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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비 Mar 30. 2023

[상담일기] 1회차

내가 바라보는 나의 문제들에 대하여

1회 차가 끝나고 바로 적으려고 했던 상담일기는 두 번째 상담을 들어가기 직전에 작성을 했다. 그사이 시간이 없었다는 핑계를 대면서 후다닥 적고 있는 1회 차 일기지만, 일주일 동안 내가 상담했던 것들을 귀에 두고 아 이런 말들을 했었구나 하고 파악하고 적는 일기니까 괜찮겠거니 생각한다. 이 글은 상담회기를 통으로 글로 옮겨 적은 후 2번째 상담을 들어가기 전에 적는 일기이다. 상담회기를 옮겨 적은 글은 나만 간직하겠다. 너무 날것의 대화들이 많다. 내 주변 사람들, 환경들, 그간 겪었던 나의 아픈 이야기들이니까. 가볍게 스킵한다.


상담회기를 받아 적으면서 나는 생각했던 것보다 말을 빠르게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이 정도 속도라면 가볍게 받아 적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30여분의 대화를 받아 적기까지 1시간가량 걸렸다. 받아 적으면서도 다시 앞으로 돌아가길 반복하다가, 아예 속도를 늦춰버렸다. 말을 느리게 처리하고 나서야 받아 적기가 수월해졌으니, 얼마나 말을 빠르게 하는 사람인가를 실감하고 만다. 여전히 나는 또 2회 차 상담에 가서도 말을 빠르게 할 것 같지만, 천천히 나의 것들을 잘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다. 또 한편으로는 그간에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일 거라 생각하는 경향들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을 주도적으로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했다. 말을 명확하게, 불필요한 말이 없이 평안하게 하고 싶었다. 해야 할 말만 가지런히 해낼 수 있는 사람이면서, 내가 말하는 말들에 힘이 있고 진실성이 담기길 바랐다. 나의 바람과 상관없는 언어들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위태로운 상태였는데, 이번 기회에 녹음한 나의 언어들을 듣고 있자니 어딘가 부끄러웠다.

나의 말들을 녹음해서 들은 적이 처음이어서 당황했고, 들리는 내 목소리가 어색했고, 선생님의 언어들보다 내 언어의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글로 풀어내고 나니 사용하는 단어들도 꽤 생각과 다른 언어들을 사용했구나 하는 차이를 느꼈다. 이를 테면 말하는 일에 있어서만큼 “너무”라던가, "진짜" 등의 강조되는 언어들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었고, 말을 정확하게 끝맺지 않고, 대화를 계속 이어갔다. 명확하게 "~했습니다. " 혹은 "~더라고요." 등의 말로, 그러니까 마침표를 사용한 문장으로 말하고 싶었던 생각과 달리, 말을 맺지 못했다. 대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질 수 있으니까. 

혹은 생각이 너무 많아 말이 많아지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할 말이 많아서 말이 빨라지고, 빠르게 말하면 떨리는 목소리들이 티가 나지 않을 테니까. 많은 생각들이 정리가 되지 않아서 끝맽지 못하는 것일까. 어디까지나 나의 추측일 뿐이고, 이건 단순히 감정을 배제한, 나의 목소리를 활자로 옮겨적으며 생각했던 부분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 나'를 파악한 모습이었다.






가장 먼저 느꼈던 언어적 나를 스킵하고, 감정적인 부분들을 바라보자. 나는 말할 때 울먹거리는 사람이었다. 상담 회기의 1회 차 방문이니 그간 힘들었던 것들로 인해 눈물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되도록 감정을 배제하고 말하고 싶었다. 그때의 감정들이 벅차올라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 평소에도 대화를 하면서 나에게 집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눈물이 맺히거나 말이 떨리거나 혹은 목이 메어  떨리는 상황들을 마주하곤 하는데, 이 부분을 달리 규정하기가 어려웠다. 나에게 초등학생 이후로도 쭉 언제나 말을 할 수 없는 상황들은 여전히 존재했기 때문에, 이상한 부분은 아니지만 이 부분 역시 심리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공포증이려나 싶다가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어떤 심리상태로 나를 규정하거나 재단하고 그 우물 안에서 안 나와버릴 생각 따위는 없지만, 어쩐지 나를 보고 있자니 좀 아쉬운 면들은 있어서 안타깝다. 근 10회의 상담동안 이런 부분들도 고쳐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저자 백세희 작가님을 따라서, 회기를 타이핑하고 글로 변환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이면을 마주한 기분이다. 생각을 눈으로 보고, 이 글 들 이후에 다음 회기 때는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으려나 상상한다. 이 모든 대화들이 혹여 지극히 나만의 생각이었고, 내가 그렇게 받아들였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면, 누구도 탓할 수 없을 텐데 나는 이것을 올바르게 인정하고 일어설 수 있을까 싶다. 혹은 내가 피해망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불현듯 두려웠다. 앞으로의 회기들이 기대되기도 하고, 상담선생님이 차분하셔서 더 감사하기도 하다.


앞으로 나를 바르게 바라보기가 두려워서 어려운 면들이 많겠지만 한편으로 기대가 된다. 2회 차 상담을 하기 전 여러 가지 심리검사를 함께 했고, 심리검사를 하면서도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를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일들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나 하는 느낌이기도 하고, 심리검사지에 댓글도 달아보고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잘 알겠다. 나는 언제나 그런 사람이었다. :) 그러니 오늘도 잘 받고 와야겠다. 이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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