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강박 1
나를 작동케 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는 일에 모종의 의구심이 들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현재의 삶이 즐겁거나 우울한 것은 중요치 않다. 어떤 방식으로든 내 생활에 의문이 들면 하는 질문이다. 그래서 나는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수많은 질문이 있다는 건 여러 답이 있다는 뜻이고 그중 가장 많이 낸 답은 아무래도 사랑이다. 나를 가장 많이 움직인 것은 사랑임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물리적인 의미에서도 그렇지 않은 의미에서도 말이다. 사랑이 첫 순위로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뻔한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기에, 그다음으로 나를 추동하게 한 것은 열등감이다.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부정적인 이 말은 나를 왜 움직이게 하는가. 열등감을 느낀다는 건 그만큼 따라가고 싶다는 말일 테다.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싶지만 도달하지 못하는 그 마음. 하지만 재미있게도 나는 이 열등감을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 느낀다. 과거의 나에게. 예전에는 이렇게 할 수 있었음에도 왜 지금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가. 이게 내 열등감의 주된 내용이다.
좋아하는 것을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특히 나는 이런 것에 열등감을 느낀다. 이전에는 이만큼 좋아했다면 지금은 그만큼 좋아하지 못하는 것 같음을 한심하게 느끼는 것이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그것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지로 어느 정도 수량화할 수 있다고 믿는데, 예전의 내가 시간을 투자한 만큼 하지 못한다는 게 열등감의 주된 요인이다. 이건 변화에 대한 후회일까? 평생을 사랑할 수 있다고 믿던 것을 어느 순간 잊어버리고 사랑하던 시절을 어느 순간 어떤 요인으로만 떠올리게 되는 나에 대한 후회가 아닐까. 사랑하던 것을 여전히 사랑하지 못하고 있는 마음 때문에 말이다. 웃긴 이야기지만 나는 또 변화를 사랑하고.
어쩐지 사랑에 대해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의 나는 우습게도 이전의 나에게 열등감을 느끼지 못한다. 내가 열등감으로 살았던 기억을 잊기까지 했는데,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든 걸까. 내 작동 원리 중 하나를 잃어버렸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텐데, 나는 무엇으로 살아 있나. 솔직히 말해 모르겠다.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 게, 어쩌면 이전에 무언가를 사랑한 만큼 지금 무언가를 사랑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고, 전에 열심히 살던 때보다 더 열심히 살고 있기에 열등감을 느끼지 않고 있는 건지. 열등감을, 무언가로 살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삶에 몰두하고 있어서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인지. 이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는 걸까.
그래서 난 지금 무엇으로 살고 있나. 언젠가 존재 자체가 목적이라는 말을 가슴에 묻고 산 적이 있는데 그것으로 살고 있나. 사랑을 사랑하는 만큼 사랑이 나를 사랑해 주길 기다리며 살고 있나. 삶에는 의미가 없다는 말에 동의하면서도 의미를 찾으며 살고 있나. 이런 생각 없이 그냥 살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