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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 Soo Oct 23. 2016

여행은 방랑 #2

루앙프라방 - 그 시간의 여유과 낭만

새벽부터 닭들이 울어대기 시작한다. 들어보니 이건 그냥 닭이 아니라 장닭의 느낌, 그 느낌이 어떤 것인고 하면

바로 목이 찢어져라 울리는 목대 울의 소리가 그것이다.

침대 머리맡 등불의 똑딱이 스위치를 켠다. 그리고, 열심히 식사 중인 핸드폰의 시간을 한쪽 눈으로만 살짝 엿본다. 새벽 4시 반 정도...

이나라 닭들은 참으로 부지런도 하구나..

아직 여명도 트지 않은 발코니에 나와 앉아 루앙프라방 여행의 첫날 아침을 본의 아니게 일찍 맞이한다.

테이블 위 말간 컵엔 어젯밤 먹다 남은 맥주가 한 모금 남아 있고, 재떨이엔 꽁초들이 낭자하다.

그럼,, 한 놈 더 태워 없애야겠다 라는 일념으로 머리는 까치집을 한 상태에서 담배를 한대 문다.


여전히 목청 터져라 울고 있는 닭 놈들.. 


아침 공기가 의외로 상콤하다


아침 공기가 의외로 상콤하다. 루앙프라방 공항 트랩에 내릴 때  습하고 훅~했던 공기를 생각하면, 아침 공기라고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으나, 외외다. 아주 상콤하다. 

그렇게 담배를 한대 때려눕히고는 슬그머니 다시 침대로 올라가 모지란 잠을 청해 본다. 

그놈의 닭이 울거나 말거나, 아침이 시작됐다고 하거나 말거나...


알람 없이 눈을 뜨니 새벽 6시 30분..

참내 2시간의 시차가 있는 라오스에서도 출근 준비하는 시간에 기상이라니.. 이런 저주받은 몸뚱아리 같으니 라는 푸념을 툴툴툴~~~ 늘어놓고는 하루를 연다.


"아~~ 뭐 할까~~~~~"

"그래, 일단 리셉션 가서 진한 커피에 과일이나 달라 하자."


두 테이블의 서양인들과 한 테이블의 한국 여자분들이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고 있는 틈새에 파고들어 한 상 차지한다. 테이스터스 쵸이스 분말 커피에 뜨거운 물을 넣어 한잔 준비한다. 

그렇게 앉아있는 내게, 매일 "아침?" 하며 묻는 게스트 하우스 직원이 '디만'이라는 친구인데, 아쉽게도 이 친구랑 함께 담은 사진이 한개도 없네. 다음에 찾게 되면 꼭 한장 담아와야겠다. 

디만의 밝은 질문에 "응." 하는 내게 내미는 메뉴 체크 용지. 몇 가지의 메뉴 중에 오믈렛 & 베이컨, 열대과일에 체크를 한다.

5분여 만에 나온 단출하지만 싱그러운 아침밥상.


간단히 아침식사를 마치고, 아침 골목을 걸어 내려가니 메콩강이 바로..

둘이 앉고는 싶지만 혼자이기에, 그러나 혼자의 여행이 더 좋기에 난 이리 떠난다.


여유롭게 시작하는 라오인들과 함께 하루를 시작해 본다.

유유히 흐르는 메콩강의 강물을 바라보며, 식후 연초에 불을 댕기곤 깊게 들이마신다. 메콩강의 야리 꼬리 한 내음이 코와 목에 한 움큼 들어오는데 그 이상 야릇함이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무슨 말인고 하니, 좋다는 말이다.


다시 숙소에 들어와 무작정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 입고, 오른쪽 어깨에 숄더백을 메고, 왼쪽 어깨엔 카메라를 장착한다. 이젠 나갈 준비 끝.

오늘은 그냥 돌아본다. 한 바퀴가 될는지 두 바퀴가 될는지 그건 모르겠으나 루앙프라방과의 탐색전 1회전이 시작이 되는 것이지.


골목을 벗어나, 메콩강변길을 걷는다.

작은 골목가게의 아침을 시작하는 아주머니, 새벽부터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국숫집, 금발 머리가 하얗게 새어 버린 서양 할머니가 앉아 있는 카페테라스의 아침을 바라본다. 웃고, 자분자분 이야기 나누며, 메콩강을 바라보며 향긋한 커피 한잔 하는 여유로움이 곳곳에 묻어 있는 아침이다.

귀에 꼽힌 이어폰에서는 'Jason Mraz'의 "I'm Yours" 흥겨운 기타 가락이 귀를 울린다. 그에 맞춰진 발걸음은 마냥 가볍기만...



그 이어폰 너머로 들려오는 툭툭이 기사와 슬로 보트 기사들의 목소리.

"툭툭! 툭툭?", "보트! 보트?"


씨익 ^______^ 웃어 보이며, 난 "노우~~~~"라고 답을 주곤 나의 발걸음은 계속된다.

오토바이들이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는 작은 골목 입구들을 지나, 아무렇게나 널어져 말려지고 있는 빨래들도 지나고, 야자수 밑동에 걸린 말라가고  있는 신발을 지난다.

이제 막 영업을 시작하려는 듯 가게 앞 입구를 빗자루로 쓸고 있는 마사지 샵의 난생처음 보는 여직원과 아침 인사를 주고받는다. 


"싸바이디~~."


그렇게 걷고, 또 걷고, 한국인 주인이 운영하는 빅트리 카페의 테라스에도 아침이 시작된다.

이곳에 머무는 기간에 유일한 나의 계획인 '빡우 동굴'과 '꽝시 폭포'의 투어 예약을 위한 "노바 투어"의 위치도 감을 잡고.. 


그렇게 한 바퀴를 돌아 여행자 거리에는 역시 많은 서양인들의 아침이 분주하다. 조깅으로 아침을 여는 사람, 아무렇게나 앉아 비어라오 한 병으로 아침을 여는 사람 등등..

참 이쁜 모습들이다. 그 모습들에서 여행지에서만 느끼는 자유로움이랄까? 그런 것들이 느껴지는데, 저들도 이런 나를 보면 지금의 나의 생각과 같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머릿 전을 스친다. 


언젠지 모르게 그들의 시간속에 내가 들어왔다. 아니... 그들이 그들의 시간을 내게 열어주었다.


아침부터 후끈하다. 이미 챙겨 나온 물은 그 시원함이 사라진 지 오래. "난 그냥 물이야~" 하는 느낌적인 느낌..

얼음을 갈아 쉐이킹 한 후르츠 셰이크 한잔을 주문하고 이동형 음료 마켓(우리말로 리어카 가게 ^^;;) 옆, 인도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아 시원하게 빨대로 쪽쪽 빨아 목대 울을 넘기고 있으니 이곳이 무릉도원이고 천상세계 임을 발가락 끝까지 느껴지는 듯.


"아마도 이걸 판 저 아줌마는 천사 일거야~"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두 손을 공손히 모아

"껍짜이~"(한글 번역 : 고맙습니다)를 전한다.

함께 껍짜이~~ 역시 그 말 뒤엔 환한 미소가 뒤따른다. 이때부터 여행기간 내내 이 집은 나의 단골이 된다.

여러 집에서 먹어 봤지만, 유독 이 집의 셰이크가 더 진한 느낌이다. 솔직히 더 많이 과일을 넣어준다. 그래서 일 듯...


그렇게 루앙프라방과 나와의 1회전은 서서히 마무리되어 간다. 하루 종일 걷고 또 걸었다.

아침을 여는 라오인과 모닝 인사도 나누었고, 마주하는 프랑스 여행자들과 눈인사도 건네봤고, 푸시산 입구 계단 머리에 앉아 미국 청년 "에드"가 건네주는 얼음장 같이 시원한 물도 함께 나눠 마셨고, 한 낮 길거리 간이 매장의 아보카도 치즈 샌드위치를 먹으며 일본인 "시야"라는 단정한 아가씨와 짧은 얘기도 주고받으며, 루앙의 하루를 보낸다.


루앙프라방, 그 어디서건 여유와 자유로움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 누구에서도 조급함과 바쁨은 전해 지지 않는다.

이곳엔 단지 시간과 그 시간의 흐름만 있을 뿐이고, 그 시간과 흐름 위에 나를 올려놓은 사람들만 보일 뿐, 그 누구도 앞으로 더 나가기 위해 걷고 있는 나를 앞지르지 않는다. 하물며 좁은 골목을 걷고 있는 나를 앞지르기 위해 크랙션도 누르지 않고 뒤 따라오는 오토바이.. 이어폰을 꼽고 있어 듣지 못한 뒤늦은 엔진소리에 미안함을 전하며 길을 열어준다. 그렇게 그들은 루앙의 첫날은 맞는 낯선 외국인 여행자에게 여유가 무언지, 시간을 즐기는 방식이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 주는 듯싶었다.


그렇게, 살짝 미소를 머금었던 루앙의 시간이 여유로부터 시작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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