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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Sep 10. 2015

고성과(高成果) 조직 만들기

인간존중과 집단지성은 반드시 높은 성과를 낸다

고성과(高成果) 조직 만들기

인간존중과 집단지성은 반드시 높은 성과를 낸다



2015-09-10(목)


삼성전자 "보직장 후보 양성 과정(Samsung Managers Academy)" 인간존중과 집단지성을 통한 고성과(高成果) 조직 만들기라는 제목의 강의를 했다.


나는 그동안 리더십 교육이라면서 부하직원들을 쥐어짜는 기술만 가르치는 산업교육행태를 강력히 비판해왔다. 사람을 자원(human resource)으로 간주하고 마른행주에서 물을 짜내는 방식의 미국식 경영관행을 정신적 폭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강의는 쉽지 않다. 특히 이공계 출신들에게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인간과 조직에 관한 철학적 사유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LG 등 대기업 중에서도 제조기업의 임직원들 대부분은 이공계 출신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인간과 조직에 대한 사전학습이 거의 없는 편이다. 학교에서 기본적인 인문학도 배우지 않기 때문이다. 인류 정신사의 흐름을 전혀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내 강의는 매우 생소할 것이다. 최대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해서 설명하지만, 역시 쉽지는 않다.


그런데도 내가 삼성전자를 비롯한 여러 대기업에서 강의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참석자들이 매우 스마트하고 겸손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어려운 내용이지만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듣는다. 흔히 하는 말로 말귀가 열려있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오늘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똑똑한 사람들과  함께한다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30명의 참석자들 중에서 22명이 질문 또는 소감을 써서 제출했다. 일일이 답변을 써 줄 예정이지만, 질문과 소감의 내용을 보면 강의 내용을 어느 정도로 이해했는지를 금방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경영(학)계와 같이 천박하고 척박한 상황에서 인간존중과 집단지성을 토대로 하는 나의 경영철학과 사상을 이해시킬 때 느끼는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러나 금융기관에서 똑같은 내용의 강의를 할 때, 가끔 절벽에다 대고 말하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다. 금융기관 임직원들도 상당히 똑똑한 사람들인데도 그렇다. 이게 왜 이럴까, 그동안 고민해봤으나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요즘 하나의 가설을 세우고 있는데, 금융기관은 철저하게 영미식 경영 패턴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 지구상의 모든 금융시스템은 뉴욕의 월스트리트와 런던의 시티가 틀어쥐고 있고, 서울의 금융기관들은 그들의 영향을 그대로 받고 있다. 금융인들은 이 세상 모든 것이 오로지 돈이라는 숫자에 의해 움직인다고 믿고 있다. 돈만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훈련을 받는다. 돈 이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철저하게 인간을 자원으로 간주한다. 이것이 뉴욕 월스트리트와 런던 시티의 복음이다.


하나금융그룹에서 세운 하나고등학교의 각종 비리를 생각해보라. 심각한 학교 폭력까지 있었는데 은폐한 의혹도 있다. 금융기관이 교육기관을 소유하고 있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해명하면 할수록  더욱더 의혹이 생긴다. 이 세계의 모든 비리와 부패의 근원은 돈 때문이다. 성서에도 돈을 사랑하는 것이 일만 악의 뿌리라고 하지 않았는가? 돈은 마약과 같다. 일단 중독되면 치료가 간단하지 않다. 무엇엔가 중독된 사람들은 정신이 황폐해진다. 돈에 중독되면 더욱 그렇다. 황폐해진 정신으로는 인간의 실존과 영혼의 능력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인간존중과 집단지성의 힘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비해 제조업에 일하는 사람들은 창의적인 새로운 제품을 연구해서 시제품을 만들어보고 모든 부품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보고 문제가 있는 것을 수정하는 일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자기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를 넓혀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작업은 돈과 직접 관계를 맺지 않는다. 창의적인 제품의 질적 수준만 문제가 될 뿐이다. 이런 식으로 일하다가 생전 처음 듣는 철학얘기를 들으면 얼마나 충격을 받을까 싶다.


제조업에 있는 사람들이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보다 더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는 느낌과 인간존중과 집단지성의 개념을 더 잘 이해한다는 것은,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가설에 불과하다.


ps. 오늘 강의에 참석했던 분들은 배운 내용들이 진짜 그런지 한번 더 정보와 자료를 찾아보고 더 깊이 공부하면서, 학습한 내용들을 단위 조직의 책임자로서 실무현장에서도 실행할 수 있도록 고민해주기를 바랍니다.


강의시간 중에 질의응답을 하면 시간이 늘어지는 경향이 있어서, 질문 또는 소감을 써서 제출하도록 한 후, 이에 대해 일일이 답변을 한다. 금년 봄부터 이런 전략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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