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와 영국의 여행 이야기
아이슬란드와 영국의 차이를 생각해본다.
딸 부부가 사는 동네는, 런던이라고는 하지만 시내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템즈강가에 새로 조성된 조용한 마을과 같은 곳이다. 이상기후로 뜨거운 날씨가 덮치지 않는다면 런던의 기온은 끽해야 섭씨 25도를 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10~20도에 머문다. 영국인들은 싫어 하지만 하루 종일 비가 부슬부슬 내리면 런던의 날씨에 나는 긴팔 옷을 입어야 할 정도의 을씨년스러운 추위를 느낀다. 그동안의 경험에 의하면 그렇다. 한국인이 피서하기에는 좋은 날씨여서 여름 휴가지로서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도시 베를린 날씨도 을씨년스럽기는 런던과 비슷하다. 아이슬란드는 한 여름에도 두툼한 겨울옷을 입어야 할 정도여서 피서지로서 적합하다고 하긴 어렵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아이슬란드에서 다시 돌아와 영국과 아이슬란드를 생각해본다. 영국은 한 때, 물론 100년도 훨씬 전의 일이지만, 세계를 제패했던 나라다. 해가지지 않는 나라였으니까. 영국은 대국으로서 어업분쟁 등으로 작은 나라 아이슬란드를 상당히 괴롭혀 왔다. 그러나 이제는 일인당 GDP에서 영국은 아이슬란드를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큰 격차가 벌어졌다.
영국은 이제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사민주의적 게르만 모델(German Social-Democratic Model)에 기초한 나라들과 현격한 경제력 차이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아이슬란드는 어디를 가도 풍광이 아름답고 사람의 손길이 간 곳이라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다. 물어보지 않아도 인간 중심적인 나라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친절하다. 시골마을에는 도둑이 없어 누구나 문을 열어놓고 산다.
2007년부터 영국을 드나들었으니까, 런던이 변화해 가는 모습을 보면 영국은 과거의 영광을 먹고사는 나라로 전락해 가는 느낌이다.. 영국판 세월호 참사라 할 수 있는 그렌펠 타워(Grenfell Tower) 참사는 영국이 어떤 나라로 가고 있는지를 웅변으로 말해준다.
영국이 이렇게 추락하는 것은 대처 총리 시절부터, 그러니까 1980년대부터 강력하게 추진했던 신자유주의적인 경쟁체제가 중산층을 빈민층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런던에는 슬럼가가 늘어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이 기득권층의 잘못된 국가운영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외국인 노동자들 때문으로 오해하는 바람에 브렉시트(Brexit)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것은 영국인들에게는 치명적인 사건이었는데, 자신이 들고 있는 도끼로 자기 발등을 찍은 셈이었다. 놀라운 것은, 발등이 찍힌 후에야 자신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이해했다는 점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영국의 운명은 독일이 장악하고 있는 유럽연합이 탈퇴 협상에서 영국을 어떻게 처분할지에 달려있다. 유럽연합은 영국에 뽄때를 보여주려고 벼르고 있다.
지금이라도 영국이 살아나는 길은, 가난한 사람들을 중산층으로 다시 복원하는 것이다.
아이슬란드의 풍경
런던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