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홍준표는 왜 저럴까?
2017-05-08(월)_김용민 브리핑에 실린 [최동석 칼럼]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최동석입니다.
1.
지난 시간에 성취예측모형(Achievement Prediction Model, APM)의 “추상화 역량요소”들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성취예측모형은 크게 보면 도구적 역량요소들, 추상화 역량요소들, 목적지향적 역량요소들, 이렇게 세 가지로 분류해서 파악한다고 했죠. 이렇게 분류하는 이유는 어떤 일을 성취하는 과정에는 인풋 요소, 프로세스 요소, 아웃풋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1.1.
어떤 산출물이 만들어지려면 반드시 투입, 작업, 완성이라는 생산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것은 정보와 지식의 생산이든, 자동차와 같은 물리적 제품이든 모든 산출물은 이 삼단계 과정을 거칩니다. 오늘은 성취예측을 가능케 하는 마지막 단계의 아웃풋 요소인 “목적지향적 역량요소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2.
목적지향적 역량요소들이라고 했을 때, '목적지향적'이라는 말은 자신의 삶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그에 따른 높은 목표나 기준을 세우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하면서 끊임없이 시도하는 성향을 의미합니다.
3.
이런 목적지향적 역량은 성취지향성, 대인영향력, 정직성실성이라는 세 가지 역량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목적지향적 역량은 비유하자면, 목수가 가지고 있는 망치를 “올바른 곳”을 찾아 활용하더라도 그것을 건축물이 “완성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성향을 말합니다. 이러한 성향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잘 나타나지 않으며, 높은 성취를 이룩한 사람들에게만 유독 발견되는 특징입니다.
4.
도구적 역량요소들을 탁월한 수준으로 가지고 태어났고 추상화 역량요소들도 올바른 곳에다 활용하고 있지만, 목적지향적 역량요소들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면 사회적으로는 별로 큰 성취를 이룩하지 못하게 됩니다. 우리 주변에도 그런 경우가 많죠. 제가 대학에서 과학분야 영재성이 있는 학생들을 뽑아 가르칠 때였습니다. 어떤 학부모는 우리 애는 머리는 아주 좋은데 노력을 하지 않아서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자료를 보니까, 실제로 그 학생은 이미 고교시절에 멘사 클럽에도 가입되어 있었습니다. IQ가 높은 학생이었죠.
4.1.
그러면 제가 이렇게 대답해 줍니다. IQ가 높은 것도 선천적으로 태어나는 성향이지만 노력하는 성향도 타고나는 것입니다. 노력하지 않는 성향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IQ가 아무리 높아도 뭔가를 사회적으로 성취하려면 쉽지 않습니다. IQ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일러 줍니다. 그러면 그 학부형은 아주 실망하죠. 그래도 애가 노력하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요,라고 묻습니다.
5.
그러면 상담이 한 시간이 두 시간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목적지향적 역량요소가 없으면서 도구적 역량요소만 좋게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은 오히려 불행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사실이니까요. 어쩔 수 없죠. 노력하는 성향을 강제할 수 없습니다.
5.1.
기업에서도 똑같습니다. 끈질기게 노력하는 성향이 없는 직원을 당근과 채찍으로 노력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 것이 미국식 주류 경영학의 커다란 잘못입니다. 왜 그런지, 얘기를 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우리의 논제가 아니므로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이 칼럼을 계속 들으시면 미국식 주류 경영학의 폐해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는 차차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6.
아무튼, 다시 반복합니다만, 목적지향적 역량에는 성취지향성, 대인영향력, 정직성실성 등이 포함됩니다. 이제,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성취지향성입니다. 성취지향성이란 주어진 상황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주변의 기대보다 높은 목표를 설정해서 끈기 있게 추진하여 높은 성과를 창출하려는 성향을 말합니다.
6.1.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마츠우라 모토오라는 일본인입니다. 그는 아이치대학을 졸업하고 신입사원으로 회사에 취직하여 일하다가 1965년 주켄공업을 창업했습니다. 직원들을 선착순으로 채용해서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기업으로 만들었습니다. 초소형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의 70%를 장악한 회사로 유명합니다. 기술 대국 일본에서도 주켄공업의 기술력을 ‘장인정신의 궁극’이라고 극찬하고 있습니다. 그는 신입사원 시절의 경험을 이렇게 썼습니다.
7.
“회사에 출근해서는 뭔가 용무가 있는 척, 회사 전체를 돌아보며 흐름을 살펴보았다. 작업장의 안전 수칙을 비롯해 영업에 사용되는 매매 계약서가 법적인 효력이 있는지, 작업은 합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화재보험은 제대로 들었는지, 이런저런 항목을 담당자들에게 일일이 물어가며 조사했다. 뭐니 뭐니 해도 장래에 내가 사장이 될 회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욱 눈을 크게 뜨고 조사했다.
7.1.
조사를 하다 보니, 사무의 합리화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공부가 될 거라는 생각에 회사의 조직과 사무 합리화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 보았다. 또 커피 한 잔에 경리 담당자를 매수하여, 직원들의 급여와 그 밖에 필요한 정보를 얻었다. 그리고 업무의 중복, 틀리기 쉬운 전표 등 개선해야 할 점이 산적해 있었기 때문에 먼저 개선에 드는 비용을 계산해 보았다.
7.2.
나는 처음 1년 동안 회사 사업에 대해서는 의견을 제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을 지키지 못하고 1년 만에 선배들을 혹사시키게 되었다. 어쨌든 회사는 사무 합리화로 연간 수백만 엔의 이익을 보았고 나 역시 특별 보너스를 받았다.”
(마츠우라 모토오, 『선착순 채용으로 세계 최고 기업을 만들다』, 지식공간 2010)
8.
이 사례는 마츠우라 모토오가 성취지향성이라는 역량요소를 드러내는 전형적인 사건입니다. 이런 사례는 아주 많습니다. 월마트를 창업한 샘 월튼,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 영국의 버진그룹을 세운 리처드 브랜슨 같은 사람들입니다. 이밖에도 물론 많죠.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이 타고난 재능도 있었지만, 그것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이 성공할 때까지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지속했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실패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목표와 기준을 세우고 그것을 끈질기게 실현해 나갔다는 데 공통점이 있습니다.
9.
이런 성취지향성은 사업가들에게만 해당되지 않습니다. 박지성 선수, 김연아 선수와 같은 스포츠맨뿐만 아니라 과학자들, 예술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성취지향성은 어떤 분야에서든 일가를 이룬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된 특징입니다. 원하는 바가 이루어질 때까지 끈기 있게 계속한다는 점이죠.
10.
두 번째, 대인영향력을 보겠습니다. 대인영향력이란 자신이 의도하는 참여와 협조를 이끌어 내기 위해 상대를 설득하거나 납득시키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성향을 의미합니다.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목표나 프로젝트에 타인을 참여 시키기 위해 ‘의도’를 가지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11.
크리스 시부타니라는 맨해튼의 한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마취과 전문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27세의 자폐증 환자인 진은 말이 통하지 않는 비협조적인 환자였다. (이 환자에게 마취제를 주사해야 했다.) 크리스는 진을 인간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그의 입장이 되어보려 애쓰며 상황에 접근했다. 그 결과 진이 주삿바늘을 몹시 무서워한다는 것과 상대방이 자신을 내려다보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1.1.
그래서 크리스는 주삿바늘을 뒤로 숨기고 나란히 앉아서 눈을 맞추며 이야기했다. 또한 진이 놀라지 않도록 매우 천천히 행동하고 그가 콧노래를 부를 때마다 함께 따라 불렀다. 크리스의 노력 덕분에 진은 평정을 되찾았다. (그래서 크리스가 원하는 대로 진의 몸에 주삿바늘을 꽂아 넣을 수가 있었다.)”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김태훈 옮김,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8.0 2011)
12.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명령하거나 지시하여 그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더 많은 권력, 지식, 인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개 우격다짐으로 그렇게 합니다.
13.
여기서 안철수 얘기를 안 할 수가 없군요. 안철수는 대인영향력이 아주 낮은 사람입니다. 안철수가 정치판에 뛰어들 때, 새정치에 대한 갈망이 있고 신선한 이미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지지해주었습니다. 자신에 대한 이미지가 좋고 인지도가 높아서 안철수가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다 따라 줄 것으로 순진하게 생각했을 겁니다. 그는 자신이 말하면 다 되는 세상에서 살았죠. 대학에서는 교수요, 회사에서는 사장인데 아랫사람들은 그가 까라면 까는 시늉을 했을 테니까요.
13.1.
그러나 정치판에서는 그게 불가능합니다. 당대표가 되었다고 해서 명령하면 다 되는 세계가 아닙니다. 내면에 인간과 세계에 관한 확고한 철학이 있어야 하고 그것에 더하여 인간적인 매력과 호소력이 있어야 정치를 할 수 있습니다. 안철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신에게 확고한 정치철학도 없고, 인간적인 매력도 호소력도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모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13.2
안철수가 정치판에 들어온 초기에 그를 지지했던 유명한 지식인들이 안철수를 떠났습니다. 이제는 그를 지원하지 않죠. 오히려 그의 인간됨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20여 명의 보좌진이 바뀌었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언론을 통해 다 밝혀졌죠. 안철수는 대인영향력이 매우 낮은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이 정치를 하면 여러 사람이 피곤해집니다.
13.3.
국민더러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명령할 것이 뻔하죠. TV토론이나 유세 내용을 잘 들어보면 시청자나 시민들을 계속 가르치고 있습니다. 안철수를 보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자신이 뭘 모르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몰락하고 있죠. 자기인식의 결핍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안철수는 박근혜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14.
마지막으로 정직성실성을 보겠습니다. 영어로는 인테그리티(Integrity)라는 용어의 번역어입니다. 번역이 참 어려운 개념입니다. 정직함은 honesty라는 단어가 있어서 정직성만을 나타내지는 않습니다. 인테그리티는 오히려 온전함, 흠이 없는, 과일로 말하면 썩은 데가 없는, 그런 뜻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번역이 어렵죠. 그래서 정직하게 충실한 삶을 살아가려는 태도를 묘사하는 정직성실성으로 번역했습니다.
15.
정직성실성, Integrity란 어떤 상황에서도 보편적 가치에 따라 일관되게 행동하려는 성향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의 이익을 위해 결정하거나 행동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도 인류가 추구해야 하는 보편적 가치를 따르려는 성향을 말합니다.
16.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예전에 번역했던 책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셈코 스토리인데요. 이렇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 있는 사람들은 내가 고객에게 설명회를 하면서 제품 결함을 인정하는 것에 대해 몹시 당황해한다. 실망스럽게도 그 때문에 고객과의 거래가 성사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경우 고객들이 내 솔직함에 크게 당황은 하지만, 곧 그다음부터 내가 하는 말은 의심하지 않고 모두 믿게 된다.
16.1.
유명한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거래처에 공급한 기계장치에서 이상이 발생하여 책임문제를 놓고 한동안 분쟁을 벌였던 일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그들을 찾아가서 잘못이 우리 측에 있음을 밝혀주는 도안을 찾아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도안은 꽤 오래전에 발견되었지만, 나는 최근에 와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16.2.
우리 쪽 사람들은 크게 당황했다. 기계를 고치는 비용 45만 달러는 당시 우리에게 상당한 부담이었다. 하지만 그 거래처는 내가 기대했던 대로 반응해주었다. 그들은 우리의 정직함에 감사를 표하면서 그 기계 두 대를 더 주문했다. 우리는 그 자금으로 이전 기계를 새 기계로 대치할 수 있었다. 그 거래처는 지금도 우리 단골 고객이다."
17.
이 정직성실성이라는 역량요소는 다른 역량요소들과 달리 가치중립적이지 않고 선한 의지를 표출하는 역량요소입니다. 인간의 존엄성, 공정성, 투명성, 자유와 평등, 그리고 연대 등과 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시대정신을 반영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18.
지난 칼럼에서 성취예측모형에 따라 안철수의 역량을 간단히 진단했었죠. 그랬더니 어떤 분이 홍준표 후보에 대해서도 그 결과를 알고 싶다고 문의해왔습니다. 홍준표는 성취예측모형에 따라 진단할 가치가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간단히 답변해주었습니다.
18.1.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성취예측모형에 따른 진단의 대상이 되려면, 그가 과거에 공직에서 뭔가를 성취한 기록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기록을 훑어보면 거의 마이너스의 기록밖에 없기 때문에 진단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경남도지사를 하면서 알려진 것은 진주의료원을 폐쇄한 사건, 학교급식을 폐지한 사건 등입니다. 그 바람에 도지사 주민소환청구운동이 벌어진 사건도 알려졌죠.
우리나라 공공의료시스템은 앞으로 더욱 확대되어야 합니다. 공공의료원을 더 지어도 부족한 판에 홍준표는 진주의료원을 폐쇄했습니다. 이런 발상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잘못된 것이죠.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 정치를 하려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할 수 없죠.
18.2.
게다가 입만 열면 귀족 강성노조니, 종북좌파니, 동성애니, 주적이니 이런 발언을 일삼는 것과 그가 유세하면서 내지르는 막말과 욕설과 거짓말을 듣고 있자면 미치광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유세는 시민들과의 약속을 하는 자리인데,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18.3.
예전에 허경영이 대선후보로 나왔을 때는 국민들이 웃기라도 할 수 있었는데, 홍준표는 웃음을 주기는커녕 국민이 불안감과 좌절감을 느끼게 합니다. 국민을 통합시키는 태도가 아닙니다. 국민을 분열시켜서 표를 모으려는 글러먹은 태도입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민을 팔아먹는 태도는 정직성실성의 역량요소가 이명박과 박근혜의 수준이라고밖에 진단할 수 없습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시간부터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바뀌는 것이 좋을지 함께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