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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 Soo Oct 22. 2016

여행은 방랑 #1

루앙의 속살로 들어가기..


2009년 겨울..

소스라치게 추워진 퇴근길에 몸을 녹이고자 잠시 들어간 작은 서점에서 한 권의 책을 만났다.

'목요일의 루앙프라방'

저절로 끌려 들어가듯 손을 뻗어 열어본 책엔 조금은 투박하고, 틀에 갖춰지지 않은 거친 사진과 함께 나열된 글들.. 어느샌가 계산을 하고 들고 나온 책과의 만남이 결국 나를 그곳에 이르게 했던 사건  아닌 사건..


그 후로 맘속에는 항상 가 보아야 할 곳? 하고 물으면 자동적으로 뱉어 내는 곳이 루앙프라방이었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도, 어떤 모습인지도 모른 채, 심지어 루앙프라방이 어느 국가에 있는 도시 인지도 모른 채 위시리스트에 적혀 있던 그곳.


그렇게 시작되고 인연이 된 그곳, 루앙프라방에 몸을 들이다..


"방비엥에도 들리세요?"

"거길 왜 들려야 해요?"

"카약도 타고, 튜빙도 즐기고, 블루라군도 가 보고, 서양 애들하고 놀기도 하고. 놀거리 많잖아요."

"왜 그래야 되는데요? 전 그냥 루앙프라방인데.."


이 한마디로 시끄러운 그들을 잠재울 수 있었다.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허나, 여행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 전에 루앙프라방이 주는 매력은 말 그대로 수천 가지라고 먼저 얘기해야겠다. 그들이 주는 매력은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묘한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주는 이상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지난 11일 라오스의 국적기인 라오항공에 몸을 싣는다. 그렇게 루앙프라방으로의 여행은 시작된다.


미소가 아름다운 나라.

세계에서 국민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

죽기 전 꼭 한 번은 가야 할 곳. 등등 루앙프라방과 관련된 많은 표현구가 존재한다. 그러나, 내게 있어 가장 심장을 뛰게 했던 표현은 딱 하나였다.


"저에게 찾아온 잠시 동안의 꿈을 달게 꾸겠습니다."



11일 늦은 저녁 6시

비엔티엔에서 이륙한 라오항공 국내선은 어슴프레 해 넘이를 시작하는 루앙프라방 공항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해 넘이는 시작되었지만 한국의 찬 아침 공기를 맞으며 시작한 여행의 종착점엔 후끈 습한 열대의 공기로 뒤바뀌어 있었다.

라오스, 그것도 루앙프라방을 처음 찾은 낯선 여행자에게 반가운 미소를 한 움큼 머금은 라오인은 바로 툭툭이 기사.

그는 이방인에게 오늘 못 채운 하루의 일당을 톡톡히 뽑아낼 요량으로 달려드는 느낌이랄까?


"툭툭! 툭툭?"

"조마 베이커리 사요 나가 게스트하우스.. 얼마?"라고 묻는 질문에 돌아오는 답은

"써티 싸우전~" 그리곤 어김없이 미소..  ^________^

"노~ 트웬티 싸우전."

그랬더니만 그의 답은 명쾌했다.

유창한 한국말로 "안돼~~ 트웬티 파이브 싸우전."


됐다 요놈아.. 그리곤 바로 뒤돌아 공항 내 택시 부스를 찾는다.

"사요 나가 게스트하우스 얼마?"

"트웬티 싸우전."

"콜~ 오케이, 고 나우~"


그렇게 낯선 곳에서 첫 흥정 아닌 흥정은 대략적으로 성공한 듯하다.


그렇게 20분 남짓 달렸을까. 조마 베이커리를 살짝 지나 어느 골목 앞에 세운 미니버스 택시.

"1분만 걸어가면 사요 나가."라는 기사의 말에

"땡큐."를 전하며 내렸는데 영 기분이 개운치 않은 게 미리 갖고 온 정보보다 전에 내려준 듯.. 아직 열기가 식지 않은 루앙프라방의 저녁은 후끈하다. 백팩에 캐리어를 끄는 이방인은 어쩔 수 없이 골목을 돌고, 그렇게 감으로 찾은 루앙프라방의 숙소.. 사요 나가.


여기서 사건이 또 벌어진다.

"와.. 첫날부터 익사이팅하네. 굳이 방비엥에서 액티비티 따위 안 해도 됐네."를 읊조릴 만큼의 사건..


내가 예약한 방을 다른 사람에게 줬단다.

안 그래도 후끈한 날씨에 열 받는데 얘가 불을 끼얹네 할 때쯤.. 역시 그 직원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따라오란다.

그렇게 따라 올라간 방 C03호의 문이 열리는 순간 나의 얼굴에도 미소가 펼쳐진다.


"쏘리.. 대신 업그레이드 해 줄게." 라며 준 방은


기 예약했던 더블룸이 아닌 스페셜 룸이었다. 욕조가 딸리고, 단독 발코니에 엑스트라 베드까지 가슴에 품은 널찍한 방..

그렇게 난데없는 행운으로 시작하는 루앙의 첫날..

더위에 지친 나는 저녁은 둘째치고 골목 입구 슈퍼에 가서 비어라오 두병을 사 들고, 그렇게 첫날의 루앙을 품에 품는다.


자.. 이제 아무 계획 없이 떠난 루앙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된다.

내일 뭐 할지는 내일 눈뜨고 고민해도 늦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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