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집수학의 시작(EP01)

엄쓰아더(엄마가 쓰고 아빠가 더하다) 1_좌충우돌 수학분투기

by TsomLEE 티솜리

아내(풍뎅이)와 아이(앨빈)는 함께 집에서 수학 공부를 한다. 집수학 시작의 글은 2010년 앨빈의 초등2학년 때 블로그에 처음 올라왔다. “최상위수학이 끝나면 문해길(문제해결의 길잡이)를 할까 보다. 난 처음에 문해길이 뭔가 했다. 다들 문해길이 좋다고 해서 사람이름인 줄 알았네”라는 글이었다. 초등 5학년 겨울 방학이 되면서 본격적인 ‘좌충우돌 수학분투기’ 게시글이 등장한다. 학원수학이 아니라 집수학에 대한 고민과 투쟁의 기록이랄까.


집수학 중인 초5 앨빈(아들)(출처: 내 사진첩, 2023.11)


1. 아내(풍뎅이)의 글 (2013.12.26)


저녁쯤 시작한 ‘일용할 양식 수학’. 앨빈은 한 문제당 뭐가 이리 많냐며 투덜투덜~~ 다 했다고 하여 채점을 해 보니 풀이과정이 하나도 없다. 곱셈, 나눗셈, 분수 등이 한꺼번에 나와 있는데 머릿속으로만 풀었다. 그리 풀어서 다 맞았으면 좋지. 그것도 아니다. 그래서 또 잔소리하게 된다.

"이리 복잡한 거 풀이과정을 쓰면서 하면 얼마나 좋냐...(블라블라)...이리 풀어서 다 맞지도 못하면서...(블라블라)..."


문제의 3번 문제(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3.12)


대체 3번의 긴 문제들을 왜 머릿속으로 푸냐고??!!


앨빈 왈

"머릿속으로 푸는 걸. 풀어써도 엄마는 모를 거라고... 블라블라~~"


(이미 언성 올라가고 분위기 험악해!!)


이 대목에서 안방에서 우아하게 책 보고 계신 남편님. 앨빈 불러 꾸지람.

"엄마에게 말버릇이 그게 뭐냐고. 조용조용히 말하라고..."

신기하게도 아빠 앞에서는 말대꾸 안 한다..ㅠㅠ

(거실에 앉아 있는 나는 앨빈 혼내니 고소하면서도 나도 할 말 없음 ㅠㅠ)


틀린 문제들 노트에 다시 풀라고 했더니, 으앙 이렇게 풀어놨다.


틀린 문제 노트에 다시 풀어보기(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3.12)


모듬으로 묶어서 풀었다. 모듬으로 묶어 풀면 불편하니 순서대로 풀어야지 하면서

“봐라, 봐라, 이 엄니처럼 풀어야 편하다. 책에서도 이렇게 풀잖아. 내 풀어 볼 테니 봐라. 이게 더 편하고 보기 좋잖아."


본인은 전혀 그렇지 않단다. 으미. 둘이 옥신각신. 도저히 안되어 중재자 남편에게 하소연하러 안방으로 가서 노트 보여주니,


"그리 수학 풀면 안 돼. 보아하니 유(YOU)가 문제네. 한 방식의 풀이를 강요하면 안 돼. (앨빈이) 그렇게 푸는 게 뭐가 문제야. 아이 수학 망치는 길이여."


이때 앨빈의 표정, 이겼다는 표정을 짓길래 웃음이 나와 나도 웃고 지도 웃고(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여~~~)


난 지금까정 수학풀이방법을 나오는 대로 이외엔 풀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풀이방식 그대로 그렇게 풀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푸는 아들 보면서 참 다르다는 생각이. 저런 아이를 학원 보내면 자유롭게 보다는 일방적인 방법으로 몰아가겠지라는 생각이.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먼저 내가 문제라는 걸 알면서도 참 어렵다. 좀 더 따스한 말로 조언이 되어야 하는데 자꾸 지적질로 되어 변색되어 버리니…


오늘의 수학은 무사고 안전진행되기를 바라며!!!!!!!!



처음의 좌충우돌 수학분투기와 비슷한 맥락의 글이 한 달 보름쯤 지났을 때 다시 올라온다.



좌충우돌 수학분투기3 (2014.2.7)


오늘은 금욜이니 어제 일어난 일


2014.2.6 목욜


겨우 방학모드로 학습리듬 적응되어 있었는데 애매모호한 개학으로 다시 엉성해졌다. 이번 주는 6교시 수업도 5교시로 단축하고 다음 주 금욜 종업식인데 쭈욱 4교시라고 한다. 방학 동안 오전에 했던 수학과 원서 읽기 중 수학은 학교 가기 전에 하는 걸로 하고 있는데 어제는 하루 종일~~~ 수학을 잡고!!!


모닝수학시작! 뜨악! 연립부등식을 풀고 있는데...

부등식 문제에서 큰 수는 어느 쪽에?(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4.2)


앨빈의 답은 숫자가 작은 것이 오른쪽에 큰 것이 왼쪽에 있길래 일반적으로 요렇게 (반대 방향으로) 써야 한다며 파란 펜으로 적어 주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써야 하냐는 거다!! 매번 이런 식이닷! 좀 얘기하면 들으면 좋겠구만 왜 그래야 하는지 따지고 묻는다. 틀린 건 아니니 상관없지 않냐면서.(그러면 나는 좀 고분히 듣지부터 시작해서 어른한테 말버릇에 기분상하고, 만약 학원샘님이면 이런 학생은 딱 찍히기 좋다…(블라블라)… 이제는 수학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인성에 화나고, 어디 가서 밥 빌어먹고 살겠냐는 생각까정 ㅠㅠ)


쌈판 벌어지기 직전 웬일로 좀 늦은 출근을 하시는 남편님 등장!!

앨빈에겐 “엄마 때문에 화 났어요?”
나에겐 “아들 때문에 화 났어요?”

라며 기분 좋게 말해 주신다.(아..이 사람..참 ..전보다 훌륭해 지셨구마이~~..왜 이리 소란이냐며.. 버럭 하지 않다니!!!) 그리고 내 좇아가 큰 방으로 가서 이러저래 했다고 일렀더니 또 내가 문제라고!!!!!!!!!!!!!!!!!!!!


아빠의 말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묘한 썩소를 짓는 앨빈을 발견~~ ㅠㅠ


남편 왈, 이리 쓰는 게 뭐가 문제냐는...ㅠㅠ 다만, 그리 쓰는 게 더 좋겠다고 말하면 되지..ㅠㅠ 아빠 퇴장(출근)하시니 앨빈은 승자의 미소로 나에게 사과한다며 기분 좋게 화해제안을!! 가진 자의 여유로움이네잉~~(요런게 바로 비굴모드구만..)


시간이 부족해서 오늘은 하교 후 피아노 한 타임하고 다시 수학 채점하는데 동글이보다 빗살이 수두룩!!!! 에잇!! 진짜!!!


동글이 보다 빗살 가득한 채점지(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4.2)


분명 개념에는 A<B<C 는 A<B, B<C 로 고쳐 푼다고 쓰여 있거늘 앨빈, 요 녀석은 A<B , A<C로 거의 풀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본인은 더 간단하게 보이고, 이리 풀어도 된다고 생각했다는 거다.


아놔!! 요 아이는 대체!! 왜 풀라는 대로 따라 풀지 않는 걸까??!!


난 학교댕길 당시~~ 풀라는 그 방식 그대로 풀려고 했던 것 같은데. 당췌 앨빈은 본인이 생각하는 방식을 고집한다. 다양한 방식이 있으니 본인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풀겠다는 건데 이번 경우는 그리 풀어도 되는지 답을 비교해 봤어야 한다고 말해 주는 충고를 난 해 주었고 아무튼 그로 인해...곱절의 수고로움을.


아침 한 시간, 오후 두 시간 반(기탄3장 포함). 초딩 까정은 채점을 해 줄 생각인데 참 쉽지 않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아이에게 버럭한 일들이 참 별거 아닌 게 되어 버리고 그때 좀 더 차분히 말할 걸 이라는 후회를 매번 하면서도 참 이 놈의 성질머리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좀 성질부린 날은 아이에게 더욱 더 [알라뷰~~~뽀뽀]를 남발하게 된다 ㅋㅋㅋ



2. 남편(티솜리)의 덧말(2024.12.25)


배우자(혹은 애인)에게 자동차 운전연습을 시켜주면 안 된다는 격언을 우리 모두는 잘 안다. 엄마와 초등 아들의 집수학이라니, 이건 운전연습보다 몇 곱절 더한 비극의 탄생일 수 있다. 아내는 수학을 잘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중학교 수학은 잘했었다고 한다. 초등 아들의 수학 정도는 가르쳐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다시 한번 아내의 분투기에 존경을!!!)


책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기면서 읽는다. 상식이다. 그런데 지금도 어떤 나라(특히 일본)에서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책장을 넘긴다. 어느 것이 옳은 방식이 아니라 그렇게 하자고 약속한 것일 뿐이다. 부등식은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작은 수에서 큰 수 순으로 적는다. 수학자들이 그렇게 약속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그렇게 적으면 읽는 이가 편할 수 있다. 그저 약속이다. 부등식을, 수평좌표계를 처음 생각한 사람은 왼쪽을 큰 쪽으로 할지 오른쪽을 큰 쪽으로 할지 본인이 결정했어야 한다. 수학은 사고의 힘이다. 닫힌 사고는 수학의 최대 적이다. 시간(time)과 공간(space)은 별개의 것이라고 주어진 대로 생각하기만 한다면, 통합된 하나의 개념인 시공간(spacetime)에서 펼쳐지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탄생할 수 없었다.


아들의 어린 시절 아주 가끔씩 아들의 수학공부를 도와주었다. 이 녀석은 풀이 과정을 적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가능한 암산을 한다(엄마의 걱정스러운 표현으로는 풀이과정의 최소화라고나 할까). 그리고 암산 실수로 틀린다. 엄마는 이것이 가장 안타까운 일이었을 것이다. 수학에서 정확한 계산은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고의 흐름이다. 암산은 사고의 흐름을 더 원활하게 이끌어가는데 도움이 된다. 수학은 주어진 문제의 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원리를 추론하고 추상화하는 과정이다. 이런 과정이 시험점수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초등(그리고 중등) 수학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환경이 되기는 요원하기는 하다. 우리 집 엄마(풍뎅이)와 아들(앨빈)의 좌충우돌 집수학 분투기는 그 과정을 나름 극복해 나가는 기록인 것 같다. 다시 한번 아내와 아들에게 고맙다.


아내(풍뎅이)와 아들(앨빈)(출처: 내 사진첩, 2013(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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