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동석 Jan 22. 2021

〈사람 보는 안목〉을 기르자(2)


사람이나 조직을 진단하는 방법은 그 목적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성격진단, 심리진단, 학습진단, 병리진단, 행동진단, 경영진단 등 수많은 진단 프로그램이 있다. 경영학, 특히 인사조직론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진단이론은 역량진단이다.     


역량진단(competency assessment, 力量診斷)이란 무엇인가?      

진단은 다들 아는 용어다. 여기서 문제는 역량이라는 단어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역량이란 단어는 우리에게 아주 낯설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혀 쓰이지 않던 단어가 외환위기 이후 조금씩 쓰이다가 요즘엔 어딜 가도 역량이라는 말을 쓴다. 아마 역량이라는 용어가 멋있어 보이는 모양이다.     

그러나 우리가 역량이라고 번역하는 영어표현은 두 가지다.      


① competency 또는 competence

② capability      


이렇게 영어단어를 직접 보면, 역량이라는 번역어가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두 단어는 그 용처가 서로 다름에도 둘 다 역량이라고 번역하는 바람에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그 문맥을 잘 살펴야 한다.     


조직론에서는 수용능력이라는 의미를 나타낼 때 capability를 사용하고(때로는 competence를 쓸 때도 있다), 인사론에서는 높은 성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개인의 타고난 특성을 나타낼 때 competency를 쓴다.     


절대로 자기개발에 빠지지 마라     

오해하지 않도록 미리 말해 두어야겠다. 성공한 사람들의 일생을 조사하거나 자신이 맡은 직무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사람들을 연구해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원칙” 같은 것을 만들 거라고 지레짐작하지 않기를 바란다.      


오히려 그 반대다. 성공하는 원칙 같은 게 없다는 점은 이미 밝혀졌다. 자기개발이 아무짝에도 쓸모없음은 이미 자기개발류 서적이나 동영상에 빠져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미국 같은 각자도생,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신자유주의적인 조직문화에서, 즉 인도의 카스트 제도처럼 만들어진 계급사회에서 뼈를 깎는 자기개발 노오력을 통해 계층이동을 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안타까운 일은 없다. 왜냐? 노력해도 안 되니까.     


자기개발 노오력을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핵심은 각자의 노오력이 아니라 사회의 잘못된 경쟁적 구조, 즉 기득권층의 억압과 착취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혁파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사회적 구조적 혁파 없이는 개별적인 노오력은 아무리 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고문을 하는 자기개발류의 책 장사꾼이나 유튜브 장사꾼들만 돈을 벌 뿐이다. 자기개발은 자기를 열등감에 휩싸이게 하며 자신을 비참하게 만들고 스스로를 착취하기 때문에 여기에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의 핵심은 이렇다.      


내가 현실에 불만이 있다면, 그것은 나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나를 바꾸려고 하지 말고 환경을 바꿔야 한다. 환경을 바꾸는 것은 혼자서는 안 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연대하여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꿔보려는 생각으로 대전환을 일으켜야 한다.      


성공의 법칙이 있다는 사람들의 말을 무시하라.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고 말을 하는 사람들을 멀리하라. 다시 말하지만, 그런 것은 없다. 모든 인간은 각자 타고난 성향과 선천적 특성이 있을 뿐이다. 이것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성공하는 법칙이 있을 리 없다.      


타고난 정신적 특성은 생물학적인 유전적 특성과 유사하다. 나는 50대 들어서면서부터 임플란트를 해야 했다. 지금은 12개나 임플란트 상태다. 그런데 아내는 아직도 거뜬하다. 불공정하다고? 그냥 그런 것이고 자연의 섭리다.     


치아의 튼튼함이 노오력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 것처럼 성취지향성, 대인영향력, 정직성실성, 영재성, 학습능력, 창의성, 미래지향성, 분석적 사고력, 개념적 사고력, 자신감 등과 같은 정신적 특성 또한 노력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그냥 그렇게 태어나는 것이다. 불공정하다고? 자연의 섭리라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그래서 더 억울하다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게 대우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의 관심은 competency로서의 역량이다     

여기서 말하는 역량이란 환경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기분이나 감정의 변화와 같은 것이 아니다. 환경조건이 어떻든 웬만해서는 잘 바뀌지 않는 내적 속성(underlying characteristics)을 역량이라고 정의한다.     

 

어떤 정치인이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졌다는 언론 보도를 가끔 보는데, 이는 모두 가짜 뉴스에 가깝다. 물론 헤어스타일이나 눈썹 문신으로 달라졌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뭐가 달라졌을까?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그가 타고난 내적 속성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안철수는 정치에 입문한 이후 지금까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안철수가 정치를 하려고 워밍업을 할 때부터 이미 그는 정치를 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한 가지만 소개하겠다. 안철수는 전국을 돌며 청년들과 토크콘서트를 했는데, 이때 “세계적인 석학”이라고 소개되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안철수가 정치를 하려고 개수작을 부린다고 생각했다. 어떤 미친놈이 안철수더러 세계적인 석학이라고 했겠나. 스스로 그렇게 불렀겠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안철수는 정치에 부합하는 역량을 갖춘 사람이 아닌데, 왜 정치를 하려고 할까? 정치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함께 고통받기 때문에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안철수는 자신이 정치에 부적합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     


정치적 비전과 철학이 무엇인지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에게 스스로 설득할 수 있을까? 나아가 다른 사람들에게 정치적 비전·목적·방향에 대해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리라 본다. 자기 자신을 설득하지 못하는데 타인을 무슨 수로 설득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그는 정치판으로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환호했고 호위했다. 안철수를 따라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저렇게 〈사람 보는 안목〉이 없어서야 어찌할 것인가. 나는 혀를 찼다.      


자신이 어떤 역량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인지 스스로 반성적 성찰이 없는 사람은 공직을 맡으면 안 된다. 아니나 다를까. 안철수는 하는 일마다 되는 게 없었다. 그러자 유명한 정치가들을 흉내 냈다. 실패 후엔 자기개발을 위해 독일로, 미국으로 떠났다. 마라톤도 했다. 그리곤 달라졌다고 했다. 언론사종업원들은 달라졌다고 썼다. 자기개발을 했으니까 달라졌다는 것이다.     


안철수는 지금 정치인으로서 행복할까? “세계적인 석학”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본인과 주변 인물들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주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나는 안철수의 미래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일단 성인이 되면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철수를 예로 든 이유는, 역량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우리가 역량을 학습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아주 좋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자기를 성찰하고 자신이 어떤 역량요소를 어느 수준으로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인지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깨닫지 못한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고 불행한 사례이기도 하다.     


그 밖의 경우도 잘 살펴보자     

이명박은 현대건설에 있을 때나 대통령의 지위에 있을 때나 그의 행태는 같았다. 박근혜도 마찬가지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를 보라. 그들은 스타일이 달랐을 뿐이다. 그들의 생애를 각각 통시적으로 관찰하면 초지일관했다. 특히 공적 생활에서 보이는 행태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정치인들의 미래를 알고 싶으면 과거의 행태를 잘 살펴봐야 한다. 과거 공적 생활의 기록을 정확히 볼 수 있다면 우리는 그의 미래를 상당히 높은 확률로 예측할 수 있다.     


김대중, 노무현을 보라. 그들의 생애도 역시 초지일관했다. 미래에 어떻게 행동할지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먹먹했던 시대를 도끼로 내려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었다.      


문재인을 상상해보라. 철저한 원칙주의자임과 동시에 자신을 스스로 드러내지 않는 성향을 타고 난 사람이다. 그는 위법이나 탈법행위를 할 사람이 아니다. 선한 성품을 타고난 사람이다. 잘못된 법이라도 그 법을 지켜가면서 잘못된 법을 고쳐가는 사람이다. 그러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20년 전쯤 되었을까, 노무현이 문재인을 대중에게 처음 소개할 때, 나는 문재인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 문재인이 누구지? 다들 그랬을 것이다. 문재인은 시대에 붙들려 나온 사람이지 그 스스로 시대를 째고 나온 사람이 아니다. 그는 결코 시대를 휘어잡아 끌고 나가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원칙에 충실한 사람이다. 그래서 때로 답답하게 느껴진다. 문재인은 앞으로도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대로 행동할 것이다.      


이제 〈사람 보는 안목〉이 어떻게 생기는지 조금씩 배워보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지만, 인간의 타고난 특질과 성향은 잘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한 사람의 과거를 알면 그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잘 바뀌지 않는 타고난 성향이 있는데, 많은 학자들이 그중에서도 성취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끄집어내어 역량요소(力量要素, competency factor)로 분류해왔다. 그 역량요소들이 어떻게 서로 상호작용하는지도 어느 정도 밝혀졌다.   

  

이렇게 역량을 진단하는 방법론이 발달하여 오늘날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인 또는 정치인의 성취를 예측할 수 있도록 만든 모델이 여럿 있다. 주로 인사조직컨설팅회사에서 개발해 업데이트해온 모델들이다. 그중의 하나가 내가 지금까지 가르쳐 온 바로 《성취예측모형》(Achievement Prediction Model, APM)이다. 이제 앞으로 하나씩 배워보자. 잘 배우면 〈사람 보는 안목〉이 좋아질 것이다.     


물론 책으로도 출간된다. 불가피하게 전문용어가 나오더라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할 것이다. 누구나 아주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편집하고 있다.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배우자, 자녀, 직장 상사와 동료들에게도 적용해 볼 수 있다. 나아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러 번 반복해야 하는 수고로움 때문에 조금은 시간을 들여 공부해야 한다. 그런 수고로움은 우리 모두에게 보답할 것이다. 조금씩 〈사람 보는 안목〉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사람 보는 안목〉을 기르자(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