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 친구
몇 해 전인가 도서관 쉼터 내려가는 적삼목 계단을 개보수하며 목수는 세 번의 톱질을 기꺼이 하는 수고를 마다하고 나무계단 턱에 구멍을 뚫었다. 한갓 들풀에 불과한 민들레가 가여웠는지 창을 내었다. 꽉 막혀 어둠 속에 순장되었을 꽃 풀의 생명을 위해 구멍 뚫린 창문을 내고 어둠 속에 바람과 하늘과 별과 해와 달이 쏟아지게 했다. 가로 반 자에 높이 세 푼 되는 허공을 조각했다. 풀꽃이 지 아비의 톱질을 들었는지 이름 모를 정성을 입고 세찬 눈보라도 거뜬히 이기고 천둥 번개 우레도 벗하며 봄마다 빼꼼히 여린 풀잎 손가락 휘젓는다. 들풀 마디마디 창가를 서성이며 눈 빠지게 기다리다. 풀잎 너울거릴 때 하늘에 갇힌 나를 보는 너의 눈빛이 그렁그렁하다. 낼 산책(점검) 길에는 물 한 바가지 너의 입술을 적셔야겠다.
이 하늘, 이 공기 알뜰살뜰 나누며 헐겁게 살자꾸나.
2017.4.27.
조성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