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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스트이십일 Dec 25. 2020

죽음에 대한 탐구, 영혼의 무게를 재다

사진 픽사베이

[포스트21 뉴스=김민진 기자] 인간은 자신의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 혹은 극한의 두려움을 마주하면 아예 그 현상을 부정하거나, 신격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언제나 극과 극으로 나뉜다. 


죽음은 인간이 아직 해명한 것보다 알지 못하는 게 많은 분야니까. 죽으면 인간은 어떻게 되는 걸까. 전원이 꺼지듯,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이 떠다니며 환생하는 것일까. 영혼, 그리고 죽음에 관련된 재미난 실험이 있어 소개해 보려 한다.


영혼의 무게, 21그램


1907년, 미국에서 21그램이라는 신비한 이름의 책이 출판되었다. 이 책은 한 의사의 독특한 실험에 대한 보고서 형식의 책이었고 죽음을 상대로 실험을 했다는 상징성 덕분에 크게 이슈화된 책이었다. 책의 저자이자, 연구 책임자는 메사추세츠 주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던 던칸 맥두걸. 


그는 영혼에 무게가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를 바랬다. 그는 1901년, 죽음을 둔 양로원의 환자 6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각기 다른 질환으로 임종을 눈앞에 둔 환자 6명의 침상에 산업용 저울을 설치했고, 죽음 전과 죽음 직전, 죽음 후의 무게를 측정한 것이다. 


사진 픽사베이

그 결과가 바로 21.3그램이었다. 아쉽게도 모든 환자의 무게가 정확하게 일치한 건 아니었다. 맥두걸은 이를 인간의 영혼으로 보았고, 인간에게만 영혼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같은 실험을 개들에게도 행했다. 그 결과 실제로 개들은 무게가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맥두걸은 실험 표본이 워낙 적고, 그 결과도 일정치 않아 여러 차례 재실험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 그의 실험은 다시 이뤄지지 않았고, 이 내용이 그대로 출판되어 버렸다.


과학적 오류 투성이 실험


맥두걸의 실험은 대중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죽음과 영혼에 관해서, 불확실하긴 하지만 그래도 실험을 했고,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21그램이라는 극적인 제목은 훗날 그대로 영화제목으로 쓰이기도 했다. 


대중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은 실험이지만, 사실 맥두걸의 실험은 과학적으로 전혀 증명되지 않은 실험이다. 관찰한 환자 6명의 무게 변화가 모두 동일하지 않은데다가 21그램이라는 수치는 오직 한 명에게만 나타난 수치라는 것이다. 

사진 픽사베이

거기다 사람이 죽고 나면서 생기는 생리현상은 우리 생각보다 다양하고 복잡해서 그 정도의 작은 무게변화는 당연하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입장이다. 개들의 경우에 무게 변화가 없었다는 것 역시 인간과 개의 생물학적 차이에서 오는 결과일 뿐, 인간에게 영혼이 있어서 무게 변화가 있다는 건 오로지 실험 주체자인 맥두걸의 개인적인 바램이 불러온 결과일 뿐이라는 게 과학계의 입장이다. 영혼, 혹은 죽음에 관련된 과학계의 입장은 언제나 우리 생각보다 조금 더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기는 하다.


인간의 두려움이 영혼을 만들어 낸다?


과학적, 학술적 의미의 죽음은 무엇일까? 예부터 갑론을박이 있었던 질문이다. 심장이 뛰지 않으면. 혹은 뇌가 기능하지 않으면. 인간은 죽은 것일까? 뇌사상태로 생체기능을 유지하는 인간을 살아있다고 봐야할까? 아니면 죽었다고 봐야할까?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려운 이같은 질문들 속에 영혼에 대한 논의는 없다. 


영혼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무게를 잴 수도 없으며 만질수도 없으니까. 영혼이 있다고 믿는 이들은 인간의 인격과 생각을 관장하는 뇌에 영혼이 깃든다고 하지만 과학자들은 우리의 생각, 심리상태 등은 단순한 뇌의 작용일 뿐, 초과학적인 어떤 존재의 영향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볼 수 없는 것, 증명되지 않은 것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이 뇌의 작용을 ‘영혼’이라는 듣기 좋은 말로 치환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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