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쓰아더(엄마가 쓰고 아빠가 더하다) 1_좌충우돌 수학분투기
아이(앨빈)가 초6 1학기가 끝나가면서 아내(풍뎅이)의 집수학과 학원수학의 갈등은 점점 고조되는 느낌이다. 자율성과 행복을 키운다는 집수학이라는 미명 아래 아이의 미래를 오히려 족쇄 채워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다. 여름방학 즈음 그해 6월부터 7월까지 이어지는 고민의 흔적이다.
1. 아내(풍뎅이)의 글 (2014.6월 ~ 7월)
2014. 6. 16
아이가 자라고 예비중등인 초6이 되니 "여자마음이 아니라 엄마마음이 갈대처럼 흔들립니다여" 더 높은 학년을 두신 선배 엄마님들은 ‘별 거 아니네’ 그러시겠지만. 전반적으로 총체적으로 매일 여러 갈래의 길을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거창한 건 아니고용 사실은 수학학원을 보내? 말어? 뭐 그런 것들)
가장 든든한 남편님에게 말 좀 꺼내 보려고 하다 번번이 실패(다 엄마의 욕심에서 시작한다는 그런 얼굴표정??!! ㅠㅠ) 관심 있게 들으려고 궁금해하지도 않네요. 남편님은 결국 별도움이 안 되네요. 제가 짊어지고 가야 하기에 끙끙거리는 요즘입니다. (이웃님들의 격려와 조언, 특히 선배 어무이님들의 말씀 부탁드려요, 잉…)
저번 주부터 새로 시작한 개념원리 2-2 선행과 최상위 2-1 심화입니다. 두 권을 어떻게 적절히 일주일 동안 가져갈지. 최상위를 하고 개념원리를 할까 앨빈(아들)에게 물어보니 기존의 방식대로 하자고 해서 의견을 따르기로.
어떤 날은 기분 좋게 수학분량을 끝내고 어떤 날은 티격태격.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이가 기분 좋게 시간 충분히 분량을 풀면 엄마인 풍뎅이랑 사이좋게 지나가는데 아이가 흐지부지 시간은 가는데 분량에 택도 없다 싶으면 엄마인 풍뎅이 음성 안 좋아지고..ㅠㅠ
아무튼 뭐 그렇습니다. 주말에 수학하다가 아이랑 또 입씨름. 엄마인 제가 수학을 푸는 게 아니라 채점을 하는 지라 답이 산으로 가 있으면 틀렸다고 지적질하면 답안지 답이 이상하다고(제가 젤 듣기 싫은 말 ㅠㅠ). 그런 말을 하는 아이를 이해하며 좋게 화답을 해야 하는데 그때부터 또 또...
일단 혼자서 이해하며 풀고 있고 책 두 권 이렇게 새로 구입했으니 요 두 권 까정은 집에서 수학을 할 예정입니다. 또 험난한 여정이 시작되는 거죠. 어떤 날은 무지 화창했다가 어떤 날은 돌풍 동반 쓰나미 몰려오겠죠.
2014.7.10 목욜
북경언니가 방학 동안 온다고 해서 겸사겸사 수학학원을 여름방학 동안 보내 볼까 고민을 했다. 한 곳은 전화상담 해 보고, 다른 한 곳은 방문해서 상담을 했다. 고등수학을 나간 곳도 있고 중3과정을 나간 곳도 있고, 일주일에 두 번, 네 시간을 한다는데.
방학이라 뭐 그리 해도 되겠다 싶었는데 결론은 중학수학은 집에서 하는 걸로. 집에서 하는 수학진행사항이 어정쩡하고, 남편 말대로 학원은 학원일 뿐. 어차피 수학은 혼자 푸는 힘을 기르는 거고 중학수학은 그렇게 어렵지 않으니 올해까정은 지금 모드로 가야겠다.
6학년이다 보니 수학학원에 전화하면 젤 먼저 물어보는 게 "어디까지 선행되어 있지요?"였다. 수학을 좋아하나요? 잘하나요? 관심 있어 하나요?? 이런 건 당연 아니다. 오로지 죽자사자 달리는 선행. 고딩수학을 지금 하고 있다라면 정말 수학에만 올인하지 않고서는 불가능(내 머리로는) 할 텐데. 그놈의 특목고가 뭐길래. 학원상담에서 ‘영재학교’ 코스를 얘기하길래 관심 없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합격을 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부모님들도 있겠지만 남편이나 나나 그렇게 ‘참기름’ 짜는 듯한 그런 삶을 아이에게 권유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대략 아이의 학습상황과 나의 의견을 얘기를 하다 보니 내 스스로 뭔가 정리가 되는 기분이었다. 넘 닦달하며 이제는 수학에 올인해야지 라는 생각을 할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는 생각으로 간추려 드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매일 넘 무리해서 영어와 수학을 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만큼 꾸준하게. 책도 즐기면서 하루하루를 지내면서 살면 되지 않을까라는.
아이에게 바라는 왕욕심을 큰 숟가락으로 네 스푼 반을 덜어 내고, 이해라는 조미료를 왕왕 스푼으로 퍼 넣었다.
예비중등이라고 불안했던 마음에서 이제는 조금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욕심을 내며 불안해하기보다는 지금에 충실하기.
최상위 2-1 부등식 부분은 역시 아이가 풀기 싫어한다. 술술 풀리지도 않는다. 혼자 푸니 진도도 느리게 간다. 인터넷에 ‘최상위수학’ 무료강의가 있길래 보여 주었더니 재밌다고 한다. 풀어도 풀리지 않는 문제도 답지보다는 이렇게 보니 더 귀에 들어오나 보다. 그렇게 우습지도 않은 말에도 순진한 앨빈은 재밌어한다. 스스로 푼 문제도 영 삼천포로 푸니, 푸는 과정을 비교하며 들어 보는 것도 좋구나.
본인이 좋아하는 팝송 들으며 문제 푸는 걸 좋아하니 말리기보다는 그냥 즐기면서 하는 걸로. 쉰나는 노래 들으며 엉덩이 들썩들썩 소리도 지르며 앨빈은 수학 풀고, 난 내 책 읽고.
다 좋은데, 내가 문제여!! 샤프 저렇게 잡는 것도 영 눈에 거슬리는데, 내가 말하면 잔소리만 되어 버리니..ㅠㅠ (남편말은 먹히니 그나마 다행이지). 그놈의 내 성질 욱하는 성질만 아니면 되는데. 학원이라는 편리한 비단길을 놔두고, 고난과 시련의 가시밭길로~~
2. 남편(티솜리)의 덧말(2024.12.27)
프로스트의 익숙한 시가 생각난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아들(앨빈)이 초6 일 때, 아내(풍뎅이)는 집수학과 학원수학의 두 갈래 길에 서 있었다(그때 나는 아마도 다른 숲 속에 있었나 보다). 선택은 늘 힘겹다. 선택이 ‘나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더 쉽다. 선택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지면 되니까. 그 선택이 내가 아니라 내 자식의 미래를 바꿔놓을 수 있다면 생각 또 생각 그리고 또 생각할 수밖에.
선택의 순간이 올 때, 나는 시골의사 박경철이 <자기 혁명>에서 고백했던 말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볼 때 그 선택이 옳은 것이었는지 아닌지는 지금도 판단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철저히 고독했고 또 혹독한 경험이었지만 결과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늘 내 생각의 방점은 ‘과정’에 있다. 선택이 결과를 낳지만, 지금의 결과로 과거의 선택을 판단할 수는 없다.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하는 것이 옳을 것일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나의 길을 가는 것이 옳다. 나의 길이란 나에게 맞는 길이다. 아내(풍뎅이)는 나와 아들(앨빈)에게 그 길을 개척해서 이끌어주었다.
학원수학은 틀렸고 집수학이 옳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아들 앨빈도 중2 가을이 되면 본격적으로 학원 수학의 길에 동참한다. 행복한 마음으로, 학업을 즐기는 마음으로 그렇게. 그 얘기는 다른 에피소드에서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