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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비 Mar 29. 2023

오지 않을 연락을 기다립니다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밤공기가 선선해진 요즘, 추위를 이겨내고 늘 밤공기의 선선함을 따라 걸었다. 때때로 함께였고 때때로 혼자였다. 그 일은 어디까지나 계절의 변화에 민감한 나이기 때문에 행해졌던 일이다. 여전히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를 떠올렸고, 오지 않을 연락을 기다렸다. 함께하기엔 서로의 마음이 다르다는 걸 알아서, 깔끔하게 포기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사람마음이 쉽게 휙휙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핑계를 대며 연락이 행여 오지 않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밤을 보냈다.


드라마도 현실에서도 하나같이 하는 말은, 좋아하지 않는다면 술도 밥도 안 먹는 게 남자다. 자신의 시간도 환경도 할애하지 않는 것이 남자라던데,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좋아하지 않는데 좋아하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사람을 어리숙함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예의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어장이 아니라고 말해놓고 결국 어장이었거나. 관계의 우위를 정하지 않지만, 어쩌다 보니 관계의 우위가 생긴 관계라면 결국 이루어지지 않을 사이일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다. 여전히 그가 좋지만, 그의 연락을 기다리지만, 그 연락을 기다리는 내가 어쩐지 안쓰럽고 불쌍해지는 건, 그렇다면 이것은 사랑이 아닌 거겠지. 당신이 필요할 때만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니까..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마음을 이토록 안타깝게 만드는 것일까. 과거에도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혹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규정할 수 없는 이 사랑을 사회학적으로, 과학적으로, 인문학적으로, 심리적으로, 모든 학자들이 어떻게든 정의 내리려 했겠지. 그래서 그 산물들이 고스란히 남아 지금도 읽히고, 존재하고 있는 것이겠지.




연락이 오지 않는 밤. 

나는 또다시 사랑 앞에 서있고, 

또 무너지고, 

또 좌절하지만, 


끝끝내 다시 일어서서,

사랑을 시작하려 하는 나를,

위로하고 달랬다. 


그럼에도, 사랑을 하면 행복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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