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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Mar 25. 2019

낙후된 인사조직이론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패러다임의 인사조직이론이 조직혁신의 근본이다

낙후된 인사조직이론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영(經營)은 매우 독특한 사회적 현상이다. 조직의 생산성과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세상의 모든 이론들을 포섭하기 때문이다. 근대적 경영학은 자본가의 이익추구를 돕는 수단으로써 조직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출발하였다. 우리 사회는 근대화의 길에 들어서면서 제국주의 시대의 경영개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특히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은 식민지에 대한 지배와 착취에 걸맞은 행정체계를 한반도에 이식했다. 불행한 일이었다. 조직을 피라미드형 계급구조로 만들어 최상층부의 지배자가 조직 전체를 장악하는 절대 권력을 갖도록 했고상위계급은 하위계급을 명령·통제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했다. 해방 이후에도 이런 일제 강점기의 조직운영방식을 그대로 답습하여 군사독재시대를 거치면서 이것이 마치 인사조직(人事組織)의 철칙(鐵則)처럼 우리 사회에 각인되었다. 이것은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의 사기업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한국식 경영은 군국주의 시대에 쓰던 억압과 착취의 인사조직이론을 아직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적 시각에서 본다면, 이런 구시대의 군국주의적 인사조직이론은 20세기 후반에는 완전히 폐기되었고, 새로운 인간중심형 이론으로 대체되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홀로코스트라는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른 독일인들은 그들의 행위를 반성하면서 나치즘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새로운 경영학즉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인사조직이론을 세워 새로운 경제기적을 일으켰고 오늘날 독일 산업계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스위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과 같은 주변 국가들에도 영향을 주었고, 이를 조직운영방식의 게르만 모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20세기 후반 들어서 인본주의 경영학 시대가 열리면서 서부의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벤처기업들이 생겨나고, 이들이 오늘날 세계를 제패하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하여 지구촌 정보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잘 알다시피, 월스트리트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미국 서부에 정착한 초기의 벤처기업들은 월스트리트의 전통적인 금융자본가들이 요구하던 지배와 통제의 경영방식을 거부하고인간의 존엄성과 자율성을 중시하는 경영방식을 고집함으로써 오늘날 미국을 먹여 살리는 기업들로 성장한 것이다. FAANG(Facebook, Apple, Amazon, Netflix, Google)이라고 불리는 이들 신생기업들은 지난 수백 년간 활용되던 제국주의 시대의 산물인 억압과 착취의 인사조직이론에서 벗어나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새로운 인사조직이론으로 완전히 바꾸었고, 이로 인해 높은 생산성과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일제강점기에 심어놓은 군국주의 시대의 인사조직이론, 즉 지배와 통제, 명령과 복종, 억압과 착취의 비합리적 이론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겐 기회가 있었다. 군사독재시대를 끝내기 위한 민주화의 열풍이 불던 시기에 불합리한 인사제도를 개혁할 수 있었지만 기회를 놓쳤다. 이보다 큰 이슈인 독재정치의 권력구조를 바꾸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 군사독재 시절을 마감하고 문민정부가 들어섰지만, 인사제도에 대한 어떠한 반성적 성찰도 없었다. 그렇게 개혁의 기회를 놓치자 김영삼 정부의 끄트머리엔 결국 국가부도의 지경에 빠지고 말았다. 


이 충격적인 사건은 군국주의 시대에나 적합했던 낡은 인사조직이론의 시효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 중대한 사건의 근본 원인에 대해 반성할 새도 없이 국가는 IMF의 관리체제로 넘어가고 말았다. 이것은 일제 군국주의적 인사조직이론 위에 승자독식과 약육강식의 경쟁 패러다임인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원리가 물밀 듯이 들이닥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후 20년이 흘렀지만, 잘 알다시피, 우리 사회의 노동환경은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 노동자들은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작업환경에서 최장의 노동시간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은커녕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적어도 생존을 보장받고 있는 사무직 지식노동자들이라고 해서 자신의 재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여전히 불안하고 불행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것은 계급주의적 지배구조라는 일제의 잔재와 개인의 무한한 이기심을 강조하는 경쟁체제인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서로 얽혀있어 모든 조직구성원들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인본주의 경영즉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경영은 다른 어떤 경영방식보다 더 높은 생산성과 창의성을 발휘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그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것은 새로운 이데올로기도 아니고 특정인이 만들어낸 새로운 사상이나 철학도 아니다. 자본주의가 추구하는 보다 높은 생산성과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함으로써 더 많은 성과를 창출하려는 과정에서 발전한 경영학이다. 그중에서도 인본주의 인사조직이론은 그런 경영학적 성과를 뒷받침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이 이론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의 여부는 조직구성원의 성숙도강력한 의지그리고 이 시대가 요구하는 공유된 가치관에 달려있다


이런 관점에서 워크숍을 개설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관점에서 인사조직이론이 발전해왔고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성취예측모형》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예 가르치는 기관이 없다. 그래서 이번에 워크숍을 <사람숲협동조합> 주최로 개최한다. 


협동조합에서 간단한 영상까지 만들었는데...


무슨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한번 보시라.


사람을 부품으로 간주하는 경영에서는 어떤 희망도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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