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무봉 옛글

좋은 집의 담론

조성범

by 조성범

인간이 집을 선택하지만 집을 소유한 후

집은 무한정한 영향을 집에 사는 사람에게

정신적, 물질적 영향을 줍니다.


좋은 집에는 향기가 흘러요.

아름다운 집에는 잔잔한 미소가 뿜어져 옵니다.


집은 단지 물질로 형성된 거죽이 아니라

인간이 직립하면서부터 삶의 존재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인간과 동고동락한 필연적 도구이자 삶을 뱉어내는

정신의 울입니다.


좋은 집은 비싼 집이 아닙니다.

아름다운 집은 큰집의 허세가 아닙니다.

집주인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크기와 공간에 거해야 합니다.


안을 수 없을 정도의 큰집에 비싼 집에 살면


그 집이 흉기가 될 수 있습니다.


잠을 편히 잘 수가 없어요, 잠자리가 뒤숭숭합니다.

누구는 집을 작은 우주, 소우주라고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건축은 인간, 시간, 공간, 생활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활과 공간의 관계이고

좋은 시간의 퇴적이며 소통입니다.


공간은 자연적인 우주적인 공간과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집의 내부 공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결국 공간의 다스림이 집의 본체이고 근원이라 봅니다.


임마누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 이미 공간의 성질과 철학적인 담론을 정의하였고

노자 철학에서도 빈자의 미학이 언급되어있습니다.

아무튼, 집은 간결해야 하고 자연과 가까운 자연스러운 모습이 됐을 때

부담 없이 다가가고 소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풍수사상, 풍수 철학이라는 독특한 사유가 거합니다.

바람과 물의 흐름, 기를 중시하는 친환경적인 화두를 전통으로 안고 있습니다.


겸손한 집, 주변과 동화되는 집, 자기 혼자 잘났다고 티지 않는,

도시맥락을 이해하고 각각의 집터, 장소가 갖는 역사를 알고 집에 담아낼 때 좋은 집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집이

집주인의 순수한 심향과 겹쳐지면 생로병사를 건강하게

자자손손 오랫동안 누릴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집이 천수를 누리는 지름길이고 가족 간의 우애와 행복을 찾고 지키는 동행입니다.


좁아도 아름다운 집이 있고

큰집과 비싼 집에도 악마가 거할 수 있습니다.


김수영 시인의 가옥 찬가에서


“집이 여기 있다고 외쳐라


하얗게 마른 마루 틈 사이에서

검은 바람이 들어온다고 외쳐라

너의 머리 위에

너의 몸을 반쯤 가려주는 길고

멋진 양철 채양이 있다고 외쳐라 “


이 시를 대학 때 음미하며 충격을 받았습니다.


집은 한번 지어지면 죽은 물체, 물상이 아니라

인간의 영혼과 하나 되어 살아있는 영혼체로 거듭나고

살아있는 유기체가 됩니다.

집을 사랑하며 겸손하게 집과 대화해 보시죠.


잠자는 아들과 딸에게 아비가 밤늦게 와서

사랑한다 말한 소리를

공부방 공간의 공기와 벽, 천장은

아버지의 사랑을 스펀지처럼 빨아드렸다가

자녀에게 아름다운 향기로 전해줍니다.



2012.10.5. 금.

조성범


*건축설계를 직업으로 할 시간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틈틈이 좋은 집의 담론을 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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