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김밥
충무김밥
오징어무침
석박지
석박지. 섞박지는 깍두기처럼 토막치지 않고 무의 단면 그대로 크게 썰어서 발효 시킨 김치이다. 예전에는 총각김치와 석박지와 깍두기가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몰랐다. 아니 깍두기는 본능적으로 알았다고 봤어야하나. 네모나게 깍둑 썰었으니 깍두기라도 했지 않았을까 추측만 했고 어차피 맛있게만 먹을 생각만 있었지 딱히 차이를 두지도 않았다.
깍두기, 석박지와 총각김치는 재료 및 썰기 전까지 만드는 방식은 비슷하지만 비교적 잘게 썰어서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크기 등이 매우 다르다. 총각김치는 통짜라 딱딱한 겉부분을 씹게 되기에 탄력이 장난이 아니고 잘게 조각난 채인 깍두기에 비해 총각김치의 익는 속도는 확연히 느린 편이다, 그렇기에 총각김치는 무의 단단한 식감을 즐기는 용도로 먹는 편이며 깍뚜기는 양념이 진하게 배인 무를 먹기 위해 먹는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석박지와 깍두기의 차이는 서걱서걱 투박하게 잘랐는지 예쁘게 잘랐는지의 차이가 가장 크지만 또 하나의 차이를 두자면 소금에만 절였던 방식에서 젓갈을 이용해서 담는게 달라졌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이건 지역별로도 젓갈 종류에 따라 달라져서 크게 의미가 있나 싶다.
하지만 나는 거제도에서 태어나 부모님이 어렸을때부터 충무김밥에 오징어가 같이 들어간 석박지로 주신 기억이 있기에 그 기억 조각을 가지고 반찬을 만들기 시작했다.
여타 김밥과는 달리 속에 반찬을 넣지 않는 것이 특징인 충무김밥. 대신 참기름을 바르지 않은 김으로 손가락 만하게 싼 밥에 깍두기와 오징어무침을 곁들여낸다. 각각의 반찬을 김밥의 양만큼 맞추어 내놓기 때문에 김밥의 양보다 더 많았는데 이젠 김밥의 양만큼 전체 반찬의 양을 맞춰놓는 경우가 많아 사먹기엔 너무 사치스러운 음식이 되었다. 물가에 맞춰서 추억의 음식들이 형태가 바뀜에 따라 나의 추억이 더 소중해지는 것 같다.
이 날도 내가 만든 충무김밥은 예전의 맛이 아니라서 맛있지만 맛없게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