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무봉 옛글

멀고도 먼 시간

조성범

by 조성범

무거운 영혼을 입은 당신이

나임을 애써 외면했습니다.


밤새 젖은 그대의 눈이

나의 심장에 흐르는 눈물임을 잊으려 했습니다.


봄꽃이 열매를 맺어

거친 한여름 복받치게 지나

가을이 왔습니다.


하늘 드높이 떠 있는 조국이

당신의 울음과 나의 한이 주고받는

아픔인 것을 눈감았습니다.


그대의 입가에 흐르는 웃음이

실은 나의 녹슨 영혼을 먹고 자라나는

속죄임을 애써 외면했습니다.


같은 땅을 걸어가는 이웃이

수만 년 어깨를 나누며 견뎌온

나의 이웃인 것을 눈감았습니다.


멀고도 먼 시간의 숲에 누운

당신의 보금자리가 나의 어머니가

우리를 낳은 아랫목이었습니다.


두렵게 피어남을 이제야,

헐거운 눈을 들어 그대의 눈가에 흐르는,

고단한 시간의 꽃대임을 알았습니다.


함께 걸어야 할 땅바닥에 피는

웃음꽃이 그대의 울음을 먹고 자란

세월의 단심임을 알았습니다.


복받치는 설음 한 자락 떨어진 자리,

날이 밝아 오니

서슬 퍼런 날이 쌓여 문지방을 넘고 있습니다.


2014.9.21.

조성범


*일부 고쳐 쓰다(202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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