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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May 01. 2017

성취예측모형의 추상화 역량요소들

안철수는 왜 저렇게 헷갈리고 있을까?

2017-05-01(월)_김용민 브리핑에 실린 [최동석 칼럼]입니다.


성취예측모형의 추상화 역량요소들

안철수는 왜 저렇게 헷갈리고 있을까?     


안녕하십니까, 최동석입니다.     


1.

지난 시간에 성취예측모형(Achievement Prediction Model, APM)의 “도구적 역량요소”들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성취예측모형은 크게 보면 도구적 역량요소들과 추상화 역량요소들, 그리고 목적지향적 역량요소들, 이렇게 세 가지로 분류해서 파악한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분류하는 이유는 어떤 일을 성취하는 과정에는 인풋 요소, 프로세스 요소, 아웃풋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성취예측을 가능케 하는 프로세스 요소인 “추상화 역량요소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2.

추상화 역량요소들이라고 했을 때, '추상화'는 잡다한 여러 요소들이 혼재하는 상황에서 전체를 포괄하여 필요한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집중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상황은 매우 복잡합니다. 사드배치, 4대강 복원사업, 재벌개혁, 언론개혁, 전관예우 문제, 교육정책, 복지정책 등 산적한 문제들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제시하는 구호가 있다면, 그것이 적폐청산입니다. 이렇게 개념을 명확화 하여 활용 가능한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정렬시킴으로써 앞서 말한 여러 복잡한 요소들과 문제 상황을 정리하는 능력을 추상화 역량이라고 합니다.     



3.

이런 추상화 역량이란 창의성, 학습력, 미래지향성이라는 세 가지 역량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추상화 역량은 비유하자면, 목수가 가지고 있는 망치를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를 찾아내어 망치를 활용하는 능력에 해당합니다. 추상화 역량은 성취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추상화 역량이 결핍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좋은 도구들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허튼짓을 하게 됩니다.     


4.

도구적 역량요소들을 탁월한 수준으로 가지고 태어났지만, 추상화 역량요소들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여 본인이 불행해질 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조직도 실패하게 하는 불상사를 겪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우병우, 김기춘, 홍만표 등과 같은 경우죠. 본인들에게는 얼마나 불행한 일이며 사회적으로도 얼마나 큰 손실입니까? 타고난 좋은 도구적 역량을 잘못된 곳에다 발휘하는 바람에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추상화 역량을 잘 발휘하는 것은 도구적 역량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다시 반복합니다만, 추상화 역량에는 창의성, 학습력, 미래지향성 등이 포함됩니다. 이제,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5.

첫째, 창의성입니다. 창의성이란 기존의 관행과 통념을 넘어서는 새롭고 유용한 아이디어나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성향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창의성의 핵심은 실용적인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실용적인 상상력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도구적 역량을 기초로 하여 지금까지 풀지 못한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창의력을 말합니다. 뭔가를 새롭게 발견하고 발명한 사람들은 창의력이 뛰어나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6.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미국 생물학자로서 옥수수에서 이동성 유전인자를 발견하여 1983년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 바버라 메클린턱(Babara McClintock, 1902~1992)이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7.

"옥수수를 연구할 때 나는 그것들의 외부에 있지 않았다. 나는 그 안에서 그 체계의 일부로 존재했다. 나는 염색체 내부도 볼 수 있었다. 실제로 모든 것이 그 안에 있었다. 놀랍게도 그것들은 내 친구처럼 느껴졌다. 옥수수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것이 나 자신처럼 느껴졌다. 나는 종종 나 자신을 잊어버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 내가 나 자신을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박종성 옮김, 『생각의 발견』, 에코의서재 2007, 21~24쪽 참조)     


8.

이런 예는 또 있습니다. 아마도 가장 잘 알려진 예일 겁니다. 아인슈타인의 사고 실험(thought experiment) 얘기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을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광자(光子)라고 상상했습니다. 광자인 그가 보고 느낀 것을 상상하고 나서 그는 또 다른 광자의 역할을 맡았고, 첫 번째 광자의 역할에서 경험한 것을 비교하면서 상상하려고 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이런 상상력을 통해서 탄생했습니다.     


9.

맥클린턱은 자신이 옥수수 속으로 들어가 염색체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었으며,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스스로 빛의 입자가 되어 다른 입자들과 비교하는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했습니다. 이것이 창조성의 핵심입니다.     


10.

이처럼 창조성은 분석적 사고, 개념적 사고, 영재성이라는 도구적 역량요소들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를 알고 그 도구를 아주 적절히 이용하여 창조적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성향을 말합니다.     


11.

두 번째, 학습능력 또는 학습력이라고 할 수 있는 추상화 역량을 보겠습니다. 학습능력이란 새롭고 다양한 개념들을 명확히 이해하거나 불명확한 상황들을 명확하게 개념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아가 반성적인 깨달음을 통해 기존의 통념들을 새로이 재정의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12.

안도 다다오라는 일본인 건축가가 좋은 예입니다. 건축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은 안도 다다오를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제주도 섭지코지를 비롯한 몇몇 곳에 그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노출 콘크리트로 짓는 독특한 컨셉의 건축물들이죠. 안도 다다오는 실제로 대학을 다닌 적이 없지만, 세계적인 건축가가 된 사람입니다. 그는 학창 시절 권투선수로 커리어를 쌓아가려고 했습니다. 어느 날 지역 챔피언인 하라다 마사히코와 스파링을 붙었습니다.      


13.

그는 이렇게 썼습니다. “아, 스피드, 파워, 심폐기능, 회복력, 어디를 봐도 나와는 차원이 다르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로 저렇게까지 발전할 수 없을 거다. ‘권투로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기대가 완전히 무너지는구나. 그럼 도대체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늘 해오던 ‘물건 만들기’에 흥미를 잃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4.

학습능력이란 이렇게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인생의 성찰을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어디에다 써먹어야 하는지를 아는 능력을 말합니다.     


15.

많은 사람들이 이 학습력이 약하여 자신의 능력에는 부합하지 않은 곳에다 에너지를 쏟아붓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박근혜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자기 자신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을 아주 과대평가합니다. 자신이 잘할 수 없는 일에 욕심을 부립니다. 여기에 비극의 원인이 있습니다. 안도 다다오처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성찰이 필요한데, 그런 성찰이 부족한 사람들일수록 높은 자리와 많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허튼수작을 부리곤 합니다.     


16.

셋째, 미래지향성을 보겠습니다. 미래지향성이란 미래에 발생 가능한 문제를 인식하여 현시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대응책을 강구하고 미래의 기회를 위해 능동적으로 준비하려는 성향을 의미합니다. 지금 당장의 이익이나 쾌락을 위해 행동하거나 그저 며칠 후에 일어날 일을 상상하여 지금 준비하는 사람과 5년 후 또는 10년 후에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예측하여 지금 준비하는 사람은 분명히 그 마음가짐과 행동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17.

그러니까 자신이 가진 도구적 역량을 지금 당장의 이익을 위해 써먹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흔히 잔머리를 잘 굴린다고 하고 시대의 대세를 따라 시류에 휩쓸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먼 미래를 상상하면서 그때를 위해 자신이 타고난 도구적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지금 차분히 실력을 쌓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흔히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왕따가 되더라도 미래를 위해 묵묵히 준비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8.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DNA 이중나선구조를 밝혀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제임스 왓슨은 그의 자서전에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생물학을 전공한) 나는 변변치 않은 수학 실력 때문에 자연학자 외의 다른 일을 할 수 없으면 어쩌나 하고 대학 시절 내내 고민했다. 그러나 유전자를 쫓기로 결정한 이상, 약점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유전학의 본질은 유전자의 분자적 속성들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수학은 모든 물리과학의 핵심이고, 3차원 분자구조에 작용하는 힘들을 묘사하는 것도 수학 없이는 할 수 없다. 나는 고급수학 과정들을 이수해야 했다. 그래야만 내 분야의 첨단에서 활약할 자격이 충분하다는 안도감을 얻을 것 같았다. 설령 수학의 첨단에는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그랬기에 만만찮은 수학 과목에서 받은 B학점 두 개는 어려운 생물학 수업에서 받은 어떤 A학점보다도 든든한 밑천이었다. 게다가 유전자의 비밀을 찾아 생물학으로 몰려드는 많은 물리학자들과 당당히 겨룰 수 있겠다는 점에서도 다행이었다." (제임스 왓슨, 김명남 옮김,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 이레 2009 참조)     


19.

이처럼 자신의 먼 미래에 어떤 일이 닥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해서 미리 준비하는 성향을 미래지향성이라고 합니다.     


20.

이렇게 세 가지 추상화 역량요소, 즉 창의성, 학습력, 미래지향성 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도 안철수의 추상화 역량에 대해 진단해보겠습니다. 성취예측모형의 관점에서 보면, 안철수가 대선 후보들 중에서 가장 과대 포장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21.

안철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인데, 자신이 깨끗하고 훌륭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포장하면 우리 사회에서는 충분히 먹힐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역량에 부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잘 포장하여 정치판에 뛰어든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성취예측모형에 따라 진단해보면, 안철수의 추상화 역량 중에서도 미래지향성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납니다.      


22.

안철수는 앞으로 닥칠 먼 미래를 상상하면서 지금 준비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이것은 개념적 사고의 결핍에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만, 정치인으로서 1년 후 또는 5년 후, 그리고 10년 후에 벌어질 일에 대해 거의 생각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미래지향성이 낮아서 목전의 이익과 승리에 급급한 사람입니다.      


23.

그렇게 진단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2016년 국회에서 테러방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때였습니다. 테러방지법이 대한민국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고, 안철수는 양쪽 둘 다를 비난했습니다. 안철수는 목전에 떨어진 문제의 가장 올바른 정답이 무엇인지를 찾아 그 정답을 앵무새처럼 말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정치철학의 부재가 그런 잘못된 행동 패턴을 보입니다. 철학의 부재는 개념적 사고력의 결핍과 함께 낮은 미래지향성을 보입니다. 사드 배치에 대해 그렇게 극구 반대하다가 합리적인 이유나 설명도 없이 찬성 입장으로 선회했습니다. 사드가 배치되면 미래에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지에 대해 납득할만한 어떤 설명도 없었습니다. 지금 당장 보수층의 표를 얻기 위해 입장을 바꾼 것뿐입니다. 당장의 이익과 승리를 위해 행동할 뿐이죠.     


24.

안철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임용과정은 미심쩍은 구석이 있으나 그렇다 치더라도, 안철수가 부인이 해야 할 사사로운 일을 자신의 보좌진에게 하도록 시킨 것은 공사를 구별하지 못한 잘못이 있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선출직 고위공직자가 되려고 나선 사람이 나중에 밝혀질 것이 뻔한 것인데도 이렇게 사사로운 행동을 하는 것은 미래지향성이 낮기 때문에 나타난 사건입니다.      


25.

안철수는 목전의 이익과 승리에 연연하는 보통사람입니다. 공적으로 큰일을 맡기에는 적합한 인물이 아닙니다. 적어도 고위공직을 맡으려면 10년 이상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미래지향성을 갖추고 지금 현재를 철저하게 준비하는 사람이라야 합니다. 이기려고 하기보다는 옳은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것이 미래지향성이라는 역량요소를 발휘하는 사람들의 특징입니다.     


26.

이 칼럼을 들으시는 분들 중에는 안철수 지지자들도 꽤 있을 것입니다.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성취예측모형에 의한 역량분석은 매우 과학적인 것으로 일반인의 상식보다는 훨씬 높은 예측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금년 가을 학기에 성취예측모형 기초과정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여러분도 성취예측모형을 배우면 안철수가 어째서 공직에 부적합한 인물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27.

끝으로 추상화 역량과는 상관없이 한 말씀 더 드리겠습니다. 지난 칼럼을 들은 어떤 분이 문의해왔습니다. 안철수가 서울대 의대를 나와서 의대 교수를 하다가 벤처사업가로 변신하여 크게 성공했고, 미국 와튼 스쿨을 나왔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동문이라서 사드 문제도 쉽게 해결할 것이고, 카이스트 교수와 서울대 교수를 했던 사람인데, 어떻게 개념적 사고력을 낮게 평가할 수 있느냐고 문의한 것이죠.      


28.

가을에 개설되는 성취예측모형을 공부하시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답변하고 말았습니다만, 우리 사회는 이렇게 일류대학을 나오고 소위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환상이 있습니다. 자신이 그런 경력과 학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성공한 사람들에게 일을 맡기면 잘 할 것으로 착각합니다.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성공신화를 가지고 있던 이명박을 뽑았더니 어떻게 되었습니까?     


29.

고승덕이 2014년 6월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나온 적이 있습니다. 고승덕은 서울대를 나오고 행정, 외무, 사법 등 고등고시 3관왕에다가 판사와 국회의원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예일대, 하버드대,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나왔습니다. 시험 합격증과 학위증을 수집하고 다닌 사람이었죠. 외양을 보면 전부 그럴듯합니다. 그래서 시민들은 그가 공부를 잘 한 사람이니까 교육감을 하면 잘할 수 있을 것으로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었죠. 그러다가 미국에 사는 그의 딸이 자기 아버지는 "교육감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는 주장과 함께 그 이유를 페이스북에 상세히 기록했습니다. 그 바람에 그만 낙선하고 말았습니다. 성취예측모형에 의하면, 학벌에 의한 사회적 성공과 공직 적합성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도 인과관계도 없습니다.      


30.

이렇듯, 화려한 경력과 학벌을 가졌다는 것이 공직에 부합하다는 증거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미래의 성취를 예측하는 진단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잘 몰라서 엉뚱한 사람을 뽑아놓고는 후회합니다. 성취예측모형을 학습하면, 이명박과 박근혜를 공직자로 뽑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게 됩니다.      


다음 시간에도, 큰 이변이 없는 한, 역량모델에 의한 성취예측모형의 목적지향적 역량요소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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