이러할진대 여타 세상만사 꿈깨
동행의 나라 멀고도 멀리 꼭두각시놀음이구나
.
빨간 수박 폭염 속 지르밟더냐
한여름 순찰 계단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등짝 골골이 땀방울 성성하다
상아탑 인심 유유히 말라가는구나
책이 종이짝일 뿐 사람 가슴 메말났구나ᅠ
2017.6.28.
조성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