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조림-고등어의 추억의 맛
고등어조림
콩나물 무침
진미채무침
집 냉장고 한켠에 얼린 고등어들이 꽤 많다. 회사에서 청소해 주시는 아주머니와 어쩌다 보니 친해지는 바람에 김치부터 고등어까지 선물로 나눠주셨다. 정확히는 친해졌다기보다 아주머니가 너무 좋아해 주셔서 오히려 난 몸 둘 바를 모를 뿐. 처음 회사에 오셨을 때 은퇴하고 심심하니 집과 가까운 곳에서 일을 하려고 시작하셨다고 한다. 그러고 회사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내가 탕비실에 두었던 커피메이커를 보시고는 마시고 싶으신 눈치여서 제가 팀원들 위해서 내려놓기 때문에 내려져있으면 그냥 드시면 된다고 이야기를 한 게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로는 김장 김치부터 총각김치, 고등어 등을 나눠주셨는데 그 양이 일 년 정도는 거뜬히 먹을 양을 나눠주셨다. 한동안 다니시다가 기존에 있던 직장으로 이직하실 때는 눈물까지 보이셨는데 나도 인상에 많이 남으신 분이셔서 아직 생각이 많이 난다.
어쨌든 그분이 주신 고등어가 냉동실 한켠에 차지하고 있어 고등어를 볼 때마다 생각이 났다.
도시락을 싸면서 냉동실을 비움과 동시에 냉동실에 있던 고등어를 보며 아주머니의 흔적을 지우기 시작했다. 집에서 고등어조림도 해 먹고 아직도 많이 쌓인 고등어를 가지고 도시락을 싸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도시락 반찬으로 고등어를 가져갈 생각에 고심이 많았다. 일단 비린 냄새가 날까 봐 회사에 가져가서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순간 냄새가 더 폴폴 날까 봐 걱정이 가장 컸다. 하지만 일단 마음먹은 순간 고민은 한켠에 두고 고등어조림을 시작했다. 무나 양파를 넣고 만드는 고등어조림은 비린내를 잡는게 가장 큰 문제인데 소주도 넣어보고 했지만 냉장고에 오래 있어서 그런지 고등어의 등부분과 아랫부분에서 냄새가 나는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어느 방법이든 된장, 고추장으로 어우러진 짭짤한 맛과 푹 익혀진 무의 맛은 추억 속으로 밀어 넣어지는 맛이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아닌 청소 아주머니의 추억으로 덧씌러진, 맛있지만 부담스러운 추억의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