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밀당이 필요한 예비중등(EP05)

엄쓰아더(엄마가 쓰고 아빠가 더하다) 1_좌충우돌 수학분투기

by TsomLEE 티솜리

아이(앨빈) 초6 마지막 겨울방학. 아내(풍뎅이)는 집수학을 고수하고 있고, 아이와 밀당을 한다.


아이(앨빈)와 엄마(풍뎅이)는 밀당 중인가?(출처: 내 사진첩, 2014.12)


1. 아내(풍뎅이)의 글 (2014.12 ~ 2015.1)


2014.12.29 월욜


남편님의 "말씀"대로


앨빈은

1.스스로 풀고

2.스스로 채점하기

3.시간은 한 시간 반정도


풍뎅이는

1.양에 연연하지 않기

2.조바심 내지 않기

3.응원하기


드디어(결국) 며느리에게 곳간 열쇠 넘겨주듯이 앨빈에게 답안지 넘겨주었다. 무엇보다도 믿음을 가지고 사랑스런 눈으로 봐주기. 지금까지의 행태로 가다 보면 수학에 하등에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아이가 수학을 싫어하게 될 수 있다는 남편의 말에 ㅠㅠ


혼자 풀고 혼자 답안지 풀고 혼자 다시 풀어 봄. 홧팅이다..아들아!!!



2015.1.9 금욜


곳간 열쇠를 다 넘겨주지는 않았다. 그래도 채점하는 재미가 ㅎㅎㅎ 혼자 가는 길이 좀 심심할 것 같아 풀다 풀다 답안지가 정말 필요하면 그때 ^^ 아직은 순진해서 답안지 보고 푸는 걸 자존심 상해한다. 보라고 하면 화를 버럭 ㅠㅠ


중 2-1 방정식과 일차함수 문제들은 꽤 오래 걸린다. 스텝 하나당 대략 문제가 30개가 넘는데 한 번에 풀려면. 오늘 아침은 ‘5.일차함수’ 스텝A 24번에서 35번을 푸는데 1시간 20분 정도 걸렸다. 그중에 풀지 못하여 답을 본 건 한 문제. 인강이나 선생님의 설명 없이 혼자 풀고 있으니 대견하긴 하다. 그런데 내 오래된 성질상 자꾸 페이지 쪽수를 세게 되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데 그러지 말아야지.

초6 아이(앨빈)의 수학 풀이(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4.12)


2015.2.17 화욜


밀당이 여전히 필요한 예비중등. 놀 시간을 주어야지 투덜거리지 않는다. 노는 게 공부하는 것이기를 바라는 건 엄마의 꿈이더냐. 쉬는 게 책 읽는 것이기를 바라는 건 엄마의 꿈 2 이더냐.


노는 시간이 없어도 수학을 할 거냐는 질문에 하긴 하는데 제대로는 안 할 거라는??!!! 그래 오늘 수학은 다 했으니 놀아라~~~(약을 쳐야지, 약을 쳐야 해)



2. 남편(티솜리)의 덧말(2024.12.30)


대학 3학년 가을학기를 마친 아들(앨빈)이 잠시 집에 와있다. 주말이고, 연말이고 해서 우리는 오랜만에 싸구려 와인(2병에 1만5천원)을 맛있게 마시며 앨빈의 어릴 적 이야기, 지금 학교 생활 이야기, 그리고 미래 계획을 행복하게 나누었다. 마지막 종강 다음 주에는 과제 산출물 작성으로 기록을 경신했단다. 55시간 동안 연속으로 잠 안 자기. 5일 동안 12시간+2시간 총 14시간을 잤단다. 나의 대학시절도 기말 마지막 2주 정도는 밤샘이 일상이긴 했지만 저 정도는 못했다. 아들이 엄마를 닮아 체력이 버텨 주나 보다. 학업에 있어서 체력도 곧 실력이라는 말은 진실이다.


앨빈의 초중등 수학분투기를 다시 읽어보니 앨빈이 참 열심히 노력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가 어젯밤에 얘기했다. 그 시절 앨빈에게 시킨 수학, 영어, 독서 등등이 아동 학대 수준일 수도 있었다고. 사실 내가 가장 우려했던 부분도 그것이었다. 아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을 강요한다면 그건 아동 학대이자 트라우마로 남겨질 수도 있다는 것. 그럼에도 우리는 적정 수준에서 줄타기를 잘했었다는 자화자찬을 해본다. 아이가 정말 싫다고 할 때면 그만 둘 줄도 알았으니까.(다음번 중1 수학 학원 한 달 에피소드에 나올 것이다.)


이번 에피소드에도 적혀 있듯이(“아직은 순진해서 답안지 보고 푸는 걸 자존심 상해한다. 보라고 하면 화를 버럭”) 아이는 스스로 해 나가는 것에 대한 태도가 형성되고 있었다. 아마도 엄마가 때때로 과도한 욕심을 스스로 잘 컨트롤하고 내려놓을 줄도 알았기 때문일 터이다.(한 번씩 나의 조언도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도 싶고 ^^)


요즘 수학분투기 글들을 올리면 아내도 같이 읽는다. 본인이 이런 글을 적었었다는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고, 놀라워하면서도 즐겁게 같이 읽고 있다. 단지 추억에 잠겨 과거 속에서 살고자 함이 아니라,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나아갈 앞 길을 계획하고 행동하는데 힘을 얻고자 함이다. 그리고 혹시나 누군가 아이 교육에 분투하고 있는 분이 이 글을 우연히 읽고 어떤 힌트를 얻어가신다면 보람이 더할 것이고.


아들이 잠 안 자기 기록 세워가며 작성한 AI 관련 연구 리포트 일부(출처: 아들 과제 리포트, 20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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