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동석 Sep 28. 2020

온라인 강의 《직무분석론》(4)

     

나는 왜 이 강의를 하는가? 공공기관, 사업체, 의료인 등의 문의가 있어서 이 글을 쓴다.     


내가 독일에서 경영학자로 훈련을 받은 후, 독일에 남을까 귀국할까 고민하다가 귀국하기로 했다는 얘기는 이전에 쓴 글 [교육을 얘기하고 싶다] 시리즈에다 썼다. 그 이유는 우리말을 점점 잊어버리는 아이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것 같은 우려도 있었지만, 한국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는 독일경영학(게르만모형)의 인사조직이론과 실제를 전혀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었다.      


다음 세 가지 분야를 한국 기업들에게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다.     


(1) 인사조직론(personnel and organization)

(2) 역량진단론(competency assessment)

(3) 직무분석론(job analysis and design)     


지금까지 끊임없이 이 세 가지를 가르쳐왔다. 나에게 컨설팅료나 자문료를 지급하는 고객사에게만 주로 가르쳤다. 이 내용을 공개적으로 가르치지는 않았다. 그럴 기회도 없었다. 다만, 대학원의 MBA과정에서 미래의 경영자들을 위한 〈리더십개발론〉을 7년간 가르쳤다. 이 강의내용은 《인간의 이름으로 다시 쓰는 경영학》(21세기북스, 2013)이라는 책으로 출간되었다.      


그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부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한은 별로 없었다. 미련 없이 2014년 은퇴했다. 일하느라 미뤄두었던 여행을 다니면서 놀았다. 놀다가 협동조합을 하고 싶어 하는 세 명의 젊은이들을 만났다. 이런 얘기도 어딘가에 썼다.     


이 젊은이들이 <사람숲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이들의 초청으로 이런저런 공개강의를 해왔다. 꾸역꾸역 내 강의를 들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작년부터는 아예 'sunday school'을 마련해 일요일마다 《인사조직론》과 ‘역량진단론’을 한국형으로 개조한 《성취예측모형》 등을 강의했다. 《직무분석론》은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해서 개설하지 않았다. 한국인들은 자신이 맡은 직무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오해하는 듯했다. 사실은 직무가 뭔지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작년부터 윤석열이 일으킨 조국대전(曺國大戰)에서 보듯이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은 분명했다. 양 진영으로 나뉘어 싸웠다. 나는 검찰의 몰상식한 행태를 비판해왔지만, 검찰조직을 비판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그것은 윤석열이라는 개인과 검사들 개개인의 잘잘못을 떠나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공공부문이든, 민간부문이든, 시민단체든, 규모가 다를 뿐 어느 조직에서나 발생한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의 근원은 무엇인가? 직무개념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직무설계와 조직설계가 잘못되었다는 말이다.     


직무설계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 법률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인들, 심지어 인사조직을 전공한 교수들도 모르고 있다. 이것은 인사조직 컨설턴트가 되는 별도의 훈련을 받아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감히 말하건대, 이 지구 상에서 인간중심적인 《인사조직론》이 가장 앞선 나라가 게르만모형을 발전시킨 독일어권 국가들이다. 게르만모형의 특징은 조직설계를 직무설계와 함께 시작한다는 점이다. 직무와 직무담당자를 분리한 후, 직무를 설계한 다음에 직무담당자의 역량을 진단해서 보임한다. 직무 없는 직무담당자는 존재할 수 없다.      


한국인과 독일인의 직무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간단히 비교해보겠다. 그 나라의 헌법에 최고의 권력을 갖는 직무를 어떻게 설계했는지를 보면 안다.      


▶ 우리 헌법(1987.10.29. 전부개정, 제66조)
(1)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
(2)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3)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
(4)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     

▶ 우리 정부조직법(제11조)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서 법령에 따라 모든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한다.     

▶ 독일 기본법(제65조)
(1) 연방총리는 정책지침을 정하고 그에 대해 책임을 진다.
(2) 각 연방장관은 그 정책지침 내에서 자신의 소관업무를 스스로 자기책임 하에 수행한다.
(3) 연방정부는 연방장관 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
(4) 연방총리는 연방정부가 결정하고 연방대통령이 승인한 업무절차규정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다.     


직무를 대하는 태도에서 양국의 차이가 보이는가? 한국인은 대통령에게 모든 것을 몰아주고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방치했다. 그래서 이명박, 박근혜 같은 인물이 대통령이 되면 국가운영이 개판이 된다.     


독일학자들은 연방총리 직무가 세 가지 원리에 의해 규정된다고 말한다.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것이 명확하다.      

첫 문장은 ‘총리의 원칙’으로 총리 직무의 권능을 규정하고 있는데, 연방총리만이 국가운영의 기본방침을 정할 수 있다.(Kanzlerprinzip)     


두 번째 문장은 ‘소관업무의 원칙’으로 총리가 정한 기본방침을 연방장관들에게 배분하되, 연방총리는 그 소관업무에는 일일이 간섭하지 않는다.(Ressortprinzip)     


세 번째 문장은 ‘합의의 원칙’으로 연방장관들 간의 다양한 의견은 반드시 한 목소리(one voice)를 담은 하나의 정책안을 만들어낸다.(Kollegialprinzip)  앙겔라 메르켈 연방총리는 저 빡센 연방장관들을 데리고 이것을 기막히게 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5년째 총리를 하는 이유다.    


독일 연방정부는 이렇게 직무설계로 '직무내용'과 ‘일하는 방식’을 규정한다. 독일 사회는 공공부문이든, 민간부문이든, 시민단체든 직무설계로부터 합리적인 조직문화가 생겨난 것이다. 직무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곧 그 조직의 생산성과 창의성을 좌우한다는 말이다. 연방의회의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연방법원의 법관들이나 검찰관들도 이와 동일한 방식으로 일한다.      


(나는 우리 대법원이 하는 짓을 보면 정말 한심하고 유치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이 얘기는 《직무분석론》강의에서 조금 상세히 할 예정이다.      

참고로 독일의 검찰관들은 법원조직에 속해 있으면서 오로지 사건의 소추 여부만 판단하는 법률가일 뿐 수사를 하지 않는다. 이전 글에도 썼듯이 독일법원의 인사와 예산 등의 모든 행정업무는 법무부의 통제를 받는다. 노동법원의 행정업무는 노동부에서, 사회법원의 행정업무는 보건부에서 담당한다. 법관은 오로지 재판에만 신경쓰도록 직무가 설계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선 왜 법관이 행정업무를 하겠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일단 직업법관이 되면 오로지 재판에만 신경 쓴다. 검찰관도 마찬가지다. 나머지 인사와 예산 등의 행정업무는 행정부의 관련 부처에서 집행한다.)     


일하는 방식이 매우 상식적이고, 직무에 주어진 내용과 일하는 방식에서 상식에 벗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법관이든 검찰관이든 일하는 방식은 동일하다. 민간의 사기업에도 마찬가지다. 직무를 그렇게 설계했기 때문이다.     


게르만모형을 발전시켜온 독일 경영학의 《직무분석론》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배웠으면 좋겠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직무분석이 조직설계와 인간중심적인 조직문화의 출발점이다. 그래야 조직의 생산성과 창의성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신청하기 https://cafe.naver.com/hufocoop/240     


아무쪼록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온라인 강의 《직무분석론》(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