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쓰아더(엄마가 쓰고 아빠가 더하다) 1_좌충우돌 수학분투기
아이(앨빈)가 초6이 되었다. 아내(풍뎅이)와 아이의 본격적인 집수학 분투기가 시작된다. ‘시나공’(시험에 나오는 것만 공부한다)은 우리의 목적이 아니다. 그래서 학원도 고려하지 않고 오직 집수학을 일단 밀고 나간다.
도형 파트에서 앨빈이 혼자 이해하고 혼자 푼다. 아내는 그래도 중학교 때 중학수학은 잘했는데 지금 중학수학은 더 어려워진 건지, 아니면 머리가 돌머리가 된 건지 당최 이런 건 알아먹을 수가 없다고 당황해한다. 가르쳐 주는 선생님 없이 이리 해도 되는 건지 고민한다.
1. 아내(풍뎅이)의 글 (2014.3월 ~ 5월)
2014.3.6 목욜
어제 아침엔 시간에 비해 푼 문제들이 얼마 안 되길래 자꾸 시간을 보게 되고(학교를 가야 하니 ㅠㅠ 내가) 엄청 뭔가 꼬이는 불길한 기분. 그래서 나머지는 저녁에 풀기로 했는데 아이도 분명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 있나 보다.
푸는데 표정이…급기야 어처구니없게 문제를 풀었길래…바로 잔소리투입!!(요게 문제당..ㅠㅠ)(서로 워드파이팅이 시작되고..ㅠㅠ) 마지막은 부둥켜안고 서로 회개. 급화해모드로 음료수 한 잔씩 따라 건배하고 진지한 대화시작!!
확실히 6학년 되니 현실과 미래에 대해 얘기를 나누게 된다. 수학선행에 대한 서로의 생각. 한 시간에서 두 시간으로 늘어난 수학시간에 대한 이야기. 앞으로의 진로를 조금 섞으면서.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는 건 당연하니 그런 날은 말하라고 했다. 매일 꾸준히 하는 건 중요하지만 하기 싫은 날은 안 해도 된다고. 결론은 으샤으샤!!
수학학원을 보낼 날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집에서 수학을 하는 동안 너와 나 팀웍으로 서로 함께 잘해보자고~~~
추신) 역시 조바심을 가지지 않는 엄마의 넓은 마음이 중요하다. 좀 더 아이에게 따스하게 대하자. 평상시엔 급절친이다가 수학공부 할 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올라간다. 반성반성
2014.3.28 금욜
거센 폭풍으로 심히 흔들렸던 앨빈수학. (어찌 보면 엄니인 풍뎅이가 흔들흔들) 지금의 상황에서 과감히 불어난 욕심과 거품을 제거했다. 아침, 저녁으로 나누어서 알피엠과 개념원리를 했었는데 알피엠은 일단 정리. 일주일치 분량을 정해 놓고 작업량달성 도달 같은 그런 짓은 하지 않기로!! 그날 그날 할 수 있는 가능한 양만큼만(풀다 보면 너무 많다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억지로 끌고 가기 있기 없기??!! 없기ㅋㅋ)
초딩6학년에게 중학3학년 수학을 하라고 하면서 앨빈도 풍뎅이도 초등학생마인드이지 않았나 싶은.
1. 일단 중학년스럽게 연필보다는 샤프로!(요건 남편이 앨빈에게 연필로 쓰는 걸 보고 이제는 샤프로 쓰라고, 깔끔하게 써지는 샤프를 쓰라는)
2. 초딩수학에 비해 중학수학은 한 문제가 훨씬 많은 시간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 명심(하루에 대략 2시간이 걸리는 듯. 시간이 없어서 30분만 해야 할 상황이 되어도 엄니인 풍뎅이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것)
3. 암산과 문제풀이과정의 사이(요게 참 어렵다. 어디까지 암산을 하고 문제풀이를 하라고 조언을 할지. 암산도 키워지는 능력일 수 있는데)
3월 한 달 동안 수학노트에 풀이하는 습관은 많이 좋아졌다. 아직도 쓰기 싫어 하지만 답은 아주 성실히 노트에 적고 있다.
중학수학 3-1 인수분해가 끝나고 다음 주부터는 방정식 단원이다. 중학 1학기 과정들이 마무리되면 중학 2학기 과정들을 나가야 되는데 문제는 심화과정. 1학기 심화과정을 하지 않고 쭈욱 개념원리만으로 나간 상태인지라 심화과정을 해야 한다. 심화는 최상위와 에이급을 할 예정(에이급은 상위 3% 3 과정이 끝나고 주말에만 할 계획. 6월쯤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문제는 최상위를 언제 할 것인가. 2학기를 하면서 1학기 최상위를 같이 할 건가 아님 1학기 최상위를 끝내고 2학기를 할 것인가. 지인 왈 최상위는 문제양이 많지 않으니 같이 해도 무방하다고 한다.
2014.5.21 수욜
올케언니랑 그저께 통화를 했었다. 중2 조카는 이번에 영재학교 원서를 넣었고 1차에 합격해서 시험까정 봤나 보다. 언니의 말은 영재고나 과고를 준비하는 아이들은 초6 때 중등수학을 끝마치고 정석을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울 조카는 좀 늦은 것 같다고. 우와!! 정말 놀랄 노자다(근데 놀랄 노자란 한자는 없음) 강남 영재고, 과학고 준비반에 있는 아이들은 시험대비 세 번은 돌았다는. 그렇게 공부해서 영재고나 과고를 가면 또 치열하게 공부를 해야 하고. 십 대 시절을 오로지 공부만 하며 살아야 하는.
지금의 울아이들. 원하는 대학에 가서 원하는 직장(?)을 얻으면 과연 행복한가?!! 실컷 놀고 자아를 찾고 그러다 원하는 목표가 생겨 학업에 몰두하기엔 아이들의 나이가 넘 어리고 공부기간도 넘 길고 시간도 무지막지하다. 오로지 공부만 해도 될까 말까 하는 정말 도박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조카는 영재고 원서 준비하느라 바빴을 텐데도 이번 중간고사에서도 1등을 했다고 한다. 새벽 3시에 취침.
뭐가 정답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적어도 오로지 좋은 직장, 좋은 대학이 목표인 그런 아이는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하는데 지금의 한국교육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음을 실감 나게 느끼고 있으니...
앨빈은 여전히 수학은 집에서 진행 중이다. ‘지적질보다 칭찬’을 해 보려고 몇 번을 마음수양 하고 있다. 요즘엔 마룬파이브 노래에 빠져 유튜브로 계속 듣는데 수학 풀 때 방해되고 습관이 된다고 끄라고 잔소리했더니 왜 그리 생각하나며... 쩝
남편에게 또 물어보니(답답할 땐 남편에게.ㅠㅠ) 그리 듣고 싶다면 듣게 하라고. 어릴 땐 노래 들으며 공부하는 게 그리 방해되지 않는다고. 학창 시절 친구들 대부분이 노래 들으며 공부했다고.
귀 얇은 풍뎅이. 내 소신이 언제 있었나?? 기분 좋게 자상하게 마룬파이브 베스트 찾아 주었다.
아이는 13살이다. 아직은…아직은…공부만이 전부인 삶을 아이에게 강요하기엔 서글프기에 지금처럼 할 수 있는 만큼 꾸준히 공부도 하면서 놀기도 하고 책도 읽고 운동도 하고. 그렇게 보냈으면 하는 바램이다.
2. 남편(티솜리)의 덧말(2024.12.26)
아이가 중2가 될 때까지 나는 아이를 과학고(영재고)에 도전시킬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저 탈없이 학교를 재밌게 다니는 것, 그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만든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학원에서 만들어내는 과학영재로 키우고 싶지 않았다. ‘시나공’(시험에 나오는 것만 공부한다)은 학업의 목적이 아니다. 진짜 영재가 아니라면 쥐어짜는 공부로 불행한 인생을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아내(풍뎅이)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이가 초6일 때 남겨놓았던 좌충우돌 수학분투기를 읽어보니 마음속으로는 과학고(영재고)에 대한 욕심이 없지는 않았나 보다. 아이가 진짜 영재라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은 자칫 방치가 될 수도 있다. 나는 어린아이에게 가장 좋은 학습 환경은 홈스쿨링방식으로 훌륭한 가정교사가 1:1로 이끌어 주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아내가 그 유사한 어려운 길을 조화롭게 잘 이끌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무책임한 면도 있었나 보다. 아이가 좋은 대학에 진학하여 우수한 환경에서 공부하며 학자로 성장하기를 희망하면서도 아이의 어릴 때 공부는 아내에게 전부 그냥 맡겨놓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이에게 네가 대학 가기 싫다면 안 가도 좋다고(이건 진심이기는 했다) 말해주면서도 어쨌거나 최고의 이공계대학을 때때로 데려가서는 은연중에 그 기운을 느끼게 했으니까.
오늘 아들이 대학 3학년 가을학기 성적표를 우리 집 단톡방에 올려주었다. 기계공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녀석에게 첫 도전은 ‘동역학’ 일 것이다. 나도 공대를 다니기는 했지만 수학에 자신이 없어 수학이 필요 없는 학과를 선택했었다. 지난 11월에 잠깐 집에 왔을 때 우리 가족 노무현 시민센터에서, 아들은 동역학 과목을 공부하고 있었나 보다. 아들이 즐겁게 수학을 도구로 공부하는 모습이 대견하다.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 풍뎅이(아내)와 앨빈(아들)의 좌충우돌 집수학 분투기에서부터라는 생각이 들어 또다시 아내에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