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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Sep 28. 2020

온라인 강의 《직무분석론》(3)


〈사람숲협동조합〉이 주최하는 sunday school에서 《직무분석론》 강의를 개설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조직(organization) 개념은 과도할 정도로 분명하지만, 직무(job) 개념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직무가 조직의 출발점인데도 말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판사(判事)라는 용어는 직무일까요, 신분일까요? 당연히 직무입니다. 신분이 아닙니다. 조선시대가 아니니까요. 법원을 떠나면 더 이상 판사가 아닙니다.      


법원조직 내에 설치되어 ‘재판하는 직무’에 판사(判事)라는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판사(判事)는 직무명칭이고, 판사라는 직무를 맡은 사람은 법관(法官)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습니다. 우리 헌법에도 ‘법관’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판사(判事)라는 직무를 맡은 직무담당자를 통상 판사(判事)라고 부르는 바람에 헷갈리는데, 아무튼 ‘직무’와 ‘직무담당자’, 그리고 '조직'의 관계를 명확히 구분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 헌법과 독일 기본법(헌법)의 차이를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 우리 헌법 101조 1항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     

▶ 독일 기본법 92조 첫 구절

“재판권은 법관에게 위임한다.”(Die rechtsprechende Gewalt ist den Richtern anvertraut)     


얼핏 같은 뜻으로 보이지만, 전혀 다른 의미입니다. 한국과 독일의 법률가들이 가지고 있는 《인사조직론》 관점의 차이는 매우 중대합니다. 어떤 권한이나 권력을 ‘조직’에게 부여했느냐 ‘직무담당자’에게 부여했느냐의 차이입니다.     


한국은 사법권을 ‘법원’(조직)에다 부여했고, 독일은 재판권을 ‘법관’(직무담당자)에게 위임했습니다. 물론 사법권과 재판권은 약간 다르지만 여기선 논외로 합니다.      


문제는 권한을 어디에다 부여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한국의 법관들은 법원이라는 조직을 독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법부 독립'이라는 말은 그래서 나오는 겁니다.      


모든 법관은 반드시 재판에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 독립된 위치에 있어야 합니다. 이 말은 법관들이 모인 조직이 독립될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왜냐? 법원이라는 조직은 실체가 없는 개념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조직'이란 조직 안과 밖을 가르는 경계선을 중심으로 안에 있는 구성원들의 집단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조직을 독립시키면 그 조직은 그야말로 조폭으로 둔갑해버릴 수 있습니다. 《인사조직론》에서 반복하여 가르치는 것이, 모든 직무, 직무담당자, 조직은 반드시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설계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부 구성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경쟁적으로 부패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자꾸 법원 또는 사법부라는 조직이 독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큰일입니다.     


독일은 사법부나 법원은 독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법행정은 법원 스스로 하지 못합니다. 연방일반법원, 연방행정법원, 연방재정법원은 연방법무부가, 연방노동법원은 연방노동부가, 연방사회법원은 연방보건부가 법원행정업무를 맡아서 합니다.      


여기서 법원행정업무란 인사와 예산업무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부수 행정업무 전체를 말합니다. 그러나 '재판하는 일'(직무)은 완전히 독립된 법관들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그렇게 직무와 조직을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재판은 독립되어 있지만, 법관들의 잘못된 일탈행위에 대해서는 담당 행정부처에서 감독합니다. 놀랍죠. 독일인들은 이걸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법관 이외의 누구도 재판에 대해 영향을 주는 일을 하지 않도록 되어 있습니다. 법원의 행정업무는 독립되어 있지 않지만, 법관들은 재판 이외의 일에서 자유롭도록 독립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직무와 조직설계는 교사에게도 동일합니다.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학교행정업무는 전혀 교사들이 개입하지 않도록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사법부의 인사와 예산뿐만 아니라 사법행정 전체가 독립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일반인이 보더라도 엉터리 같은 재판이 수없이 이루어지고, 심지어 대놓고 재판거래를 하는 등 사법농단이 벌어지는 곳이 사법부입니다. 더구나 사법농단의 피의자들을 바로 옆에 있던 동료법관들이 재판을 하고 있는 기괴한 일을 벌이고 있습니다.      


OECD에 가입된 문명국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참담한 일이죠. 우리 사법부의 비극적 역사가 아직도 청산되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 사회가 일제강점기의 군국주의적 조직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치인들과 법률가들이 직무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관들에게 ‘재판’이라는 직무, 교사들에게 '수업'이라는 직무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면, 직무설계(job design)와 조직설계(organization design)를 배워야 합니다.      


그래서 《직무분석론》을 배울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이 코스는 법률가와 교사 여러분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사실 이 《직무분석론》은 법률가나 교사들뿐만 아니라, 고위공직자들, 회사든 시민단체든 조직에서 일하는 분들을 위해 마련했습니다. 그래야 조직의 생산성과 창의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신청하기 https://cafe.naver.com/hufoc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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