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어제 오르고 밤이 깊도록 산세에 빠져 산을 내려오지 못하다 백운산장 주인장의 배려로 몇 시간 눈 붙이고 새벽 3시경에 돌산을 내려왔다. 낮이라면 1시간 남짓 거리의 산길을 랜턴도 없지 비는 억수로 붓지, 우이동 버스 종점에 오니 6시 40분. 3시간 넘게 기다시피 어깨를 낮추고 무사히 하산하기를 빌며 온몸으로 폭우를 맞으며 한 발 한 발 끌었다. 밤새 천둥번개, 장대비가 쏟아져 중간중간 산길과 계곡 물길이 어긋나는 데서는 어디가 길이고 낭떠러지고 물길인지 분간이 안 가더라. 몇 번의 낭떠러지 고비를 넘기며 한 발 한 발 수 없이 오르고 내린 발의 기억과 육감의 촉을 따라 지친 새벽의 어둠을 내리고 벗기며 하산하였다. 빗줄기에 부딪치는 잎새의 찬연한 분노, 계곡을 흐르는 물줄기에 내리꽂는 비의 울분이 엉켜 산기슭은 온통 신음하더이다. 사이사이 산길을 찾아 노송을 잡고 목신이시여 무사히 하산하게 도와주소서. 몇 번이고 소나무와 갈참나무 아름드리를 붇잡고 고해하며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허공에 뜬 발의 가벼움을 디디며 생사를 들락거리며 내려왔다. 오밤중에 비 오는 계곡, 산길에는 산이 우는 소리가 나무 등걸을 타고 뿌리에서 우듬지까지 허공을 흔들고 하늘을 받치고 있다. 고요와 적막은 인간의 부질없음을 추락하게 한다. 조국의 산하도 아프게 흐느끼더이다. 구슬프게 고래고래 울부짖더이다. 한생의 눈물이 빗물로 걸었습니다.
2014.8.21.
조성범
*사진. 북한산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