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치마 <Antifreeze>: 빙하기의 사랑

우리의 낭만은 절대 얼지 않아

by 츠텐
2008년에 발매된
검정치마의 1집 음반 「201」



빨간 순수와 원초적 본능


음반 표지의 '검정치마'는 아기 동물과 식물들에게 둘러 쌓여 있다. 마치 원초적 본능의 세계인 정글 속에서 자신도 아기 동물인 양 위화감 없이 앉아 있다. 특히 아기 동물이 상징하는 태초의 본능, 성장하지 않은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자신과 동일시한 듯 보인다. 그리고 날것의 새빨간 카디건. 표지에서 보듯, 「201」의 수록곡들은 원초적인 본능에서 비롯된 빨간 정열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중 '뜨거운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모던록, 5번 트랙 <Antifreeze>에 더 깊이 들어가 본다.



빙하기도 끝낼 뜨거운 사랑


<Antifreeze>는 모든 게 얼어붙는 빙하기에도 결코 얼지 않는 사랑을 의미한다. 곡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우린 오래전부터 어쩔 수 없는 거였어
우주 속을 홀로 떠돌며 많이 외로워하다가
어느 순간 태양과 달이 겹치게 될 때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전주에서 높은 디지털 음이 휘청휘청 배회하듯, 귓속으로 다가왔다 멀어지기를 반복한다. 이는 마치 우주선을 타고 혼자 우주를 방황하는 생명체를 연상시키기도, 혹은 픽셀화 되어 빙하기 모험을 떠난 오락실 게임기 속 캐릭터를 떠올리게도 한다. '아스팔트 도시 위로' 다시 도래한 '빙하기'라는 공상의 세계가 머릿속에서 증폭된다.

늘 혼자 떠돌며 외로워하던 태양과 달은 어느 순간 만나, 서로가 둥글게 일치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운명론적 사랑의 일식. 130 BPM 정도로 쿵쿵 거리는 드럼 비트는 운명적으로 만난 둘의 심장 박동과 같다. 그리고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사의 앞뒤로, 비어있는 목소리의 공백은 오랜 시간을 헤매다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 둘 사이의 공명과 같다.


하늘에선 비만 내렸어 뼛속까지 다 젖었어
얼마 있다 비가 그쳤어 대신 눈이 내리더니
영화서도 볼 수 없던 눈보라가 불 때 너는 내가 처음 봤던 눈동자야

낯익은 거리들이 거울처럼 반짝여도
네가 건네주는 커피 위에 살얼음이 떠도
우리 둘은 얼어붙지 않을 거야 바닷속의 모래까지 녹일 거야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 얼어붙은 아스팔트 도시 위로

폭우로 덮인 세상은 눈을 만나 얼음이 되고, 모든 것이 차가운 그곳에서 뜨거운 눈동자를 마주한다. 그리고 '너'에게 '우리는 얼어붙은 바닷속의 모래까지 녹일 거'라는 확신을 전한다. 이후 곡은 느린 템포로 바뀌면서, 종이에 꾹꾹 눌러쓰듯 다시 한번 앞 가사를 반복하여 각인한다.

얼음 덩어리에 둘러 쌓인 채 열기를 뿜어내는 이 낭만적 서사는, 영화 <타이타닉>의 후반부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차가운 바닷속, 생과 사의 경계에서 꺼질 줄을 모르던 잭과 로즈의 사랑. 믿음으로 가득 차 서로를 바라보던 두 눈. 영화를 본 많은 관람객들의 마음을 떨리게 했다.


출처: 영화 <타이타닉>


너와 나의 세대가 마지막이면 어떡해
또 다른 빙하기가 찾아오면 어떡해

지금까지 발매된 '검정치마'의 음악은, 앞서 말했듯이 어린아이 같이 솔직하고 직선적인 가사가 많아 원초적인, 한편으로는 '애정결핍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특히 1집 「201」의 수록곡들은 아티스트가 20대 초반쯤 만든 것으로 최근 발매된 곡들에 비해서는 조금, 초원의 야생마처럼 거칠게, 혹은 제멋대로 뻗친 나무처럼 다듬어지지 않은 것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 신선한 자연의 맛을 가장 좋아한다.

'너와 나의 세대가 마지막일지도, 또 다른 빙하기가 찾아올지도' 모르니 '우리'는 사랑해야 마땅하다고 하는 이 부분이 <Antifreeze>에서는 가장 「201」스럽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떼를 쓰듯이, 언뜻 들으면 논리적인 근거들을 늘어놓는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들은 '너'는 지금 당장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이번이 우주에서 만나는 마지막 기회일 것 같은 불안감에 넘어가고 말 거다. 능글맞고 귀여운, '검정치마'식 결핍적 사랑고백.


긴 세월에 변하지 않을 그런 사랑은 없겠지만
그 사랑을 기다려 줄 그런 사람을 찾는 거야

현실에 'Antifreeze 같은 사랑'은 없다. 사랑은 변한다. 계속 100도에서 끓는 사랑은 어느 순간 모두 증발하여 빈 공간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정치마'는 지금까지도 낭만적인 사랑을 노래한다. 자신과 함께 영원히 뜨거운 사랑을 기대하는 사람을 찾는다. 우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그 가운데서도 절대 식지 않겠다는 지구의 내핵처럼.



그런 사람을 찾는 거야♬


사람들이 낭만적인 사랑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상적이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검정치마'가 3집 파트 1 「TEAM BABY」를 발매한 후 파트 2 「THIRSTY」를 발매했을 때, 대중들이 파트 1 때와는 극명하게 다른 반응을 보인 것을 미루어 보아도 알 수 있다. 물론 「THIRSTY」가 현실의 추악한 모습을 드러낸 특수한 에피소드이기 때문에 일반화된 현실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내 사랑은 자로 잰 듯이 반듯하고 한 번도 틀리지 않는다'는 「TEAM BABY」 보다 훨씬 현실적인 것은 분명하다.

'팀 버튼' 감독은 영화 <빅 피쉬>에서 '판타지'의 존재 이유를 제시한다. 판타지는 건조한 현실을 보다 이상적으로 재조립하기 때문에 즐겁다. <Antifreeze>도 그렇다. 흐릿한 로파이는 현실과는 먼 세상의 사랑 이야기를 듣는 듯하게 하고, 무의식만큼이나 강력한 초자아가 사랑을 지배하는 것은 한 편의 판타지 로맨스 소설에나 나올 법하다. 그러나 <Antifreeze>가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이렇게 '낭만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불완전한 인간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평생 동안 필연적으로 우주를 헤매며, 완벽한 이상을 동경하고 산다. 그러나 사실, 우리 모두 이 세상에 낭만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낭만을 기다려 줄, 그런 사람을 찾아 떠돌고 있는 건 아닐까?


출처: 영화 <빅 피쉬>



검정치마 - Antifreeze

https://youtu.be/PGxcvForju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