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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탐구생활 - 5

누구에게나 있었을 수 있는 그 시절의 친구

by Moonlighter

얼마전 공개된 드라마 '은중과 상연'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예전 고등학생때, 대학생때를 떠올리면서 '그땐 그랬지' '맞아 저런 게 있었지'하면서 공감가는 게 많았다.


그리고 한 친구가 떠올랐다.

아주 깊은 관계였는데,

내 기억으론 아마 내 핸드폰 속 저장명이 '내 분신' 이었던 것 같다.

그 어린 마음에 그리도 다른 각자임에도 분신이라는 단어를 써서 저장한 걸 보면

그만큼 많이 아꼈었다.


드라마에서도 두 명의 주인공이

어릴때부터 20살 청년이되고 30대, 40대가 되면서

각자의 변함에 관계도 변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나는 옛 친구였던 그 아이와의 관계를 지금까지 지속하고있지는 않지만,

10대의 후반부터 20대의 후반까지의 급변속에서 그 관계도 바뀌었던 모습이

드라마와 일정 부분 닮아 있어 공감이 갔달까.


드라마의 내용을 더 이상 얘기하면 스포가될 수 있어 생략하고, 그 드라마를 본 뒤의 내 생각들을 정리해보면.



지금의 나는 많이 변한 것 같다. 내 변화의 정도를 비교하면 10대>>>> 20대> 30대인 것 같다.

가족, 친구가 10대의 전부라고 생각하는데, 그때 그 두 부분에서 변화와 갈등과 어려움이 있었다.


그때는 좋지 않은 친구를 사귀어 방황하는 사춘기를 보내기도 했고 (사춘기가 일찍왔다)

너무 좋은 친구들을 만나 좋은 우정이라는 게 서로 의지한다는 게 뭐지를 알기도 했고,

친구 관계 속에서 너무 많은 감정을 소모해야 함에 지치기도 했고,

대학입시라는 압박 속에서 숨통이 트일 것 같은 친구를 만나 다신 안 할 것 같은, 그렇지만 너무 마법같던 시간도 있었다 (장마비를 몇십분동안 맞으면서 뛰어다니고, 구제시장을 돌면서 정말 너무 말도안되는 옷과 신발과 양말로 룩을 만들어 사진관에서 사진 찍기 등등- 하늘색형광양말에 주황색체크셔츠에 눈화장이 무슨색이었는데.. 여튼)


그 친구였다. 저 10대의 마지막과 그리고 20대의 시작을 함께한 친구가. 저 마법같던 시간을 같이 한.


10대 때는 집과 학교가 나의 영역이었고, 부모님의 울타리 안에 있으니 내가 만든 나의 영역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20대가 되었을때는 나의 세상이 한번 크게 확장됨을 느꼈다.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은 너무 다양하고, 모두 다른 곳에서 왔고, 그리고 우선 환경적으로도 아예 새로운 곳이니까. 그런데 그때도 일단은 내가 스스로 자아가 확립되진 않은 시기였다. 청소년과 성인의 중간쯤?


어릴때부터 뭔가 주는게 받는것보단 익숙한 나였고, 보통 주는만큼 오기도했고, 안 옴에 속상하기도했던 것 같다. 이게 생각보다 내 인생에서 많은 갈등을 일으켰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적당히 주고 받길 바라진 말자란 생각으로 살지만 대학생때까지만해도 그런 거리감이나 적당함이라는거에 대한 나 스스로의 개념이 없었던 듯하다.


그래서 이 친구에게는 대학생때도 졸업을하고 20대 후반까지도 고등학교때의 나처럼 행동하려고 무던히 노력했던 것 같다. 지금 나라면 말도 안되는 말이나 행동을 보고도 '괜찮아. 이랬겠지. 쟤면 뭐 그럴 수 있지' 하며 관계를 지속시켰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 친구가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시기였고, 동시에 나에게도 너무 힘들기도 그리고 중요하기도 한 시기였다.

그럼에도 그 친구가 힘든 어느 날이 었고, 친구가 있는 곳까지 데리러 몇 시간을 운전해 가고 다시 몇 시간을 운전해오는데 한 마디 고맙다고도 운전하는데 힘들지않았냐고도 듣지 못했다. 물론 내가 간다한거니까 그때까지도 그냥 별 생각없었는데, 문제는 그러고 나서 였던 것 같다. 그 친구를 위로하고 기분을 나아지게 하겠다고 내 다른 친구들까지 무던히 노력을 했는데, 그때 굉장히 이기적으로 말하고 행동했다.


그래서 그때 그 관계에 불편함이 몰려왔다. 내가 이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은 이 친구에겐 너무 당연하거나 이 관계는 수평적이지 않구나. 내 스스로를 내가 좋지 못한 상황에 두었구나. 싶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내 주변 모든 친구들은 나에게 이 얘길 했다고한다. 근데 내가 듣지않았다고했다.


나는 아마 내 10대의 아름다운 추억을 지키고싶었던 것 같다.


이 친구를 잃으면 그 때의 기억도 잃는 게 될 것 같아서. 그런데 그게 이제 힘든관계로 느껴지기에 20대의 마지막쯤 그 친구에게 그 때의 감정을 전하고 더 이상 보지않게 되었다.



지금은 내가 나이가 더 들고 감정이 한층 더 이성적이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그냥 이야기를 해볼껄


그건 정말 어려운 게 아닌데. 그냥 이렇게 말할걸.


내가 지금 불편한데, 니가 너의 상황이 좋지않다고 나를 이렇게 대하는 게 좀 나는 친구사이라해도 아닌 것 같다. 그랬으면, 더 나은 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그 친구를 다시 보고싶다는 건 아니다. 이미 지나간 사람이기에.


그냥 그 말 하는 게 왜 어려웠을까, 어렵지 않은데.


지금 나이가 되고보니, 말을 안해서 후회하는것보단 잘 정리된 생각이면, 전달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튼 은중과 상연 너무 재밌게 봤다.


지나간 친구에 대해서 생각해 볼 일이 별로 없는데 덕분에 떠올려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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