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수학은 끝까지 집수학으로(EP04)

엄쓰아더(엄마가 쓰고 아빠가 더하다) 1_좌충우돌 수학분투기

by TsomLEE 티솜리

아이(앨빈)가 초6 여름방학. 아내(풍뎅이)는 정보 수집 차원에서 수학 학원을 알아본다. 우리는 영재고(과학고)를 목표로 하고 있지는 않았다. 초등학생일 때는 영어, 음악, 미술, 체육, 독서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야 한다. 음악가, 미술가, 운동선수가 장래 희망이 아니더라도 악기 하나 정도는 다룰 줄 알고, 마음속 심상을 종이에 스케치할 줄 아는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이 풍요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아이는 피아노 학원, 미술 학원, 축구 클럽을(그리고 영어학원까지) 다녔다. 물론 아이가 좋아하지 않으면 그만두었지만 아이는 그런 학원들을 잘 따라주었다.


그런데 초 6학년 2학기는 학원의 영재고(과학고) 대비반에 들어가는 거의 막차의 시점이라고들 한다. 중 1만 되어도 이미 늦었다고들 한다. 과학 특목고 입시경쟁의 현실이 그렇다고들 한다. 아내는 여전히 집수학을 고수하면서도 고민과 갈등은 계속 이어진다.


다운로드 (1).png 2015년 3월,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 첫 등교 하던 날, 아내는 활짝 웃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폰카에 담았다.(출처: 내 사진첩, 2015.3)


1. 아내(풍뎅이)의 글 (2014.8월 ~ 10월)


2014.8.22 금욜


학원동네를 갈 일이 있어 아이와 함께 갔는데 문득 수학학원이 생각났다. 다닐 생각은 아니지만 그냥 함 봐 볼까 싶어 앨빈에게 테스트 봐 볼래? 했더니 긍정도 아니고 부정도 아닌. 그럼 볼 꺼니 했더니 오케이 한다.



NaverBlog_20140823_075337_00.jpg 경기도의 어느 수학 학원(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4.8)


요 정도 나이되면 학원의 질문은 같다. “수학 어디까정 진행을 했나요?”. 아이의 상황을 대략 말씀드렸더니, 경시반(영재고반) 시험지를 주신다. 여기 학원은 개념원리+에이급 진행. 한 타임에 중 3-1과 중 3-2를 동시에 나간다고.


30문제. 2시간이 넘었다. 문제는 어렵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어렵나 보다. 형편없는 점수 ㅠㅠ 뭐, 학원은 에이급으로 수업했다고 하니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학원에서는, 세상에나 이 점수로도 경시반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거다. 두 반이 있는데 진도가 한 달 늦은 반에 들어가면 된다는 거다. 점수가 낮아서 고민을 해 보겠다고 말씀드렸다.


다닐 생각은 없었으니 미련은 없다.(만약 다니게 되면 일주일에 세 번, 네 시간이다.) 학원레벨은 아무 의미 없음을.


요즘 최상위 중 3-1 인강을 매일 듣는다. 대략 10문제 가량인데 이렇게 큰 인터넷사이트에서 인강을 할 정도면 그분의 강의실력은 검증하고도 남지. 문제풀이만 하는 건 아니고 문제에 관련되어 이론도 설명해 주고, 보충문제도 따로 풀이해 준다. 모르는 문제는 다시 듣고 또다시 듣는다. 매일 한 시간가량 듣는 거니 문제풀이 량은 훨씬 적어도 문제풀이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지금처럼 매일 꾸준히 수학을 하는 습관+책읽기로 진행할 예정이닷!!



2014.10.26 일욜


에이급 수학 중 1-1 시작. 주위 많은 분들이 학원을 보내는 게 어떻겠느냐는 말씀을 해 주셨다. 과학고정도를 생각하면 당연 보내야 한다고.(아, 정말 어렵도다. 아이가 생각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괜히 잘할 수 있는 아이를, 학원을 보내면 충분히 과학고 정도는(?) 들어갈 수 있는 아이를 엄마가 붙잡고 있나 싶어서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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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1-1 에이급 수학(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4.10)


중 3-1 최상위수학을 하면서 점점 아이에겐 어려워지고, 해야 할 목적이 그다지 있지 않은 아이 붙잡고 하다 보니 두 시간 내에 풀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시간은 질질 끌리고, 그러다 보니 아이에게 험한 얼굴 하게 되고. 이제는 정말 보내야겠다 싶어 전화상담해 보니, w학원은 고1이 끝나 간다며, 집에서 준비해 오라는. 아니면 중 2-2가 끝나니 중 3-1반으로 들어오면 된다 하고. 2학기는 보충으로 끝냈다고 한다.


아아…학원은 그렇구나. 고딩을 위한 중딩수학인 거구나. 시험을 위한 학원을 일찍 보내야지 성공(?)할 수 있는 것인가?! 저번 주 주말엔 남편에게 이제는 더 이상 안 되겠다며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는, 아이랑 넘 힘들다며 주저리주저리, 내 하소연에 ‘그럼 학원 보내!!’라고 하더니, 다시 상황을 자세히 주저리주저리 말하니 아이에게 최상위 중3-1 함수가 어려운 거네??!! 맞네, 맞네. 남편의 결론은 그럼 다시 중 1-1부터 하라는.


역시 혼자 끙끙 앓는 것보다 얘기하니 속도 시원해지고 내 생각도 더 명확해지는 것 같다. 학원을 보낸다고 과연 가스활명수처럼 묵은 체증이 시원하게 내려갈까. 지금의 특목고시스템에서 일찍 학원 보내어 학원시스템에 적응하는 것 만이 길인 것일까. 그 길이 아니면 정말 안 되는 것일까. 어느 순간부터 그런 말들에 학원상술이 몇 퍼센트나 포함되어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을 ㅠㅠ


우짯든 중학수학은 집에서 하는 걸로. 중 3-1 최상위 3일 치 정도가 남았는데, 그냥 냅두고 중 1-1 처음부터 다시 하라고. 그래, 원래 계획대로 가는 거야. 최상위 다음 에이급을 하려고 했으니. 한두 번 한다고 다 아나. 그래서 인강이고 뭐고 혼자 풀고 모르는 부분은 찾아보고 그래도 모르면 좀 쉬운 책으로. 모르는 부분은 답지 보고, 그리고 모르는 문제는 모아서 남편이 함께 해 주기로.


중 1-1을 하며 아이가 즐거워한다. 맞아, 쉽게 풀리면 하고 싶은 거고, 어려우면 하기 싫은 거다. 10문제 중 어려운 문제가 넘 많다면 고민을 해 봐야 하는 거다. 무조건 끝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식하게 해 온 구석이 나에게 있는 듯하다. 중 3-1 최상위 함수 10문제를 풀 때는 무지 오래 걸리더니 중 1-1 자연수의 성질 풀 때는 참 다르네. 20문제만 풀어도 되는데 39문제 더 풀 수 있다며 한 시간 안에 뚝딱 풀었다. 이런 모습 참으로 오랜만이닷!!


NaverBlog_20141029_122425_04.jpg 초6 아이의 집수학(출처: 아내의 블로그, 2014.10)



2. 남편(티솜리)의 덧말(2024.12.28)


나의 중3 시절, 과학고 입시원서를 넣고는 고등 수준의 3차 함수를 혼자서 선행학습 할 때가 있었다(3차 함수는 중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거의 40년 전, 지방 소도시에서는 선행학습 자체가 거의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때 3차 함수가 정말 잘 이해되지 않았다. 내가 언제쯤 3차 함수를 힘들지 않게 풀어내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수학도 때로는 시간이 해결해 주기도 한다.(물론 그냥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 속에 노력이 있어야 함이 당연한 전제조건이다)


아이의 초6 시절, 아내로부터 아이가 중3 수학을 힘겨워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아마도 나는 나의 저 시절 기억이 났을 것이다. 서두르지 말자. 노력은 인생을 배신하지 않지만 올바른 노력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초6이 중3 수학을 어려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선행되어 있는 중1 수준의 수학이 재밌다고 느껴진다면 그 수준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지금 아내의 블로그를 읽어보며 우리는 그때 정말 현명한 판단을 했음에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는 몇 년 후 영재고(과학고) 입시를 준비할 때도, 그리고 또 몇 년 후 그 어려운 대학 입시 공부를 할 때도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남달리 낮은 편이었다. 공부 자체는 분명 어려운 일이지만, 공부를 한다는 그 자체는 본인을 위한 행복한 일인 것 또한 분명한 일이니까. 몇 년 후, 아이도 수학 학원에 다니게 되었을 때, 나도 아내를 따라 학원 선생님과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학원 선생님들이 하시는 말씀이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원 공부에 찌들어 있는데 우리 아이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성적이 아주 좋아서가 아니라) 공부 자체를 즐기는 것 같다고. 아이의 부모님을 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고.


초등 3학년 때 아들 일기는 아내의 교육관에 빚진 나의, 우리의 소중한 추억이다.


제목 : 시험
오늘 학교에서 시험을 봤다. 1교시는 국어, 2교시는 사회, 3교시는 수학, 4교시는 과학을 보았다. 시험을 보면서 나는 기분이 좋았다. 왜냐하면 열심히 공부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2011년 4월 25일, 초등 3학년 때의 일기

다운로드.png 초등 3학년 때 아들의 일기(출처: 내 사진첩, 2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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