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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 Soo Oct 26. 2016

여행은 방랑 #3

루앙프라방_메콩강을 건너다.

여행 셋째 날 목요일 아침.

오늘도 어김없이 나와 이웃해 있는 장닭들의 성화에 못 이겨 아침잠을 포기한다.

'내 꼭 저놈의 닭들을 한국 가기 전에 면담을 해 보리라.' 하며, 이른 새벽 루앙의 아침을 맞는다.

다시 누워도 잠이 올 것 같지 않고 또한, 출근시간에 기상하고 마는 왠지 억울함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다.


어김없이 모닝커피 한잔을 하면서 간단한 조식을 먹는데 앞자리에 턱 하니 디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다.


"왜? 너도 아침 먹으려고?"

"아니."

"그럼 왜?"

"너 오늘 뭐해?"

"나? 오늘? 글쎄.. 나 뭐 하면 좋겠니?"

"........... ;;"

잠시 후, 디만이 말을 꺼낸다.

"너... 여기 왜 왔어?"

".......... ;;"

"아무런 여행 계획 없어?"

"응."

"......... ;;"

"여행에 계획이 있어야 해?"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서 없어. 오늘도 그냥 루앙프라방에 있을 거야."

한참을 웃더니 디만이 한 마디 던진다.

"넌, 미친놈이야. 맛있게 먹어." 그 한마디 던지고는 홀연히 마당으로 사라진다.


그렇다 난 여행에 미친게 맞다. 그냥 이렇게 있어도 좋고, 어딜 가도 좋으며, 가만히 벤치에 드러누워 하늘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여행에 미친놈이 맞는 거지.

자, 그럼 오늘은 뭐 할까? 라는 질문을 그때서야 나에게 던지며 여행의 셋째 날을 시작을 한다.




잠시의 멍하니 바라보는 메콩강에도 흐름의 시간이 존재하는 듯


오늘은 메콩강 건너에 있는 좀펫 이라는 로컬 마을에 건너 가려한다.

그러려면 배를 타야 하는데, 선착장에 내려가다 보니 한 중년 남자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하는 말이

"보트?"

"응. 보트. 얼마?"

"투 헌드레드 싸우전."

나도 모르게 한국말이 튀어나왔다.

"너 미쳤니? 단단히 미쳤구나 네가."

뭔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서 있다. 당연히 모르지, 지극히 우리나라 말로 했으니 말이지.

"됐다 얘." 하면서 무던히 선착장으로 내려간다.

왜 내가 저런 말을 냐면, 왕복선이 오고 가는데 현지 사람들은 라오스 돈으로 5,000낍, 외국인은 통례상 10,000낍을 타면 편도 요금이 된다. 근데, 저 뚱뚱이는 200,000만낍을 불렀으니 저런 소리가 안 나오겠는가..


그렇게 올라탄 배에는 덤프트럭 부터 1톤짜리 트럭에 스쿠터가 20대 가까이 올라타고 탑승 인원만 거의 30명이 넘어간다. 배의 갑판까지 물이 찰랑찰랑 하는데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배는 후진을 하고 건너려 한다.


"잠깐만, 이 배 안 가라앉니?"

"가라앉으면 우리가 꺼내 줄게. 걱정 하지마" 라고 대답하는 선원들.

얘들아 난, 그런 너희들이 더 걱정된다. 하며 배의 기둥을 꼭 잡고 건너간다.


배가 떠가는 건지 떠 내려 가는건지..




그렇게 건너가게 된 건넛마을은 루앙프라방 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갖고 있었다.

너무나 라오스 같은 마을, 자연스럽게 뛰 노는 아이들, 낯선 외국인이 조금은 신기한 듯 쳐다보는 사람들

그렇다. 이곳은 외국인의 배낭여행 성지라 불리는 루앙프라방이 지척이면서도 거의 일부러 배를 타고 건너오는 외국인 여행자들은 전무한 그런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낯선 여행자가 눈에 익기 시작하면 어디서든 들려오는 인사


"싸바이디~~~~~."


이제 몇 번 들어봤다고, 너무나 정겹다. 그것도 미소 한 모금 잔뜩 배어 있는 얼굴, 말똥말똥한 눈망울을 뜨고 건네는 그 인사말이 참으로 따뜻하기까지 한다.


가슴에 손을 모아 합장하고 "싸바이디~~." 를 건네주면 수줍은 듯 어디로든 숨는 사람들의 순박함 또한 너무나 예쁜 곳이었다. 그렇게 한 참을 좀펫 이라는 마을을 걷는다.


어떤 녀석의 자리일까? 공부하는데 누가 불러낸거여?


뭐 딱히 돌아볼 것도 없는 그런 마을이다. 일직선으로 된 중앙로를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대략 30~40가구 정도 모여 사는 조용한 산골 마을 같은 느낌이랄까. 사람들이 눈만 마주치면 수줍게 웃고, 카메라만 들이대면 어디로든 숨는다. 그 모습에 깔깔 대며 웃는 나를 보고는 함께 웃음으로 마주하는 사람들.. 이들의 순수함의 끝은 어디까지 일까? 그렇게 조용히 걷다 보니 건너편 루앙프라방에서도 보이던 작은 사원의 입구에 들어선다.


이 사원의 이름은 이 마을의 이름과 같은 "왓 좀펫" 물론 이 사원도 입장을 하려면 10,000낍을 내야 한다.

입장료를 받는 곳은 동네 마을 아줌마들의 사랑방 같은 원두막이다. 콩을 까면서 입장권을 내주는 아줌마의 손이 녹색으로 물들어 있더라니..

그렇게 몇 개의 계단을 올라가 보니 전망 하나는 정말 기똥차다. 건너편의 루앙의 모습이 파노라마 같이 펼쳐지는 그런 멋진 뷰 포인트인 것이다. 근데 막상 정상부에 있는 사원은 기대 이하로 관리가 잘 안 되어 있는 듯 보이는 많이 낡은 모습을 갖고 있더라. 그렇게 돌아보는데 누가 뒤에서 콕콕 등을 찌른다.

돌아보니 한 꼬마 녀석이 서 있다.


"너 누구니?"

".............."

"내 이름은 태수야. 넌?"

이름을 얘기하는 것 같으니 녀석도 얘기한다.

"다오."

"만나서 반갑다 다오."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사원을 돌아보고 있노라니 졸졸 따라다니는 녀석이 은근 귀엽다.

가지고 있는 즉석사진기로 사진을 찍어주니 너무나 좋아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고는 고마웠는지 한 나무에 걸린 열매를 따서 하나하나 까준다. 먹어보라며, 엄치 척을 스스럼없이 해 대던 녀석.. 그 성의에 고마워 몇 개 집어 입에 넣어본다. 의외로 고소하고, 단맛도 나는 것이 이질감은 전혀 없더라. 열매 씨앗 크기는 강낭콩 크기의 넛 종류의 열매 인데, 우리나라의 콩을 크게 뻥튀기 시켜놓은 크기로 대략 30Cm 정도의 길이다.


건너편 루앙프라방의 전경이 좋다.


이 녀석이 다오.. 면도 좀 할껄.. 턱은 어쩔...;;


그렇게 있다 보니 꼬마 스님도 나오고, 동네 아이들이 다 올라온다. 다오가 자기의 사진을 자랑질을 하고 나니 내 앞으로 아이들이 줄을 선다. 자기들도 한장 찍어달라 이건 거지.. 그래, 어차피 그럴 요량으로 갖고 온 카메라 이니 좋다. 하나씩 세워 놓고 사진에 담아 준다. 그러고는 메인 카메라로 한 장씩 담으려니까 금방 있던 여자 아이들은 수줍은 듯 어디론가 도망가 버리고, 꼬마스님과 다오, 그리고 똥그란 얼굴의 귀여운 녀석이 남는다.


꼬마스님 찍어주기 전.. 나도 찍어주지 하는 듯한 표정이 마냥 귀엽기만...


그렇게 좀펫으로의 산책은 마무리되어간다. 이 골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순박함도 아이들의 맑은 모습도 다음 여행 때까지 고스란히 지켜져 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아이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이별을 한다.





참 더운 날씨다.

오전만 걸었는데도 온 몸에 땀이 뒤범벅이고 좀펫은 더군다나 포장도로가 거의 없기에 흙먼지까지 옴팡 뒤집어쓴 상태였다. 안 씻을래야 안 씻을 수 없는 그런 상황. 일단 다시 숙소로 돌아온다.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도 생각나고, 냉장고에 킵 해둔 비어라오도 생각나고..

그렇게 돌아오니 디만이 웃는다.

"너 왜 웃어?"

"너 모습을 봐"

거울을 보니 어디서 콩 구워 먹고 온 놈 마냥 입과 코 주변이 시커멓다. 아마도 아까 먹은 열매의 진액과 땀이 한데 어우러져 흙먼지를 불러 들였으리라...

나 역시 깔깔대며, "나 좀 더럽다 그치?" 라고 맞장구치고는 부리나케 방으로 올라가 샤워를 해 댄다.


그러고는 잠시 오수에 젖어들었다 깬 시간이 4시가 가까워지는 시간.

발코니로 나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서쪽 하늘에 약간의 구름이 존재하고 떨어지는 햇빛의 색이 곱다.

좋다. 오늘 마무리는 푸시산이다. 가자...




푸시산의 정상에 오르기 위해선 300여 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야 한다.

중간쯤 가니 원래 안 좋은 왼쪽 도가니가 찌릿하다. 어쩌겠는가 올라야지 오늘의 메인이벤트인 석양을 맞이 하기 위한 약간의 고통은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아프긴 하다. 그렇게 오른 푸시산에서 바라보는 루앙프라방의 전경은 기가 막히게 좋더라. 동서남북으로 막힌 것이 없어 놓으니 시야감이 탁월하다.

아마도 조금만 더 있으면 루앙프라방에 여행 온 모든 여행자들은 거의 다 올라올 것이다. 하늘의 느낌을 아는 사람들이라면.....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하나둘씩 턱 밑에 찬 숨을 내 뱉으며 올라오고들 있더라.


이제 거의 석양이 시작 되는 시간..

DSLR을 갖고 있는 여행자들은 오늘의 마지막을 담기 위해 자리싸움이 치열하다. 내 옆의 한 덩치 하는 미국 청년과 기 싸움을 벌이고는 그 녀석을 다른 곳으로 보내 버리는 데 성공... 핫 플레이스에 섰다.


얼굴이 석양빛에 물들어 가는 여행자들 하나 둘씩 카메라를 꺼내어 든다.



멋드러지게 떨어지는 석양을 담고 있는 캐나다에서 온 헨슨


옆에 있던 캐나다 여인이 툭툭 친다.

"응? 왜?."

"나 저기 가서 이러고 서 있을 테니까. 나 한 장만 찍어줘." 

그러고는 본인 카메라를 들고 포인트에 가서 석양을 담는다. 그러고는 "찍었어?" 라고 묻는 그녀.

"아니. 네  카메라를 줘야지."

"네 카메라로 찍으라고."

"아~~~~ 그래."


그렇게 담은 사진이 마지막 사진이다. 이미 메일로 보내 준 사진 (헨슨 네 사진 좀 썼다. ^^)




그렇게 여행 셋째 날이 저물어 간다.

여행의 하루하루가 지나면, 뭔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강하게 든다. 할 것도 없긴 하지만, 아직 할 것이 많이 남은 기분. 그래서 시간의 한 땀 한 땀이 아깝다 느껴지는 기분. 그러나 앞으로 며칠은 더 있을거다 라는 위안.

마지막 날이 되면 느끼게 되는 아쉬움과 부족한 듯한 마음은 그때 돼서 해도 무방하니 지금을 즐기자 라는 심정으로 내 자신을 토닥여 본다.

나를 모르고, 내가 모르며, 그들이 모르고, 그들도 모르는

그건 오로지 여행지 에서만 통용되는 마음이며, 기분이다. 그리고 이런 마음과 기분은 여행이 주는 카타르시스로 인한 기쁨으로 내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되고, 그 마음은 "다음에 또 다시 들어오리라" 라는 약속을 하게 된다.

그 누구와의 약속이 아닌, 여행자 나 와의 약속으로 말이다.


"시간은 흘러 추억이 되고, 추억은 어디론가 로의 여행을 분만하게 되는 것이

여행이 주는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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