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무봉 옛글

조성범

by 조성범



입으로 뱉고 있으니
살아있지
누가 보던 말든
우물우물 입을 쪼무리고
목구멍에 단물을 꾸역꾸역
붓고 있으니
살아있지

갈갈이 찢어진 곡식은
긴 식도, 밥줄을 거쳐
위장에 한바탕 고해를 하더니만
숲의 영혼을 후려치어
붉은 핏물을 만든다

팔, 다리, 머리통, 온몸에 쓰러지는 단숨에
숨 줄을 헐레벌떡 태워 보낸다.

들판을 물어뜯어야 하루를 살 수 있고
사람을 곱씹어야 경각을 버티는
여기가 피비린내 나는 별천지인가

오늘도 입은 오물오물거린다
입술에 검은 눈이 떨고 있다
눈을 삼킨다




2013.3.27.
조성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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